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 칼럼] 이란 전쟁과 ‘틱톡커’ 이재명 대통령
한국 대통령이 가입
동맹국 대통령이라면
피해야 할 일을 했다
작은 일 같지만
‘큰 거’가 온 것 맞다

오픈AI가 지난주 중국 공작 부서의 ‘네트워크 특전(特戰)’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가 의욕은 넘치나 멍청한 어떤 중국 요원의 실수 때문에 나왔다는 것이 재미있다. 중국 공산당 비판 세력을 겨냥한 작전 계획을 오픈AI에 편집하고 다듬어 달라고 올렸다가 들통난 모양이다. 작전 대상엔 중국 반체제 인사를 비롯해 대만과 내몽골 발언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포함됐다. 오픈AI는 중국 요원의 지원 요청을 거부하고, 거꾸로 그가 올린 중국의 작전 계획서를 분석해 공개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중국 공산당이 평소 은밀한 곳에서 어떤 음흉한 일을 벌이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부정적 댓글 게시, 이민 정책 비난, 물가 문제 공략, 극우 프레임 씌우기, 반미 감정 조장 등 세부 목표를 세우고, 작전 수립을 오픈AI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극우 단체 대표와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가짜 사진과 뉴스, ‘우익공생자(右翼共生者)’라는 어색한 언어로 만든 해시태그 유포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대상만 다를 뿐 한국 사이버 공간에서도 익숙하게 접하는 사례들이다.
오픈AI는 이들의 공작 내용이 아직은 초보적 수준이지만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작전의 전 과정에 딥시크, 큐원과 같은 강력한 중국 AI 언어 모델을 비롯해 인력 수백 명과 수십 개 플랫폼에 걸친 가짜 계정 수천 개를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작전 보고서에 기재된 최소 단위가 그렇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정보전 집착과 공작 대상의 언어가 가능한 무한에 가까운 인력 동원 능력, 여기에 고도의 중국 AI 언어 모델이 결합되면 중국의 여론 조작을 위한 공작 능력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구시대적 정보 공작 사례는 기자들 사이에 도시 전설처럼 떠돈다. 10여 년 전까지 한국과 일본의 중국 주재 특파원들은 전화 통화 중 잡음이 들리면 중국 공안이 도청하고 있는 표시라고 확신했다. 어떤 중국 공무원을 만났더니 통화 상대만 알 수 있는 사적인 전화 내용을 어디서 들었는지 그대로 말했다고 한다. 그보다 더 오래전엔 전화 도중 중국 도청 요원들이 서로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한 특파원도 있었다. 중국이라서 있을 수 있는 얘기다. 언론사 특파원이 이 정도인데 국가 기밀을 다루는 외교관들은 오죽했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틱톡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전날 다른 미디어에 “2월 28일, 큰 거(?) 온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을 때 예고된 일이다. 제목만 보면 마치 2월 28일 발발한 이란 전쟁을 예고한 듯하지만 그건 아니다. “왔다 ㅌㅌ대통령”이란 첫 영상 제목처럼 ‘틱톡커(틱톡 사용자) 대통령’의 활동에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다수인 듯하다. 화제도 만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엑스, 블로그 등에서 이미 소통 채널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틱톡 사용자의 성격이 다른 만큼 소통 범위를 더 늘릴 수 있다. 순기능은 뚜렷하다. 하지만 역기능을 계측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틱톡은 중국의 것이고, 중국은 권력의 개입에 윤리적 제약이 없는 나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틱톡 문제가 제기된 것은 6년 전이다. 의회가 틱톡 운영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개입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나섰다.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앱’이라는 주장은 미국 정계에서 폭넓게 공감을 얻는다. 틱톡이 수집한 미국 국민의 사적 정보가 악용되면 당연히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 미군과 연방 정부가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의회는 틱톡 금지법을 만들었다. 사법부도 틱톡의 집행 보류 신청을 기각했다. 틱톡에 총력전을 벌인 것이다. 미국이 늘 그렇듯 처음엔 자국 시장을 장악한 경쟁국 상품에 대한 견제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끝내 미국 정부는 틱톡 미국 사업부를 미국 것으로 떼어냈다. 틱톡 문제는 상거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미국의 중요 안보 이슈였던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잣대를 지금 자국 AI 기업인 앤트로픽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중국 배려는 유난하다. 주한 중국 대사관 부근에서 벌어지는 반중 시위를 “깽판” “저질” “백해무익” “자해 행위”라며 단속을 지시했다. 대통령 취임 후 최고 수위의 비난이 아니었을까 한다. 시위대의 ‘중국 혐오증’을 능가하는 대통령의 ‘반중 혐오증’이다. 중국인의 쿠팡 정보 유출 때문에 반중 정서가 있다는 말엔 “어쩌라고요?”라고 반문했다.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대통령 발언으론 무책임하다. 유출자는 중국인 맞다. 반중 정서는 실제다. 주한 미군 훈련 중 일어난 미·중 대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미군에 항의한 것은 이 대통령의 중국 배려가 보다 적극적인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 대통령은 점점 더 그런 유혹에 빠질 것이다.
이 대통령의 틱톡 가입과 활동도 그렇게 ‘진화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작은 일 같지만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표현한 대로 ‘큰 거’ 맞다. 미국 동맹국 대통령이면 피해야 할 큰 일을 그는 한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민석 변호사 “박상용 검사 ‘진술 회유’ 녹음본 조작시 예비후보직 사퇴할 것”
- “미국·이란, 전투기 격추·조종사 구출에 고무…전쟁 더 위험해질 것”
- 與 광양시장 경선 자격 박탈 박성현 “당 결정 수용”
- 박홍근 기획처 장관, 2차 추경 가능성 놓고 “타격 심대하면 재정여력 봐서 판단”
- 연세의료원, 작년도 기부 830억 돌파...4년 연속 최고 기록 경신
- 박지원 “尹 영치금 12억 너무해… 내란범 영치금 제한법 준비 중”
- 전쟁 중 경질된 美육참총장 “미군, 인격 훌륭한 지도자 가질 자격 있어”
- 李대통령 “다주택 양도세 중과유예, 5월9일 신청까지 허용 검토”
- 李대통령 “무인기 사건, 북측에 유감 표한다”
- 양심적 병역거부자 “자녀 돌보게 대체복무 출퇴근시켜달라” 소송 냈지만 ‘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