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싸게 내집 마련하자”… 경매 몰리는 3040

지난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부동산 경매를 진행하는 4별관 211호 법정 앞에 황토색 입찰 봉투를 든 예비 입찰자들이 여럿 보였다. 입찰 마감 시간이 11시10분이 다가오자 법정 내부로 인파가 몰렸다. 50명쯤 되던 입찰자가 순식간에 10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 중에는 30~40대가 절반을 넘었다. 한 40대 입찰자는 입찰 봉투를 손에 쥐고 경매 법정으로 헐레벌떡 들어왔지만 마감 시간을 넘긴 탓에 퇴짜를 맞았다.
이날 입찰에 나온 62건 중 11건이 주인을 찾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월드타워아파트’(전용면적84㎡)에 총 9명이 몰려 최다 입찰자를 기록했다. 최저 입찰가가 14억9600만원으로, 현재 호가 최고 21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30%쯤 저렴해 경쟁이 치열했다. 개찰 결과, 충북 청주에 사는 A씨가 최저가보다 17% 높은 17억5500만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이 물건에 입찰했다가 떨어진 30대 B씨는 “경매로 아파트를 사면 시세보다 싸고 토지거래허가도 받지 않아 낙찰을 기대했는데 아쉽다”면서 “요즘 제 친구들도 경매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최근 각종 규제와 가격 급등 여파로 주택을 찾는 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올 들어 30대가 처음으로 주택 경매 매수인 가운데 연령별 1위를 차지해 신흥 큰손으로 떠올랐다. 50~60대보다 자금력이 부족한 젊은층에게 시세보다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경매가 자산 증식 동앗줄로 떠오른 것이다.
3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1년까지만 해도 서울지역 주택 경매 매수인은 40대가 1위, 50대가 2위를 각각 기록했다. 40대와 50대를 합친 비율도 53%로 과반을 넘었다.
하지만 30대 매수인 비율이 조금씩 늘어나더니 지난해 26.9%로, 1위인 40대(27%) 수치를 바짝 따라오며 연령대별 2위를 차지했다. 올 1월에는 30대 매수인 비율이26.7%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40대와 50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기존 경매 시장이 40~50대 위주에서 30~40대 젊은층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30대 입장에서는 아파트 분양가가 매년 오르고 청약 당첨 가점도 너무 높아 분양 시장에서 내 집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요즘엔 경매 시장 문턱이 많이 낮아져 30대 초보자도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30대 중에서 여성이 경매에 더 적극적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지난해 상반기 주택 경매 매수인(소유권이전등기 기준) 중 30대 여성은 총 1637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급증했다. 30대 여성이 경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정책금융 대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조건을 충족한 이들이 신생아 특례보금자리론이나 생애최초디딤돌 대출 등을 이용해 자금부담이 적은 경매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땅집고옥션 연구소장은 “경매로 서울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고, 전세낀 매입, 이른바 갭 투자 제한도 없다”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30대나 가족을 이뤄 내 집 마련하려는 40대에게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북 모텔 연쇄 살인’ 피의자, 사이코패스로 판명
- 정청래 “조희대, 거취 표명하라” 사퇴 압박...與, 탄핵 공청회도
- 李대통령, 검찰 겨냥 “수사·기소권으로 사건조작...강도·납치·살인보다 나쁜짓"
- 전직 변협회장 등 14명 “대통령이 ‘사법 3법’ 거부권 행사해야”
- [속보] 국방부, 강동길 해군참모총장 ‘정직 1개월’ 중징계
- 오픈AI, 간결하게 답하는 경량 모델 GPT-5.3인스턴트 출시
- 리플렉션AI, 기업가치 200억달러...中 개방형 AI 생태계 대항마 키우는 美
- 美·中과 함께 ‘AI 3강’ 외치지만... 한국, AI 벤처 투자 유치는 순위권 밖인 ‘기타 국가’
- 앙드레김 외아들 “회사 힘들어 극단적 생각까지… 아버지 매일 그립다”
- 부산시정의 40년 역사… ‘부산발전 대형사업 그때 그 사람들’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