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오만만 이란 함정 11척 격침”…이란은 주사우디 미 대사관 공격

미국이 2일(현지시각) 이란 오만만에 배치된 이란 함정 11척을 격침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유조선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한 직후 나온 조처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틀 전만 해도 이란 정권은 오만만에 11척의 함정을 배치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단 한 척도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오만만은 이란 남부 연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걸프 해역(페르시아만)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과 맞닿은 전략적 해역이다.
중부사령부는 해당 게시물에 해상에서 선박을 격침하는 12초 분량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란 정권은 수십 년 동안 오만만에서 국제 해운을 괴롭히고 공격해 왔다. 이런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해상 항해의 자유는 80년 넘게 미국과 세계 경제 번영의 토대가 되어 왔다. 미군은 이를 앞으로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발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직후 나왔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의 보좌관인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현지 매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폐쇄됐다. 이곳을 통과하려는 모든 유조선을 불태우겠다”며 “이 지역의 송유관도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도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미 국무부 전문을 인용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 주재 미 대사관이 2대의 드론에 의해 공격받았다”며 “드론이 청사 본관 지붕과 외곽 구역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방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이 드론 공격을 받아 작은 화재가 발생했고, 건물에 경미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미국 대사관 측은 제다와 리야드 등 지역에 대피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후 두바이, 도하, 마나마 등 미군 기지가 있는 걸프 지역 주요 도시를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왔다. 미군 기지뿐 아니라 민간인들이 이용하는 공항·호텔·아파트 등 교통 인프라와 민간 주거·상업시설까지 공격해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가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됐다. 1일까지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165기와 드론 541기 가운데 일부가 방공망을 뚫어 3명이 사망했고 두바이 국제공항이 드론 공격으로 일부 파손돼 직원 4명이 다쳤다. 관광지 팜 주메이라 인근 호텔에서도 샤헤드 드론이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에 항의하며 이란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사절단 철수를 발표했다. 카타르는 국제공항 등 민간 기반시설을 겨냥한 드론과 발사체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에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외교장관은 지난 1일 화상 회의를 열어 이란의 ‘배신적 공격’을 규탄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국가 안보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공격에 대한 대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걸프협력회의에는 아랍에미리트 (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가 포함된다.
이란은 미군 시설만을 겨냥한 ‘방어적 대응’이라며 민간 시설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과의 통화에서 “걸프 국가들에 적의는 없으며, 미군 기지에 대한 대응이 이들 국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란혁명수비대에 따르면,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는 12대의 드론 공격을 받았고, 아랍에미리트 공군기지는 드론 6대와 탄도미사일 5기 공격을 받았다. 또, 바레인에 있는 미 해군 시설도 드론 6대 공격을 받았다.
미국의 군사작전과 이란의 반격이 이어지면서 중동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작전 종료 시점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양쪽의 충돌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이란 군사작전에 대해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우리는) 갖고 있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라크 전쟁과 같은 끝없는 전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동시에 “특정 기간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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