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나부코·150주년 링 시리즈·투란도트…오페라 팬들 심장이 뛴다

이혜진 선임기자 2026. 3.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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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자체제작 등 올해 라인업 풍성]
예술의전당 ‘투란도트’ 이탈리아 정통 레퍼토리 승부수 띄워
국립오페라단 ‘라인의 황금’ 바그너 반지 4부작 대장정 시작
서울시오페라단 ‘나부코’ 60명 시민 합창단으로 웅장함 더해
대구오페라하우스 ‘리골레토’ 국가대극원과 첫 韓中 공동제작
페스티벌선 ‘코지 판 투테’·‘사랑의 묘약’ 등 다양한 작품 올려
2024년 내한한 ‘투란도트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공연의 한 장면. 사진제공=솔오페라단


올해 오페라 공연계에는 기대작이 풍성하다. 푸치니와 베르디의 대작, 바그너의 ‘반지 시리즈’, 한·중 공동제작까지 특색 있는 자체 제작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다. 예술의전당과 국립오페라단은 브랜드 레퍼토리 구축에 본격 나섰고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국경을 넘는 협업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예술의전당은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야심작으로 선보인다. 지난해 신작 오페라 ‘물의 정령’을 세계 초연했던 예술의전당은 올해 정통 레퍼토리로 승부수를 띄운다. 푸치니의 유작이자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무대, 이국적인 서사가 결합된 대작이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해외 프로덕션 내한 공연에 의존해 왔다. 2024년 하반기 이탈리아 팀이 두 차례 내한해 화제를 모았으나, KSPO돔·코엑스 특설무대 등에서 열린 공연은 음향과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다. 올해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만큼 전용 극장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로베르토 아바도가 지휘봉을 잡아 정통 푸치니 사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모은다. 칼라프 역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테너 백석종이 국내에서 전막 데뷔를 한다. 독일 쾰른 오페라극장 전속 테너 김영우가 더블캐스팅됐다. 투란도트 역은 소프라노 에바 플론카와 서선영, 류 역은 황수미와 신은혜가 맡는다. 공연은 7월 22~23일과 25~26일, 총 4회 진행된다.

국립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리는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도 기대작이다.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의 서막으로, 2028년까지 전편을 완성하는 대장정의 시작이다.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반지를 둘러싼 신과 난쟁이, 거인들의 비극적 서사는 바그너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올해는 ‘링 시리즈’가 1876년 바이로이트에서 초연된 이후 15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지휘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전문 지휘자인 로타 쾨닉스가 맡고, 연출은 지난해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으로 호평을 받은 로렌조 피오로니가 담당한다. 공연은 10월 29일~11월 1일로 예정돼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6월 18~21일 국내 초연하는 ‘피터 그라임스’는 평론가들이 ‘올해 꼭 봐야 할 오페라’로 꼽는 작품이다. 현대 오페라 거장 벤저민 브리튼이 1945년 초연한 이 작품은 영국 현대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조지 크래브의 시 ‘보로’를 원작으로 한 심리 스릴러다. 사회적 편견과 집단의 폭력이 고립된 개인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날카롭게 그려낸 수작으로, 20세기 오페라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1986년 서울시오페라단의 ‘나부코’ 초연 중 한 장면.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이 1986년 국내 초연 이후 40년 만에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를 무대에 올린다. 1842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나부코’는 베르디를 단숨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 제국의 예루살렘 정복과 유대 민족의 포로 생활을 배경으로, 권력을 향한 욕망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장대한 합창과 폭발적인 아리아로 풀어낸다.

특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잘 알려진 ‘가라, 상념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Va, pensiero, sull’ali dorate)‘는 조국을 잃은 민족의 비애와 귀환의 염원을 담아 오늘날까지 가장 사랑받는 합창곡으로 꼽힌다. 1901년 베르디의 장례식에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지휘 아래 수천 명이 이 곡을 합창했던 일화는 전설처럼 전해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60명 규모 시민합창단이 더해져 더욱 웅장한 울림을 예고한다.

이번 무대는 오페라판 ‘왕좌의 게임’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드라마 연출과 ‘운명의 체스판’ 콘셉트로 고대의 원초적 에너지를 시각화한다. 대형 무대 장치와 역동적인 동선, 상징적인 의상이 어우러져 대작 오페라의 스케일을 극대화한다. 공연은 4월 9~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4회 열린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기대작은 4월 24~25일 선보이는 베르디의 ‘리골레토’다. 이 작품은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중국 국가대극원의 공동제작·공동배급으로, 한국 오페라 역사상 중국과 함께 만든 첫 공동제작이다. 대구 공연 이후 9월에는 베이징 중국 국가대극원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리골레토 역에는 바리톤 이동환과 레온 킴, 질다 역에는 소프라노 장원친과 이혜정, 만토바 공작 역에는 테너 유준호와 권재희가 캐스팅됐다.

민간 영역에서도 오페라 축제의 열기는 이어진다.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가 주최하는 제1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레퍼토리가 관객을 기다린다. 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는 베세토 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5월 22~24일), 라벨라 오페라단의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5월 29~31일), 글로리아 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6월 5~7일)이 차례로 오른다. 자유소극장에서는 더뮤즈 오페라단의 ‘치즈를 사랑한 할아버지’(6월 27~28일)와 이로움문화의 ‘헨젤과 그레텔’(7월 4~5일)이 무대에 올라 가족 관객까지 폭넓게 끌어안는다.

송주호 음악 평론가는 “올해는 거장들의 고전 대작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작품들까지 특색 있는 구성으로 오페라 라인업이 갖춰졌다”며 “특히 극장들이 자체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이혜진 선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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