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어"…젊음 사라진 광주 대학로
신학기 ‘개강 특수’ 이젠 옛말
곳곳 ‘임대’ 현수막…공실 심각
학령인구 감소·소비 패턴 변화
전문가 "공간 재설계 고민해야"

"개강하면 좀 나을 줄 알았죠. 그런데 이젠 학생들 그림자 보기도 힘듭니다."
3일 낮 12시께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후문 인근. 2026학년도 새 학기를 맞은 대학생들이 북적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 때 지역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며 발 디딜 틈 없었지만, 이젠 큰 도로변이나 초입만 다소 붐빌 뿐이었다.
이곳에서 11년째 당구장을 운영 중인 강모(70)씨 표정에도 수심이 깊었다. 점심 시간임에도 총 13개 당구대에 손님은 단 한 명뿐. 강 씨는 "예전엔 학생들로 골목이 꽉 찼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매출은 코로나 때랑 비슷한데 고정비는 크게 올라 남는 게 없다. 사실상 코로나 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8년째 국밥집을 운영 중인 김모(32·여)씨도 "개점 이후 매년 매출이 줄고 있다"며 "학생 뿐 아니라 인근 북구청 공무원, 일반인 손님 자체도 발길이 끊기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날 남도일보 취재진이 전남대 후문 일대를 둘러본 결과,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은 점포만 31곳에 달했다. 1분에 한 번꼴로 폐업 현황을 마주한 셈이다.
이러한 불황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전남대 인근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전국 평균(13.8%)의 3배 가량 웃도는 37.11%를 기록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19.72%에 달했다. 지역 대학 상권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방증이다.
같은날 찾은 동구 조선대 인근 상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남대보다는 유동인구가 눈에 띄었으나, 정작 식당가 안쪽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백반집을 운영해온 최모(64) 씨는 "예전엔 점심시간이면 줄을 섰는데, 지금은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가게를 접어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선대 상권은 인근 동명동 '카페 거리'로의 고객 유출이 심각하다. 학생들은 식사는 저렴한 편의점이나 배달로 해결하고, 소비는 '핫플레이스'로 이동하는 이분화된 패턴을 보인다.

불황의 근저에는 인구 구조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광주·전남 재적 대학생 수는 지난 2016년 8만6천280명에서 지난해 7만1천973명으로 16.6% 줄었다.
수요 자체가 줄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Z세대의 변화된 소비 문화가 쐐기를 박았다. 배달 플랫폼 등 온라인 시장 급성장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상권의 부활을 위해선 기존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컨대 빈 점포를 청년 창업 공간으로 활용해 대학·상인과 연계하는 청년 문화 플랫폼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