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름, 신체 특징 정보까지 다 분실하고도… 피해 사실 '늑장 공지'한 공공기관

원다라 2026. 3. 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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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지만
이후 1년 4개월 만인 올해 2월에서야
홈페이지 하위 페이지에 공지·통지 시작
후속대처 역시 개보법 중요 사안
쿠팡은 15억 원 과징금 과태료 내기도
아동권리보장원이 추진한 '입양·실종(아동카드) 기록물 전산화 사업' 결과 감리 보고서 중 일부.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국내 아동의 입양 기록물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아이들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하드 디스크를 분실한 뒤 2년 가까이 묵히다가 최근 '늑장 공지'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즉시 통지’ 의무를 사실상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최근 홈페이지에 게재한 '개인정보 유출 등(분실) 관련 안내' . 아동권리보장원 홈페이지 캡처

1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달 기관 홈페이지에 '개인정보 유출 등(분실) 관련 안내' 공지를 올렸다. 보장원이 2020년 진행했던 아동카드 전산화 사업 결과물을 분실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업은 전국의 아동보호시설이 보관해온 입소 아동 서류를 전산화하는 내용이다. 분실한 외장하드에는 아동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나이, 보호자명, 가족관계는 물론 장애유무, 신체특징, 얼굴형 등의 정보까지 담겼다. 예컨대 특정 아동의 배에 수술 자국이 있다는 내용 등이 언급돼 있다.

문제는 외장하드 분실 사실이 1년 4개월 전 드러났음에도 늑장 대처를 했다는 점이다. 외장하드 분실 사실은 2024년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파악된 바 있다.

보장원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어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관리 주체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정보 주체(피해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쿠팡 사례와 비교해볼 수 있다. 쿠팡은 2021년 11월 23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4일이 지난 뒤에야 유출 사실을 통지하는 등 법에 어긋난 조치로 개보위로부터 15억9,945만 원의 과징금·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보장원은 국정감사에서 분실 사실이 확인된 이후 1년 4개월이 지나서야 후속 절차에 나섰다.

1일 아동권리보장원 메인 홈페이지. 우측 하단 화살표를 클릭해야 '개인정보 유출 등(분실) 관련 안내 공지'를 확인할 수 있는 홈페이지 배너가 나온다. 홈페이지 캡처

보장원이 정보 유출 사실을 공지할 때도 널리 알려지길 원치 않기라도 한 듯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장원의 메인 화면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공지를 찾아볼 수 없다. 스크롤 하면 나오는 작은 배너(실종아동찾기)를 클릭해야 공지를 볼 수 있다. 보장원은 공지에서 “개인정보보호침해 신고센터 또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개보위)에 신고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피해 당사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기는 어려운 구조다. 개보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신고는 없다”고 밝혔다.

보장원 측 해명도 이해하기 어렵다. 본보가 보장원에 후속 대처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묻자 "개보위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통지가 늦어졌다"고 답했다. 또 유출 공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곳에 올린 것을 두고는 "분실된 정보는 무연고 아동과 보호자의 정보로, 정보 주체자의 접근성을 고려해 실종아동전문팀 홈페이지에 공유했다"고 했다. 보장원은 본보가 입장을 물은 지난달 27일에서야 우편으로 피해자 일부에게 유출 사실을 통지하기 시작했다.

관리 감독 책임과 감사 권한이 있는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8월쯤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한 감사를 마쳤다. 이번 홈페이지 공지는 감사 후속 대처로 알고 있다"면서 "보장원이 왜 뒤늦게서야 이런 방식으로 후속대처에 나선 것인지 이유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 대통령은 이 글에서 "말도 서툰 어린 나이에 타국 낯선 땅에 홀로 던져졌을 해외 입양인들의 불안과 고통, 혼란을 떠올리면 마음이 매우 무겁다"면서 "관계 부처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입양인의 권리 보호와 인권 중심적 입양체계 확립에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페이스북 캡처

한때 '아동 수출국'으로까지 불렸던 아동 인권 과거사 문제는 현 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말도 서툰 어린 나이에 타국 낯선 땅에 홀로 던져졌을 해외 입양인들의 불안과 고통, 혼란을 떠올리면 마음이 매우 무겁다"면서 "관계 부처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입양인의 권리 보호와 인권 중심적 입양체계 확립에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보장원은 기관 명칭을 ‘국가아동권리보장원’으로 변경하며 책임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해외입양인 2세로, 입양인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신서빈 입양기록긴급행동(EARS) 공동대표는 "개인정보유출을 알았으면서도 아무 관리 감독을 하지 않은 복지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관련자들에게 징계절차를 통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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