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로맷 아카이브: 히든 스토리’ 벨기에 신부가 전해준 태극기

손봉석 기자 2026. 3. 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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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글로벌 채널 아리랑TV 외교 다큐멘터리 ‘디플로맷 아카이브: 히든 스토리(Diplomat‘s Archives: Hidden Stories)’에서 ‘벨기에 신부가 전해준 태극기’가 방송이 됐다.

이날 방송에는 브루노 얀스(Bruno Jans) 주한 벨기에 대사, 앤서니 클라크(Anthony E. Clark) 휘트워스대학교 중국사 교수, 송명호 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 전문위원, 장태한(Edward Taehan Chang)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소수인종학과 교수 겸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 소장이 출연했다.

제106주년 삼일절을 맞아 전국에서 태극기 게양이 이뤄지는 와중에 독립기념관 제6전시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태극기와는 사뭇 다른 태극기가 전시돼 있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라 불리며, 보물 제2141호로 지정된 이 태극기에 숨겨진 놀라운 이야기가 ‘디플로맷 아카이브: 히든 스토리(Diplomat‘s Archives: Hidden Stories)’에서 공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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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서명문 태극기’의 생김새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태극은 세로 방향으로, 건곤감리 4괘도 반대 방향으로 배치돼 있다. 심지어 오른쪽에는 글까지 쓰여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매우사 신부에게 부탁하오. 당신은 우리의 광복 운동을 성심으로 돕는 터이니 이번 행차의 어느 곳에서나 우리 한인을 만나는 대로 이 의구(義句, 올바른 글)의 말을 전하여 주시오. 지국(止國, 망국)의 설움을 면하려거든, 자유와 행복을 누리려거든, 정력ㆍ인력ㆍ물력을 광복군에게 바쳐 강노말세(强弩末勢, 힘을 가진 세상의 나쁜 무리)인 원수 일본을 타도하고 조국의 독립을 완성하자. - 1941년 3월 16일 충칭에서 김구 드림”

김구 주석의 간곡한 부탁을 받은 매우사 신부는 과연 누구일까? 매우사 신부의 약력은 놀랍게도 브루노 얀스 주한 벨기에 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얀스 대사는 “매우사 신부는 벨기에 출신의 가톨릭 신부이며, 대구대교구에 소속돼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목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매우사 신부의 본명은 샤를 매우스(Charles Meeus)로, 벨기에에서 설립된 전교회협회(Société des Auxiliaires des Missions, 이하 SAM) 소속 신부였다. 그는 1935년부터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했으며, 주카이민(朱開敏) 주교로부터 사제 서품을 받고 중국으로 귀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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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톨릭 선교 활동을 연구한 앤서니 클라크 휘트워스대 교수는 매우사 신부가 아시아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SAM 선교사들의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유럽 사회 안에 아시아에 대한 존중을 확립하려 했다는 데 있다. 그들은 아시아가 유럽 문화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고유의 문화를 스스로 기념하고 지켜 나갈 수 있도록 힘썼다.”

매우사 신부가 중국에서 활동하던 시기는 중일전쟁(1937~1945) 시기였으며, 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충칭에서 활동하던 때와 겹쳤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항일 운동’이라는 공통의 목표는 매우사 신부와 임시정부 인사들 사이에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송명호 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 전문위원은 “김구 주석과 긴밀한 관계에 있던 위빈(于斌) 주교를 통해 매우사 신부와 김구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위빈 주교가 임시정부 광복군을 위해 환송식을 열었을 때 참석한 20명의 주요 인사 가운데 매우사 신부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은, 양측이 상당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1941년 미국으로 출장을 가게 된 매우사 신부는 김구 주석으로부터 친필 서명이 담긴 태극기를 미국의 한인들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렇게 이 태극기는 미국 한인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부인 이혜련 여사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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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인사를 연구한 장태한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소수인종학 교수는 “태극기가 전달된 1942년은 안창호 선생이 1938년 서거한 이후였다. 김구 주석은 임시정부와 대한인국민회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미국 한인사회에서 큰 존경을 받고 있던 이혜련(Helen Ahn) 여사에게 자신이 서명한 태극기를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덧붙여 송 전 위원은 “태극기의 기원은 18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1919년 3월 1일 만세 운동을 계기로 태극기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강력한 무기가 없던 한국 사람들을 규합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구심점이 바로 태극기였다”며, 매우사 신부가 전해준 것은 단순한 태극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공무원이기도 했던 송 前 위원은 태극기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매우사 신부의 존재를 학계와 사회에 알렸으며, ‘김구 서명문 태극기’를 포함한 태극기 관련 국가유산 21점을 등록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국 독립의 염원이 담긴 태극기와 벨기에인 신부의 특별한 인연을 다룬 ‘디플로맷 아카이브: 히든 스토리 – 벨기에 2편’은 아리랑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송이 됐고 아리랑TV 유튜브 채널에서도 풀버전을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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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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