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입학식 열었다... 폐교 위기 섬 학교 전교생 3배 늘어난 이유
비결은 '특화 교육'… 주거·일자리도 파격 지원
지난해 서울, 경기, 대구 등 7가구 23명 전입

“우리 학교는 오늘 ‘최강’ ‘우주’를 얻었습니다.”
3일 오전 경남 통영시 욕지초등학교 소강당. 최국남(55) 교장의 재치 있는 입학 환영사에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환영사의 주인공은 올해 신입생인 ‘최강’열(7)군과 허‘우주’(7)군. 지난해 각각 서울과 경북 안동에서 부모와 함께 욕지도로 이주한 아이들이다. 동네 어르신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 위에 선 둘은 쏟아지는 시선이 쑥스러운 듯 서둘러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전교생 9명이 꽃가루를 뿌리며 귀한 동생들을 반겼다.
3년 만에 열린 이날 욕지초 입학식은 동네잔치를 방불케 했다. 학부모는 물론 면장, 농협장, 노인회장, 심지어 예비군 면대장까지 총출동해 아이들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인당 50만 원의 장학금과 꽃다발, 학용품 세트, 상품권 등 마을 주민들과 동문회 등에서 준비한 선물 보따리도 두둑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야무지게 선물을 안아든 우주군은 “열심히 공부해서 멋진 경찰관이 되겠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우주군의 어머니 이은향(32)씨는 “전에는 가족이 서로 얼굴 볼 시간도 없었는데, 욕지도에 오고부턴 가족애도 더 돈독해지고 아이들의 이상행동도 사라졌다”고 기뻐했다.

욕지도는 1970년대만 해도 ‘황금어장’으로 불리며 통영 인구 절반이 거주할 만큼 번성했다. 도서지방으로는 처음 우체국이 설립됐고, 경남도 내 첫 사립유치원이 들어설 정도였다. 하지만 어업이 쇠퇴하면서 인구는 1,800여 명으로 줄었고, 욕지초는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 교장은 “20년 전 근무 당시에는 전교생이 75명이었는데, 지난해 다시 부임해 왔더니 4명밖에 없었다”며 “2024년과 2025년은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입학식도 열지 못했다. 학교가 없으면 마을도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섬 인구 소멸에 주민들이 직접 나섰다. 개교 100주년이던 2024년 9월, 졸업생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욕지학교살리기추진위원회’를 꾸리고 학령기 자녀를 둔 전입 가구를 위한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섬 내 빈집을 리모델링해 최장 3년 동안 임차료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수협과 공공기관 등을 연계해 일자리를 알선했다. 학교는 소규모의 장점을 살려 복식학급을 운영하면서도 악기·골프 등 다양한 무료 체험 교육을 마련했다.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인 강민진(62) 욕지중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교육적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에만 7가구 23명이 욕지도로 들어왔다. 이 가운데 9명이 유치원이나 초·중학교를 다닌다. 6월 경기 이천에서 5, 6세 아이를 둔 4인 가구도 전입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대구에서 전학 온 김이현(11)군은 “대도시는 어디를 가나 붐비지만, 욕지도는 쾌적하고 전교생이 모두 친하다”며 웃었다. 욕지도 토박이 허민제(10)군은 “전교생이 늘면서 그동안 인원 부족으로 못 했던 이어달리기 같은 체육 종목도 할 수 있게 됐다”며 “새로 온 친구들이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 주고, 동생들도 잘 돌보겠다”고 말했다.
섬 생활 만족도를 묻자 이현군의 엄마 하설미(38)씨는 “100점 만점에 98점”이라며 “도시에서는 부모가 늘 곁을 맴돌았지만,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서로 부딪치고 스스로 풀어가는 시간을 배운다”고 했다. 다만 “주거 지원과 일자리 연계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모든 것을 책임져 줄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라며 “선택과 책임은 결국 개인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욕지초의 목표는 ‘작아서 부족한 학교’가 아니라 ‘작아서 더 행복한 학교’다. 김종대(74) 욕지학교살리기 추진위원장은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인공지능 등 교육 환경 변화에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며 “어쩔 수 없이 다니는 작은 학교가 아니라 일부러 보내고 싶은 작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통영=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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