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오폭 1년, 버려진 상흔] “그때는 몰랐다…마음이 먼저 망가진 걸”
비틀린 지붕 무너질까 걱정
軍, 수리 대신 고작 임시 비닐
폭발 후유증 손 떨리기 시작
쌀 씻는 것조차도 힘들 지경
공포의 일상…피해는 진행형
수면제 120알 '최후의 보루'
[집 마당에 폭탄 떨어진 송씨]
아프고 잘 안들려 고통 호소
국군 병원은 “보청기” 답변만
머리서 발끝 극도의 공포감
최선 다해 피해 돕겠다더니
정부·군 외면에 두려움 커져
밤마다 악몽 절망적 진단 뿐

폭격은 멈췄지만 1년 전 폭탄이 떨어졌던 노곡리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과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집 앞마당에 폭탄이 떨어져 트라우마 증상이 생긴 노곡2리 주민 송모(70)씨는 그 날 전후의 기억을 부분 부분 잃었고, 수십개의 약을 꼬박꼬박 챙겨먹음에도 어린 아이 몸무게 만큼 체중이 줄었다. 여전히 밤마다 악몽을 꾸지만, 죽을 때까지 공포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을 거란 절망적 진단 뿐이다. 불안 증세가 심해진 노곡3리 주민 김연자(65)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충격파로 뒤틀린 집이 '언제 무너져 내릴까' 염려하며 망가져가는 집 안에서 나오지도, 살지도 못하는 그. 수면제 120알을 최후의 보루처럼 모으는 삶 속에서 꺼내줄 방법은 없을까.

#1. 폭발은 전화를 받으려던 순간 일어났다. 집 앞마당에 서있었고, 지인의 전화를 받으려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였다. "저절로 버튼이 눌렸어요, 놀라서." 가늘게 떨리는 말끝에 다시 그날의 공기가 스며들 듯, 그의 숨이 가늘어졌다.
집 앞마당에 폭탄이 떨어진 그날 이후 송씨(70)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고통을 호소하며 찾아간 국군 병원에서는 "밖에 나가서 보청기를 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설명도, 위로도 없었다.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려 죄송하다더니, 최선을 다해 피해를 돕겠다더니, 괘씸했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귀보다 먼저 망가진 것은 마음이란 걸.
집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지붕 기와와 3중 방화창이 파편으로 깨져 사방에 튀었다. "그 순간엔 집에 불이 난 줄 알았어요. '왜 불이 났지?' 생각하다…." 기억은 거기서 끊긴다. 필름이 타버린 자리처럼 기억도 군데군데 비어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이다.
국군 병원에서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옮겨 다닌 지도 1년여가 되어 간다. 수면제, 안정제, 우울증 약 등 한달치 약봉지가 탁자 위에 수북하다. 약으로 버린 속 때문에 위장약도 더했다. "몸도 아프지만 마음이 더 아파." 사고 전 80㎏이 넘던 체중은 16㎏이 빠졌다. 그런 그에게 의사는 말했다. "죽을 때까지 안 잊힐 겁니다."
의사의 말처럼 그날 이후 송씨는 사람 많은 곳에도 가지 못한다. 연기 냄새가 나면 심장이 먼저 내려앉는다. 차를 타고 병원에 가는 한 시간 동안, 마음은 내내 벼랑 끝에 서 있다. 극도의 공포감이 저도 모르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밤이면 쫓기는 꿈을 꾸고, 일상을 가득 채우던 기분 좋은 소음은 뭉개져 알 수 없는 웅성임이 됐다. 정부와 군, 그 누구도 손 내밀어주지 않아 두려움은 더 커진다.

#2. 김연자(65)씨는 작년부터 모은 수면제가 120알이라고 했다. 떨리는 손으로 모아놓은 약봉지를 꺼내 보여주는 모습에 단호함마저 느껴지자, 그가 받아온 고통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전해졌다.
지난해 3월 폭탄이 앞마을을 직격하자 김씨의 집은 빨래를 짜듯 비틀렸다. 충격파가 하천을 건너 그의 집에도 그대로 닿은 것이다. 이 때부터 "우리 집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하는 공포가 시작됐다. 보일러실이 터지며 물이 샜고 현관 불이 나갔으며, 전기 온수기가 휘고 벽 안 깊이 금이 갔다. 어긋난 지붕에선 빗물마저 줄줄 흘러내렸다. 덕분에 이불은 곰팡이 냄새로 가득 차 여덟 채를 버렸다.
더 큰 상처는 몸 안에 남았다. 폭발 직후부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밥을 지으려 쌀을 씻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간신히 잠들어도 사고 장면이 되살아나는 악몽에 시달린다. 여전히 가슴이 뛰어 집 밖으로 나가는 일도 쉽지 않다.

얼마 후부턴 물만 마셔도 설사가 멈추지 않아 하루 스무 번도 넘게 화장실을 오가는 날이 다섯 달 넘게 이어졌다.
비가 새고 무너진 지붕을 덮어달라고 군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이 임시로 씌워준 비닐은 얼마 못 가 바스러졌다.
굉음을 동반한 군사 훈련은 계속되고 있다. 일상이 무너졌다. 김씨의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노곡리 주민들의 이야기는 인천일보 유튜브 영상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QR코드)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글=이광덕·김현우·박지혜·김혜진 기자
사진=김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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