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고관대작들의 입맛 홀렸던 종어… ‘한국의집’에서 즐기는 봄의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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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에 단정히 놓인 뽀얗고 탱탱한 생선살.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마주한 종어구이는 지난해 가을에 저장해 둔 남도 유자를 우린 간장에 하루 잰 뒤 구워냈다.
최근 10년 새 복원과 양식에 성공한 종어 요리를 비롯해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인 김도섭 총괄셰프의 지휘 아래 11일부터 한국의집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요리들을 미리 맛봤다.
한국의집이 쓰는 종어는 전북 김제의 한 양식장에서 매주 3회 직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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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멸종 종어, 양식으로 복원… 37년차 셰프도 “실제 요리는 처음”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이 생선은 조선 고관대작이 앞다퉈 맛보려 했다는 ‘종어(宗魚)’다. 1938년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한양 고관들의 미각을 가장 자극한 생선으로 이에 비할 놈이 없다”고 했을 정도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마주한 종어구이는 지난해 가을에 저장해 둔 남도 유자를 우린 간장에 하루 잰 뒤 구워냈다. 향긋하고 부드러워, 코도 입도 즐겁다. 국가유산진흥원 산하 한국의집이 45년 만에 전면 리모델링을 마친 뒤 조만간 선보일 만찬 코스 중 하나이다.
최근 10년 새 복원과 양식에 성공한 종어 요리를 비롯해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인 김도섭 총괄셰프의 지휘 아래 11일부터 한국의집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요리들을 미리 맛봤다.
● 한식 전문가도 “말로만 듣던 생선”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종어는 “육질이 연하고 가시와 비늘이 거의 없어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까지 올랐으나, 1970년대 산업화로 멸종됐던” 토종 민물고기. 학계에선 일제강점기 ‘식재료의 상품화’가 진행되며 종어가 과대평가됐단 의견도 있으나, 과거 여러 문인들은 종어를 상당한 별미로 여겼다. 조선 후기 문신 조면호(趙冕鎬·1803∼1887)는 문집 ‘옥수집(玉垂集)’에서 글쓰기의 충만함을 구운 종어의 맛에 빗대어(硏冰牋雪我何如…懸知勝似炙鯮魚)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의집이 쓰는 종어는 전북 김제의 한 양식장에서 매주 3회 직송된다. 그 맛은 굳이 따지면 몸통은 장어, 부레·껍질은 복어와 비슷하다. 뼈는 억세고 껍질은 미끄러워 손질 중 방심했다간 생선이나 손이 다칠 수 있어 다루기 쉽지 않다.
요리 경력 37년 차인 김 셰프도 “말로만 듣던 종어”를 실제 조리해본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종어나 해삼처럼 과거 정말 귀했던 식재료는 조리법 기록도 거의 없어 찜과 탕, 구이 등 여러 조리법을 실험하며 고민했다”며 “1마리당 납품가가 10만 원대로 도미나 민어의 3배이고 돌돔보다도 비싸다”고 했다.

● 조상들이 즐기던 ‘봄나물’ 한 상
이번 신메뉴에선 각종 봄나물 요리도 근사하다. 요즘 소셜미디어에선 ‘봄동 비빔밥’이 화제인데, 한국의집 만찬에서도 선조들이 봄을 맞아 먹었다는 나물들이 다채로웠다.
특히 방풍나물과 쑥갓, 취나물 등을 정갈하게 올린 봄나물밥과 봄나물전 신선로, 봄나물 복어강정 등은 별미 중의 별미. 김 셰프는 “조상들은 입춘이 되면 다섯 가지 매운맛이 나는 나물로 ‘오신반(五辛盤)’을 만들어 먹었다”며 “봄나물은 산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기에 양반뿐 아니라 백성들도 새 계절의 기운을 얻고자 즐겨 먹었다”고 설명했다.
식사와 함께 곁들이는 보(褓)김치도 특별하다. 배추에 밤이나 잣, 해산물 등을 하나하나 싸서 익히기에, 과거엔 부잣집이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한국의집은 고객 1명당 1포기의 보김치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도록 별도로 ‘보김치 담당자’도 뒀다. 일주일에 1000개 이상 만들 예정이다.
그 밖에 해삼찜, 게살사슬적 등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지 않는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완성한 메뉴들이 많다. 한국의집 측은 “K푸드와 미식을 향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다이닝뿐 아니라 한식 아카데미까지 확장해 전통 한식을 확산시키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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