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웃돌던 ‘부촌’의 몰락?…경기 중부권, 재정자립도 ‘반토막’ [경기지역 재정 성적표⑥]
안양·군포, 제조업 이탈 ‘직격탄’
하남·과천, 자족형 첨단도시 재편
광명·의왕, 자체 개발로 재정 지켜

경기도의 심장부이자 전통적인 행정·상업 중심지였던 경기 중부권역은 지난 30년간 신도시의 성숙과 산업 구조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통과해 왔다. 한때 높은 재정력을 자랑하던 이른바 ‘부촌’ 도시들은 제조기업 이탈, 노후화에 따른 복지 비용 증가라는 삼중 부담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3일 경기알파팀은 경기 중부권을 안양시, 하남시, 광명시, 군포시, 의왕시, 과천시 등 6개 지역으로 묶어 분석했다. 중부권역의 재정자립도는 민선 1기 출범 당시인 1995년에는 일부 도시가 80~90%대를 웃돌며 전국 최고 수준의 재정력을 과시했지만 2025년 기준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곳은 과천시(62.6%)로 60% 수준이며 가장 낮은 곳은 군포시(34.1%)로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도시의 노후화와 산업체 이탈이 겹친 지자체들은 뚜렷한 반등 없이 하락세가 이어졌다. 1기 신도시를 품은 안양시와 군포시는 제조업 이탈의 직격탄을 맞았다. 안양시는 대형 공장 부지가 아파트 단지로 전환되면서 지속가능한 세원을 잃었고 사회복지 예산이 급증하며 재정 압박이 누적되고 있다. 군포시 또한 기업 이탈로 인한 세입이 줄어든 반면 신도시 노후화로 지출 부담이 커지며 가장 낮은 재정자립도를 기록 중이다.

반면 하남시는 미사·위례 신도시 개발과 스타필드 유치 등에 힘입어 30년 전과 큰 차이 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재정자립도 90% 이상을 기록하며 전국 최상위권에 올랐던 과천시는 세제 개편과 정부청사 이전이라는 위기를 겼었지만 최근 과천지식정보타운 개발을 통해 정보기술(IT)·바이오 기업을 대거 유치하며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체 개발 사업을 통해 재정 붕괴를 막아낸 지자체들도 있다. 기아차 공장을 버팀목으로 삼은 광명시는 KTX 광명역세권 개발과 대형 유통업체 유치로 세수를 보전하고 있으며 의왕시는 의왕ICD의 물류 세수와 백운밸리 등 지자체 주도 개발 사업을 통해 40%대 선을 지켜내고 있다.
신유호 단국대 공공정책대학원 주임교수는 “경기 중부지역의 지자체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 여건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지만 수도권 규제로 인해 산업 기능이 외곽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 안양·군포: 제조업 이탈과 늘어난 복지 예산의 벽
안양시는 중부권에서 손꼽히는 재정 강자였다. 만안구의 공업지역과 동안구의 상업·업무지구가 균형을 이루고, 평촌신도시 입주로 인구와 세수가 동시에 늘며 1990년대 재정자립도는 80%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는 1998년 92.6%에서 2025년 42.0%로 하락했다. 수도권 규제 강화로 주요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했고 대형 공장 부지의 아파트 단지 전환으로 지속가능한 법인지방소득세 기반이 약화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재정자주도도 2025년 57.5%로 중부권 중 최하치를 기록했다.
신도시의 유지·관리 비용에 더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 증가도 발목을 잡았다. 안양시의 2026년도 총예산 가운데 사회복지 예산 비중은 전국 평균(35.6%)보다 8.2%포인트 높은 43.8%다. 사회기반시설 확충 및 복지 사업 증가로 예산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자주재원의 증가폭이 완만해 재정지표가 하락했다는 것이 안양시 측의 설명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사회복지 관련 지출이 전체 예산의 절반에 가까워지고 담당 공무원 인력과 인건비 부담도 크게 늘고 있는데 중앙정부가 사업비의 30~70%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여서 재정 압박이 크다”며 “인구 유입과 기업 유치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군포시는 1990년대 중반 산본신도시 입주 당시 대규모 취득세 유입과 인구 증가로 80% 후반대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했다. 또 대기업들이 사옥과 공장을 세우며 수도권 대표 공업 도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재정자립도는 1996년 89.6%를 기록한 뒤 큰 반등 없이 하락했다. 신도시 입주에 따른 인구 유입과 취득세 증가는 일시적이었고 노후 공업지역 현대화 지연으로 기업 유치가 정체됐다. 재정자립도는 2025년 기준 34.1%로 중부 시·군 중 최하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공장들의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며 대기업과 협력사들은 시내를 떠났다. IMF 외환위기 이후 중소 제조업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세 수입이 급감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며 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 거래 감소가 재정자립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군포시 관계자는 “금정역 일원 개발과 대야미 공공주택지구, 산본신도시 정비사업 등을 통해 인구 유입과 세원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며 “웨어러블 실증센터 구축과 당정동 공업지역 정비 등을 통해 첨단 지식기반 산업을 유치해 안정적인 세입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하남·과천: ‘행정·주거’에서 ‘자족형 첨단 도시’로의 비상
하남시의 재정자립도는 1995년 50% 초반대에서 2025년 현재 48.8%로 일정한 수치를 유지했다. 제조업이나 대기업 법인세에 의존하지 않고 재산세를 중심으로 한 주거 기반 세입 비중이 높아 외환위기, 금융위기, 부동산 침체 등에도 재정자립도가 하방 압력을 흡수했다.
이후 미사·위례·감일 신도시 개발과 대형 상업시설을 유치하며 재정자립도는 2003년 36.8%에서 2019년 56.2%까지 반등했다. 스타필드 하남 등 초대형 앵커 시설을 통해 전국 단위 소비를 흡수하며 세외수입과 지방소득세를 동시에 확보했다.
하남시 관계자는 “재산세 비중이 높아 세입 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인구·주택 증가로 지방세 수입 기반이 꾸준히 확대돼 왔다”고 설명했다.

