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폭락과 외국인 공매도 … ‘쫄면’ 진다(?) [홍길용의 화식열전]

홍길용 2026. 3. 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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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코스피가 이란 사태를 만나면서 급락했다.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까? 아니면 지금을 기회로 뛰어들어야 할까? 투자의 기본은 두 가지다. 실적(fundamental)과 수급(liquidity)이다.

증시 폭락의 표면적인 이유는 원유 수급 불안에 따른 경제 부담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 실적도 악화될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실적은 확인이 필요하다. 빨라야 1분기 실적이 나오는 4월 초다. 보통 실적보다 수급이 먼저 움직인다. 오를 것 같으면 사고, 떨어질 것 같으면 파는 게 일반적이지만 시장에 그런 거래만 있는 게 아니다. 공매도가 대표적이다.

최근 코스피의 기록적 랠리를 이끈 주인공은 개인이다. 외국인은 계속 팔았다. 외국인은 공매도에 능하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싸게 사서 갚는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갈수록 돈을 버는 구조다. 공매도를 하려면 먼저 ‘빌릴 주식’이 필요하다. 이를 대차(貸借)라고 한다. 대차잔고는 현재 빌려진 채 아직 갚지 않은 주식의 총량이다. 대차잔고가 클수록 공매도 세력의 실탄이 그만큼 쌓여 있다는 뜻이다.

최근 대차잔고가 급증한 가운데 3월 3일 역대급 공매도가 이뤄졌다.

코스피 랠리가 막 시동을 걸던 지난해 9월 초, 하루 공매도 거래는 7590억원 수준이었다. 대차잔고는 96조원이었다. 그런데 지수가 오를수록 공매도도 함께 불었다. 10월에 하루 1조원을 넘겼고, 1월 말에는 1조7000억원대, 대차잔고는 139조원까지 치솟았다.

오늘(3월 3일) 수치를 보자. 하루 공매도 거래가 2조 4570억원을 기록했다. 집계 이래 최대다. 대차잔고는 145조원. 외국인이 1조 8160억원, 기관이 6190억원을 쳤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공매도 거래는 3배 이상, 대차잔고는 50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숫자가 있다. 이란 사태 발발 직전인 2월 27일 157조원이던 코스피 대차잔고가 3월 3일 하루 만에 145조원으로 12조원이나 급감했다.

대차잔고가 줄어든다는 건 결국 빌린 주식을 되사서 갚는 상환(short covering)이나 대차 물량의 반납·회수가 늘었다는 뜻이다. 대차잔고의 절대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3일 잔고가 큰 폭으로 줄어든 점을 보면 쇼트커버링(상환)이 이미 상당 규모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남은 잔고만큼 추가 상환이 가까운 미래에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사실 개인이 끌어올린 고점에서 외국인이나 기관이 공매도를 하면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우선 랠리 구간에서 쌓인 평가차익을 고점에서 실현할 수 있다. 평가이익이 많이 난 보유 주식을 팔지 않고도 공매도로 고점 매도 효과를 내는 것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공매도 수익까지 추가로 챙긴다. 개인이 패닉에 빠져 주식을 던지면 이 구조는 더 잘 완성된다. 던진 물량은 나중에 공매도 상환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 제미나이로 생성한 인포그래픽입니다.

시장에서는 소음(noise)과 신호(signal)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소음은 시장을 일시적으로 흔드는 재료다. 지정학 리스크, 관세 충격, 수급 변동이 대표적이다. 신호는 기업과 산업의 본질, 즉 펀더멘털이 바뀌었다는 증거다. 지금 시장에 울리는 소리는 소음일까 경보음일까?

이란 사태로 물어야 할 질문들에서 답을 찾아보자.

  1. 펀더멘털이 바뀌었는가?
  2. 기업 실적이 꺾였는가?
  3. 이 랠리를 만든 산업의 구조적 논리가 무너졌는가?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수급 차질은 분명 변수다. 지정학 리스크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던가. 시장은 늘 그런 변수들을 소화해 왔다. 상황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차잔고 145조원은 뒤집어 읽으면 145조원어치의 되사기 수요이기도 하다. 빌린 주식은 언젠가 반드시 갚아야 한다. 갚으려면 시장에서 주식을 다시 사야 한다. 공매도는 하락의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큰 방향 자체를 바꿀만한 힘은 없다.

패닉에 빠진 개인이 던지는 물량은 공매도 세력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냉정함이다. 낙관론자가 비관론자를 이겨온 게 시장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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