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유전자·윤승태>해양학자의 환경일기 ‘마흔두 번째 기록-겨울을 건너, 영국에서 되찾은 연구의 온도’

Ocean Sciences Meeting, 일명 OSM은 미국 지구과학회(AGU), 미국 해양·담수과학 학회(ASLO), 미국 해양학회(The Oceanography Society)가 공동 주최하는 대규모 국제 해양학 학술대회다.
전 세계 해양과학자들이 2년에 한 번씩 모여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올해 회의는 스코틀랜드의 산업 도시 글래스고에서 열렸다.
산업혁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로, 작년부터 많은 과학자들이 참석 계획을 세우며 기대를 모았다. 이 연구 회의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다 보니 유럽권 연구자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영국 대학이나 기관들에서 학회를 전후로 스코틀랜드를 찾는 해외 연구자들에게 세미나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필자 역시 학회 직전 영국 동부에 위치한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University of East Anglia) 환경 과학 대학(School of Environmental Sciences)의 AOC(Atmosphere-Ocean-Climate) 세미나 연사로 초청을 받았다.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은 1960년대 설립된 비교적 젊은 대학이지만, 기후와 환경 연구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특히 기후과학 분야의 연구 성과와 정책 기여로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온 곳이다.
필자는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극지 물리해양학 권위자인 Karen Heywood 교수님과의 인연으로 세미나에 초청받을 수 있었다. 남극해를 함께 연구하며 쌓아온 학문적 연결고리가 또 하나의 기회를 만들어준 셈이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려 기차로 두 시간을 달려 노리치에 위치한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 도착했다. 공원 산책로가 어우러진 캠퍼스는 봄학기의 중간 휴가 기간이라 매우 차분했다.
세미나에서는 환남극 심층수(Circumpolar Deep Water; CDW)의 미래 특성 변화가 서남극 빙붕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 결과, 그리고 올해 스웨이츠 해역에서 수행한 관측의 예비 결과들을 소개했다.
분필 칠판이 남아 있는 전통적인 강의실에서 발표를 하는 경험도 인상적이었다. 발표 후에는 Karen 교수님 실험실의 학생들과 둘러앉아 각자의 연구를 놓고 토론을 이어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원생과 박사후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연구 지원 사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학생들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함을 느꼈다.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서의 짧지만 강렬한 연구 여정을 마치고 글래스고로 이동해 OSM에 참석했다. 구두 발표를 하고 극지 해양과 관련된 다양한 포스터 앞에서 동료 연구자들과 열띤 토론을 나눴다.
오랜만에 만난 해외 동료들과의 대화는 연구 아이디어뿐 아니라 큰 에너지도 줬다. 서로 다른 해역에서 얻은 관측 자료와 해석을 비교하며,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도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지금 필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스코틀랜드의 흐린 하늘 아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여독은 쌓였지만, 연구를 이어갈 힘이 온전히 되살아난 기분이다.
긴 겨울을 건너며 나 자신도 모르게 식어 있던 연구의 온도를 이곳에서 다시 되찾았다. 연구는 결국 사람을 만나고 질문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며칠 후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