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국방부 계약 ‘성급했다’ 인정… “국내 감시 금지 명문화”
계약서에 ‘미국인 국내 감시 금지’ 문구 추가
NSA 등 정보기관 사용 배제도 재확인
앤스로픽과 결렬 직후 체결… 이용자 반발 확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 엑스(X)에 내부 메모를 재게시하며 “지난 금요일 계약 발표를 서두르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을 완화하고 더 나쁜 결과를 피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기회주의적이고 허술해 보였다”고 인정했다.
수정안에는 ‘AI 시스템은 미국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미국 시민과 국민에 대한 국내 감시에 의도적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포함된다. 또 ‘상업적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활용한 고의적 추적·감시·모니터링도 금지된다’는 점을 국방부가 이해하고 동의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올트먼은 국방부가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이 오픈AI의 도구를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술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영역이 많고, 안전을 위해 필요한 균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기술적 안전장치를 국방부와 함께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경쟁사 앤스로픽과 국방부의 협상이 결렬된 직후 불거졌다. 앞서 앤스로픽은 자사 AI ‘클로드’가 미국 내 대규모 감시나 인간 통제 없는 자율무기에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앤스로픽은 지난해 국방부 기밀 네트워크에 AI 모델을 처음 배치한 업체다. 그러나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하는 군 작전에 클로드가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사 활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AI가 앤스로픽과 국방부의 협상이 결렬된 직후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자 온라인에서는 비판이 확산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챗GPT 구독을 해지하고 클로드로 이동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올트먼은 “앤스로픽이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돼서는 안 된다”며 “국방부가 우리와 합의한 것과 동일한 조건을 그들에게도 제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챗GPT 앱 일일 삭제 건수는 전날 대비 295% 증가했다. 최근 30일 평균 일일 삭제 증가율이 9%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오픈AI가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전쟁부’로 재명명된 국방부와 AI 활용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타난 변화다. 국방부와 계약 발표가 공개되자 이용자 반응이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셈이다.
다운로드 지표도 흔들렸다. 챗GPT의 미국 내 다운로드는 계약 발표 직전인 지난달 27일 14% 증가했으나, 28일에는 13% 감소로 돌아섰다. 이달 1일에도 5% 추가 하락했다. 성장세가 하루 만에 꺾인 것이다.
반면 경쟁사인 앤스로픽의 AI 챗봇 클로드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앤스로픽이 국방부와의 협력을 거부했다고 밝힌 뒤, 미국 내 클로드 다운로드는 지난달 27일 37%, 28일 51% 각각 증가했다. 센서타워는 “일부 소비자들이 앤스로픽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앱 순위도 급변했다. 클로드는 지난달 28일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1위에 올랐고, 이달 2일 현재까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2일 대비 20계단 이상 상승한 결과다. 또 벨기에, 캐나다, 독일,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위스를 비롯한 6개국에서도 무료 아이폰 앱 1위를 기록했다.
이용자 평점에서도 여론 변화가 감지됐다. 센서타워는 지난달 28일 챗GPT의 미국 내 1점 리뷰가 전날 대비 775% 급증했고, 이달 1일에도 100% 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5점 리뷰는 같은 기간 50% 감소했다. 계약에 대한 반발이 평가 점수로 표출된 것이다.
다른 데이터 업체들도 유사한 흐름을 확인했다. 앱피규어스는 지난달 28일 클로드의 미국 일일 다운로드가 처음으로 챗GPT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클로드의 미국 다운로드 증가율은 하루 만에 88%에 달했다. 또 시밀러웹은 최근 일주일 간 클로드의 미국 다운로드가 올해 1월 대비 약 20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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