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독립운동가 후손의 기증 자료, 경남 유산이 되다
[KBS 창원] 107년 전 일제의 탄압에 맞섰던 석당 변상태 선생의 외침이 손자인 변재괴 씨의 목소리로 다시 살아납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자주민이며 자주국이다 일본국의 관여는 추호도 받아서는 안 된다. 최후의 한 사람, 최후의 시간까지 독립을 달성하자."]
독립유공자 후손이 기증한 자료를 통해 경남 유산으로 다시 살아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1966년 경남에서 최초로 발간된 지역의 독립운동사, ‘경남독립운동소사’.
독립운동가 석당 변상태 선생이 한국전쟁 직후부터 독립운동가들의 행적과 항일운동의 현장을 수집하고 기록한 자료로, 그의 아들인 초암 변지섭 선생이 간행한 책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항일독립운동사를 처음 체계화해 펴낸 ‘한국독립운동사’ 1권이 출간된 이듬해, 민간에서 개인이 지역의 독립운동사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이 노트는 의미를 더합니다.
노트에는 경남의 3·1운동, 의열단 활동,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 정부와 국내 항일단체 인물들의 행적이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안순형/창원대학교 사학과 교수 : "(변상태 선생은) 해방 이후에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수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계시는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분들에게 편지 등을 보내서 자신의 궁금한 점을 문의하였고 그들의 회신을 통해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사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서술하려고 노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보입니다."]
한 사학자의 끈질긴 노력 끝에 한자와 흘림체, 옛 문체는 현대어로 옮겨졌고 간행 과정에서 빠졌던 내용이 드러나며 60여 년 만에, 경남 항일운동의 실상을 담은 원형 기록이 온전하게 복원됐습니다.
[안순형/창원대학교 사학과 교수 : "책에 간행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밀양의 김원봉 지사와 관련된 내용이 노트에는 상당히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백산 안희제 선생 같은 경우에도 노트에는 상당히 상세하게 언급되어 있고 경남을 대표하는 독립 운동가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두 분에 대한 기록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경남독립운동소사를 기증한 사람은 2대에 걸친 독립운동가 후손, 변재괴 씨입니다.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았던 가족의 삶은 해방 이후에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변재괴/변상태의 손자·변지섭의 아들 : "해방 후에는 할아버지가 집 한 채 없이 땅 한 평 없이 그렇게 어렵게 사시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마음이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의 아버지이자, 석당 변상태 선생의 아들인 변지섭 선생은 ‘일본 교육은 노예 교육’이라 적었다는 이유로 퇴학당하고 일본 탄광에 강제 징용됐습니다.
그리고 서예가로, 저술가로 살아오다 2020년, 일제 식민교육에 대한 저항을 뒤늦게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이 추서됐습니다.
손때 묻은 유품 모두 후손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지만, 필요한 곳에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안의 가보를 경남기록원에 기증한 겁니다.
[변재괴/변상태의 손자·변지섭의 아들 : "많은 연구자가 연구를 하고 또한 거기에 담겨 있는 많은 인물들, 그리고 독립운동의 서훈을 받지 못한 그런 분들을 추가로 좀 발굴했으면 그런 심정으로 기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마음 덕분일까요.
개인의 자료이자 가문의 보물이기도 한 자료들은 독립운동의 여러 장면을 담고 있어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 활용됩니다.
경남기록원은 기록물을 수집한 뒤 보존과 정리, 디지털화, 해석 작업을 거쳐서 더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기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경남독립운동소사 역시 잊힐 뻔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다시 증명하는 단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가희/경상남도기록원 기록연구사 : "(3·1운동 이후에) 고초도 당하셨는데 차후에 서훈을 받으려고 보니까 호적상 이름이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이름이 맞지 않아서 서훈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유일하게 독립운동소사 책과 독립운동소사 노트에 집에서 부르는 이름이랑 호적상 이름이 같이 병기가 되어 있더라고요."]
소중히 간직해 온 보물과 같은 자료를 경남기록원에 기증해 준 분들 덕분에 우리는 잊힌 독립운동가의 이름들을 다시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안순형/창원대학교 사학과 교수 :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잊혀졌던 혹은 희미했던 그러한 분들이 다시 소환됨으로써 우리 후손들에게 자주 독립의 중요성을 부각해 줄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조국의 독립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독립운동가의 이름까지 기록으로 찾아내고 기억하는 일, 조용하고도 긴 여정이 경남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한동민/내레이션:신유진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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