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활동하고 밤에 쉬어야 하는 이유 [강석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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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즉 낮에 활동하고 밤에 쉬어야 하는 주행성 동물이 야간 조명과 각종 일거리와 놀거리에 둘러싸여 생활 리듬이 교란되면서 심신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최근 의학계에서도 하루 24시간 주기, 즉 일주리듬의 중요성을 강조해 낮에는 밝은 곳에서 신체 활동을 많이 하고 밤에는 조명을 낮추고 정적으로 지내라고 권고하고 있으니 바람직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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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나이가 들수록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성형공화국에 살면서 무슨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냐고 할 독자도 있겠지만 여기서 ‘생긴 대로’는 꼭 외모를 뜻하는 건 아니다. 즉 나의 기질이나 체질(생리)에 따른 삶을 살아야 본인도 덜 힘들고 주위에서 보기에도 자연스럽다.
21세기 들어 지구촌 팬데믹으로도 불리는 비만(또는 대사질환)과 우울증의 만연 역시 인간이 생긴 대로 살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 아닐까. 즉 낮에 활동하고 밤에 쉬어야 하는 주행성 동물이 야간 조명과 각종 일거리와 놀거리에 둘러싸여 생활 리듬이 교란되면서 심신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지난주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우리가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데 일주리듬도 예외가 아님을 새삼 깨닫게 한 논문이 실렸다. 포유류에서 야행성이 주행성으로 바뀌게 된 세포학적 기초를 밝힌 연구 결과다.
6600만년 전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돌진하기 전까지 포유류는 공룡의 위세에 밀려 낮에는 숨어 지내고 밤에 돌아다니는 야행성 동물이었다.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하면서 살아남은 포유류 가운데 낮에 활동하는 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날 사람을 포함해 영장류 대다수는 주행성이 됐다.
영국 엠알시(MRC)분자생물학연구소를 비롯한 공동연구팀은 다양한 실험 조건에서 야행성 동물인 생쥐와 주행성 동물인 사람의 반응 데이터를 분석해 야행성에서 그 반대인 주행성이 생겨난 과정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뜻밖에도 비밀은 단백질 합성 경로에 있었다. 야행성 동물은 주변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그에 따라 세포가 만드는 단백질 양도 차이가 컸지만 주행성 동물은 둔감하고 차이도 작았다.
생쥐 세포에 약물을 처리해 단백질 합성을 온도에 둔감하게 하면 세포 활동 패턴이 주행성으로 바뀐다. 결국 야행성 동물에서 단백질 대사 관련 몇몇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온도 변화에 둔감해지면서 주행성 동물이 진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퇴행 아닐까.
에너지 효율의 관점에서 포유류 같은 항온동물은 야행성이 불리하다. 온도가 떨어지는 밤에 움직여야 하므로 그만큼 에너지가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기 포유류가 야행성으로 진화한 건 낮이 공룡의 시간대였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에너지의 불리함을 감수하는 게 살아남는 길이었다. 그 뒤 공룡이 사라지자 에너지 효율적인 주행성이 빠르게 진화하며 낮과 밤 모두 포유류가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
흥미롭게도 야행성 동물이 굶주리면 일주리듬이 바뀌어 낮에 더 많이 활동한다. 굶어 죽느니 잡아먹힐 위험을 무릅쓰고 먹이활동에 나서는 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야행성 동물은 여건에 따라 일주리듬 변화가 좀 더 유연하다. 야생 조상이 야행성(엄밀히는 어스름에 활동성이 큰)인 개와 고양이가 주행성 동물인 사람에 맞춰 잘 사는 배경이다(그럼에도 낮잠을 많이 잔다).
반면 주행성 동물은 에너지 효율이 최적인 상태라 일주리듬을 바꾸기 어렵다. 개나 고양이와는 달리 우리 인간은 생긴 대로 살지 않으면 심신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최근 의학계에서도 하루 24시간 주기, 즉 일주리듬의 중요성을 강조해 낮에는 밝은 곳에서 신체 활동을 많이 하고 밤에는 조명을 낮추고 정적으로 지내라고 권고하고 있으니 바람직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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