(3) 우연히 발견된 불법 촬영물의 신속한 압수를 위한 제언

정수정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2026. 3.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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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위해선 별건 혐의 관한 증거 확보가 중요
우연히 발견된 불법 촬영물에 대해
형소법상 범죄장소에서의 긴급 압수수색 활용을 적극 검토해 볼 만

우연히 발견된 불법 촬영물의 증거능력
압수·수색 현장에서 별개의 혐의사실과 관련된 증거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는 빈번하다. 혐의와 무관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 이 경우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증거물의 추가적인 탐색을 중단하고 별개 혐의사실에 관하여 새로운 압수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다만, 우연히 발견된 증거가 최초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있는 경우, 즉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 수사기관은 별도의 압수 절차 없이도 해당 증거를 압수할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경우 다른 범죄와 달리 우연히 발견된 증거의 관련성을 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연히 발견한 별개 혐의사실에 관한 증거가 간접증거나 정황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적 판단'의 영역에 해당한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명확하지 않고 확정되지 않은 '관련성'이라는 개념에 수사의 성패를 맡기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란 쉽지 않다. 대법원의 해석은 판결이 선고될 무렵에서야 이루어지는 사후적인 결론이고, 수사 초기 불법 촬영물 증거를 발견한 단계에서 수사기관이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수사기관으로서는 보다 명확한 증거능력 확보 방법으로 사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에 보관되어 있는 불법 촬영물 전자정보의 문제
수사기관이 클라우드 등 원격지 소재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던 중 별개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 불법 촬영 증거물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경우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클라우드 등 원격지 소재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경우에 법원은 '원본 전자정보를 클라우드에서 바로 삭제'하는 방식의 압수를 허용하고 있다. 일명 '잘라내기'방식의 압수는 실물이 압수되지 않아 어디서도 접속이 가능하고 복사와 삭제가 가능한 클라우드라는 가상공간의 특성을 고려하여 영상물의 재유포를 방지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 평가된다.

문제는 수사기관이 클라우드 내에서 우연히 발견한 불법 촬영물에 대한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는 경우 시간적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짧은 순간이라도 그 시간 동안 피의자에 의한 클라우드 내 전자정보의 인멸, 불법 촬영물의 재생산과 유포 범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수사기관이 우연히 발견한 불법 촬영물에 대한 압수를 위해 며칠 동안 사전 압수·수색영장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은 수사기관이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분명 걱정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클라우드 내에서 우연히 발견된 별개의 디지털 성범죄 증거에 대하여 보다 신속한 압수가 필요한 이유이다.

미국, 독일의 압수·수색 법리가 주는 시사점
미국의 경우 일명 '플레인 뷰 원칙(Plain View Doctrine)', 독일의 경우 '우연한 발견물의 가압수(Vorläufige Beschlagnahme von Zufallsfunden)'라는 법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된 별건 증거물에 대하여 영장 없는 압수를 인정하고 있다.

'플레인 뷰 원칙'은 수사기관이 적법한 압수·수색을 하는 경우에, 육안으로 한눈에 다른 범죄의 증거임을 즉시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해당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는 원칙을 말한다. 특정 범죄를 수색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의도가 배제된 상황에서 우연히 발견된 명백한 범죄의 증거물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디지털 증거의 영역에서도 플레인 뷰 원칙을 인정한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이 존재한다. U.S. v. Carey, 172 F.3d 1268(10th Cir, 1999)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마약 혐의로 피의자의 컴퓨터를 수색하던 중 아동성착취 사진 파일을 발견하였고, 이후 200개 이상의 유사한 JPG 파일을 확인하고 이를 증거물로 저장하였다. 아동성착취물 소지죄로 기소되자 법원은 최초 발견한 사진에 대하여는 플레인 뷰 원칙을 적용하여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우연한 발견물의 가압수'는 독일 형사소송법 제108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최초 압수·수색영장의 범죄사실과 무관한 다른 범행을 암시하는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잠정적인 가압수를 허용하는 규정이다. 이후 새롭게 수사절차가 진행되면서 가압수된 증거물의 압수여부가 결정되고 수사절차가 개시되지 않는 경우라면 가압수는 취소된다.

학계에서는 '플레인 뷰 원칙'처럼 우연히 발견되는 별건 증거물에 대하여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자는 견해, 디지털 증거에 대하여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긴급 압수·수색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과 달리 우리의 형사소송법은 원칙적으로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불허하면서 체포의 현장, 범죄가 이루어지는 장소, 긴급체포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영장 없는 압수를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디지털 성범죄 증거의 특성에 비추어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함으로써 피해 확산과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독일처럼 긴급한 압수·수색의 예외적 확장을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긴급 압수·수색의 가능성
주목할 부분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휴대전화나 테블릿, PC 등 정보저장매체를 압수·수색할 때 우연히 별건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불법 촬영물이 발견되는 경우, 이는 '카메라 이용 촬영물 소지죄', '아동 성착취물 소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그 즉시 소명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해당 법률은 불법 촬영물의 소지 자체를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례는 아동·청소년음란물 소지 사건에서 '소지'의 개념에 대하여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를 말한다"고 판시하고 있다(2022도15319 등).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수사기관에 의해 반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정보통신망을 통해 클라우드 등 원격지 서버에 보관되어 있는 전자정보에 접근하여 이를 삭제하거나 변형할 수 있다면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소지로서 평가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은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하며 법원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휴대폰 또는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는 불법 촬영물이 현출되는 장소는 '소지'의 범죄장소로 볼 수 있다. 또한, 피의자에 의한 전자정보의 삭제, 변경 위험이 있다면 사전 압수 영장을 받을 수 없을 정도의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별건 디지털 성범죄 촬영물에 대하여는 불법 촬영물 또는 아동 성착취물 소지혐의로 '범죄장소에서의 긴급한 압수·수색'을 통해서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수초, 수분 사이에도 무한정 범위로 반복·확산이 가능하고 인멸이 용이한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할 때, 클라우드 등에 보관되어 있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의 재유포와 같은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별건 혐의에 관한 증거를 적시에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우연히 발견된 불법 촬영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범죄장소에서의 긴급 압수·수색제도의 활용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정수정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 이 글의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기관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