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못 쉰다”…대구 서비스노동자 10명 중 4명, 연차도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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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서비스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이 여전히 '저임금·장시간·감정소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도 쉬지 못하는 이른바 '아픈 노동(프리젠티즘)'과 직장 내 괴롭힘, 고객들의 폭언 문제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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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서비스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이 여전히 '저임금·장시간·감정소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도 쉬지 못하는 이른바 '아픈 노동(프리젠티즘)'과 직장 내 괴롭힘, 고객들의 폭언 문제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서비스노동자 노동실태와 의식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는 2025년 6월9일부터 7월11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됐다. 돌봄·보건, 교육, 유통·판매, 콜센터, 미화·경비 등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업종의 지역 서비스노동자 815명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0~300만 원 미만이 37.7%로 가장 많았고, 100~200만 원 미만도 33.6%에 달했다. 100만 원 미만 초저임금 노동자도 8.2%였다. 응답자 10명 중 절반 이상이 월 200만 원을 넘기지 못하는 셈이다.
고용 형태 역시 불안정했다. 기간제 계약직이 37.1%, 단시간 노동자가 35.8%로 조사돼 상시·지속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불안정 고용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초과 52시간 이하'가 38.7%로 가장 많았고, 법정 기준을 넘는 '주 52시간 초과'도 6.5%였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구조가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휴식권과 건강권 문제다. 최근 1년간 몸이 아팠음에도 출근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44.8%에 달했다. 반면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도 42.6%였다. 휴게시간 보장 역시 충분치 않았다.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21.0%로 나타났다. 고객 응대가 끊이지 않는 현장 특성상 '눈치 휴식'이 일상화됐다는 증언도 뒤따른다.
감정노동의 그늘도 짙다. 응답자의 59.9%가 업무 중 고객으로부터 폭언이나 부당한 요구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30.4%에 이르렀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곧 이직 의향으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55.8%가 현재 직장을 옮기고 싶다고 답했다. 서비스 현장의 숙련 인력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노동조합 가입률은 30.7%에 그쳤다. 조직적 보호망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개별 노동자가 감내해야 할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노동은 돌봄, 보건, 유통, 교육 등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필수분야'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그 필수성이 정작 노동자의 권리 보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생활임금 수준의 임금 보장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화 △연차·휴게시간 사용 실효성 확보 △고객 폭언 방지 및 감정노동 보호 매뉴얼 강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시스템 구축 등을 과제로 제시한다.
이미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 선전홍보국장은 "대구의 서비스 노동자들을 비롯해 공공부문 노동자 처우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서비스노동은 지역경제의 기반인데, 현재 구조는 저임금·고강도 노동을 전제로 유지되고 있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최소한의 노동 기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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