과천시는 행정 심장부 역할을 하던 정부과천청사와 함께 경마장에서 발생하는 레저세 세수로 교부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이 가능했다. 재정자립도는 1990년대 90%를 웃돌았다.
그러나 2001년 재정자립도는 47.5%로 급락해 하락세를 이어갔다. 세외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던 레저세가 중앙정부의 세제 개편으로 타 지역에 분산됐으며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이 겹치며 재정자립도는 30~40%대에 머물렀다.
이후 과천은 산업 구조 전환을 도모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개발로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첨단 기업이 유입돼 법인지방소득세가 늘었으며 갈현동, 문원동 일대 신규 택지 공급에 따른 취득세도 증가했다. 과천은 2025년 지방재정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재정자립도는 62.6%까지 회복됐다.
과천시 관계자는 “지식정보타운 입주에 따른 인구와 기업 증가로 지방세 수입이 완만하게 확대되고 있다”며 “재정자립도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광명·의왕: 자체 개발을 통한 재정 방어전
광명시는 기아 오토랜드 공장에서 발생하는 법인지방소득세를 기반으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인근 도시들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유지해 왔다. 1990년대 재정자립도 역시 60%대 안팎에 머물렀다.
그러나 재정자립도는 2001년 62.9%에서 2007년 45.7%까지 급감했다. KTX 광명역 건설과 역세권 개발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며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국·도비 보조금이 대거 투입돼 전체 예산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후 광명역세권에 상업시설이 안착하고 이케아,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업체가 입점하는 등 자체 세입 기반이 강화되며 재정지표는 큰 변동 없이 일정 수준을 유지 중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광명시흥테크노밸리와 구름산지구 도시개발 사업을 최대한 신속히 추진해 지방세 세수를 늘리고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의왕시는 의왕ICD를 바탕으로 1990년대 50% 후반대의 재정자립도를 유지해 온 도시다. 물류 기능 중심의 산업 구조가 재정의 기본 축 역할을 해 왔다.
2000년대 초 그린벨트 해제 및 자체 개발 사업 본격화로 이전재원이 급증하며 재정지표는 일시 하락했지만 대규모 개발 사업을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대규모 입주와 잔금 정산이 맞물리며 취득세와 등록면허세가 급증했고 개발 관련 세외수입 반영으로 재정자립도는 고점을 형성했다. 특히 포일재건축조합 시유재산 매각에 따른 자산매각 수입이 세외수입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백운밸리와 장안지구 개발 효과가 본격화된 2018년 의왕시의 재정자립도는 소폭 상승해 현재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의왕시 관계자는 “포일·오전동 지식산업 클러스터와 의왕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유망 기업을 유치해 기업 성장과 세수 증가가 맞물리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 중”이라며 “고천·초평·월암 등 개발 사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세원 기반을 확보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α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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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부석우 기자 b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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