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노인과 어른

김명균 주필 2026. 3. 3. 19: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명균 주필

사람은 생명이 잉태된 순간부터 사망할 때까지 호칭이 계속 바뀐다. 잉태되면 '태아'라고 한다. 태아가 세상 밖으로 나와야 사람이 된다. 시간이 가면서 영아·유아, 어린이, 청소년, 청년, 중년, 장년이 된다. 순서는 같지만, 자연히 60세가 넘게 되면 호칭이 바뀐다. 어떤 사람은 '노인', 또 어떤 사람은 '어른'으로 불린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된다고 믿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나이는 노인을 만들 수는 있어도 어른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노인은 시간의 결과이지만, 어른은 태도의 선택이다. 노인은 과거를 많이 가졌지만, 어른은 책임을 많이 진다. 노인은 경험을 말하지만, 어른은 판단을 증명한다. 노인이 건강하면 건강할수록 가족들이 괴롭다. 나이가 들수록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기중심적으로 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가면 아무런 노력을 안 해도 노인이 된다. 그러나 오직 자기밖에 몰라 외톨이로 살아가게 된다.

반면, 매일 자신을 죽이는 사람이 어른이 된다. 자신을 죽인다는 것은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젊었을 때 열지 못했던 지갑도 열게 되고 하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는 옛말도 어른으로 가는 방향을 제시한다. 나이 들수록 말수는 줄이고, 베풀라는 뜻이다. 어른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모인다. 자기 일에 책임을 질 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나이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삶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나이가 많아져 자연히 호칭이 붙는 '노인'과 성숙·배려·책임감이 있는 '어른'은 구분이 된다. 노인의 특징은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노인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기 경험을 강요하며 잔소리도 한다. 노인은 자신이 약해졌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려 한다. 자식들에게 기대거나 사회가 자신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른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젊은 세대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려 한다. 어른은 말의 무게도 안다. 감정이 사실을 앞서지 않게 하고, 분노가 판단을 대신하지 않게 한다. 자신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려고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노인은 넘쳐나지만, 어른은 귀한 듯하다. 나이 든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존중은 태도와 책임에서 비롯돼야 한다. 나이를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 사회는 늙어가지만, 어른을 길러내는 사회는 성장하기 때문이다.

/김명균 주필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