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부권 요청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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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판소원 도입,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대폭 증원을 골자로 한 이번 입법은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뿌리를 흔드는 구조적 변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고 눈치를 보다가 사법부를 망쳤다는 오명을 역사에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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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판소원 도입,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대폭 증원을 골자로 한 이번 입법은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뿌리를 흔드는 구조적 변화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충분한 국회논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이제 국무회의를 거쳐 이재명 대통령이 공포하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하부권력으로 자리잡게 되고, 판사들은 법왜곡죄 때문에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다. 또 이 대통령은 임기 중 무려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대법원을 완벽하게 장악하게 되고, 결국 삼권분립은 사라지게 된다.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의 책임이 막중하다. 조 대법원장이 3일 출근길에 입을 열었다. 그는 '사법 3법' 국회 통과에 대해 "국회 입법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갑작스러운 개혁과 변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시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론적 당부로는 부족하다. 또 문제는 '갑작스러운 개혁과 변혁'이 아니라, '사법 3법의 내용'이다. 대법원장이 침묵과 신중 사이에 머문다면 역사는 조 대법원장이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을 배신했다고 기록할 것이다. 사법부의 헌법적 책무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키는 데 있다. 필요하다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식 요청하는 것도 그 책무의 일부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어떤 식으로 소임을 다할지에 대해 말을 아꼈다. 뿐만 아니라, "법관들이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는 뜬구름 잡는 하소연도 내놓았다. 지금 변호사들까지 앞장서서 "사법파괴 3대 악법으로 헌법과 주권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강력 규탄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사법부 수장은 하나마나한 말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번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도 의견이 모아졌듯이 사법 3법은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고 눈치를 보다가 사법부를 망쳤다는 오명을 역사에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해야 한다.
공은 이제 이재명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이번 사법 3법이 자신의 재판과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은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입법부를 부정하는 권한이 아니라, 숙고를 요구하는 헌법적 안전장치다. 위헌 논란과 절차적 졸속이라는 비판이 거센 법안이라면 한 번 더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 순리다. 사법 신뢰는 속도전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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