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이긴 사장님 누구냐" 문의 폭주…리폼 성지 가보니 [인터뷰+]
4년 법정 공방 끝 1·2심 뒤집고 파기환송
판결 후 문의 급증, 대기 기간 2개월→7개월

최근 루이비통과의 상표권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한 이경한 강남사 대표(59)는 판결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2~3개월이면 충분했는데, 대법원 판결 이후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그동안 혹시 불법이 될까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마음 놓고 가져온다"고 했다.
3일 오전 찾은 강남사는 입구부터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압구정역 인근 건물 지하 1층, 40평 남짓한 공간 한쪽에는 갈색 모노그램이 반복된 루이비통 가방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손잡이가 해진 가방, 모서리가 닳은 토트백, 해체를 기다리는 클러치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수선 접수 표가 붙은 채 순서를 기다리는 가방들만 수백 개에 달했다. 판결 이후 리폼 문의가 늘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듯, 작업실은 이미 '대기 물량'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하루 평균 20~30건씩 들어오던 문의는 최근 그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루이비통 가방을 해체해 다른 형태로 재제작해 달라는 리폼 요청이 많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강남사는 4년 가까이 이어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의 법정 다툼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한 리폼은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이끌어낸 곳이다. 그동안 법적 불확실성 속에 위축돼 있던 명품 리폼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이 대표는 "원래도 물량이 적지 않았지만, 체감할 정도로 더 늘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맡기면 2~3개월이면 제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6~7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작업 일정이 밀려 있다는 것이다.

강남사는 원래도 업계에서 손꼽히는 곳이었다. 하루 평균 20~30건의 문의가 꾸준히 들어왔고, 수선 물량의 90% 이상이 명품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보다 더 많은 물량이 들어오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판결은 리폼 행위의 법적 성격을 처음으로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가방 소유자가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리폼을 요청하고, 업자가 이를 제작해 다시 소유자에게 반환한 경우 제품에 기존 상표가 표시돼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1·2심은 상표권 침해를 인정해 리폼업자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루이비통 측은 상표가 찍힌 가죽을 다른 형태의 가방이나 지갑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상표가 계속 표시되는 만큼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남사 측은 고객이 이미 소유한 제품을 개인적 사용 목적으로 재가공해 돌려주는 서비스일 뿐, 위조품을 생산·유통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맞섰다.

이 대표는 "쟁점은 결국 두 가지였다. 첫째는 고객이 가진 상품을 재사용한 것이냐는 점, 둘째는 이를 위조품 생산·유통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며 "루이비통 가죽은 전체에 상표가 분포해 있어 수선하면 자연스럽게 상표가 드러난다. 내가 상표를 새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의 일부가 그대로 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위조품을 만들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고객이 가져온 가방을 수선해 다시 돌려주고 서비스 비용을 받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가방 주인이 분명히 존재하고, 리폼 후에도 그 주인이 가져가는 구조에서 '출처 오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는 "개인이 리폼하면 괜찮고, 전문가가 업으로 하면 불법이라는 루이비통 측 논리는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고가의 웨딩드레스를 어머니가 입던 것을 딸이 입기 위해 고칠 때 직접 할 수 있겠느냐. 결국 전문가의 손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반문했다.
4년 전 루이비통 프랑스 본사 측이 국내 수선업체들에 리폼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이야기도 업계에 돌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리폼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는 게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일부 소규모 업체들은 법적 분쟁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합의와 확약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부담이 상당했다는 말이 많았다"며 "부부나 1인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도 많은데, 소송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사는 끝까지 법적 다툼을 이어갔다. 그러나 1·2심에서 패소했을 당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굉장히 심각했다"고 회상했다. 해당 브랜드 리폼을 중단하면서 매출 타격이 있었고, 소송 비용 부담도 적지 않았다. "이거 지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외국계 기자나 브랜드 관계자들도 있었지만, 막상 1·2심에서 지고 나니 압박이 컸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을 묻자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딱히 무슨 생각이 났다기보다,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가 겨우 살아나온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의 의미는 우리 가게의 승패를 넘어, 명품 리폼 행위 자체가 곧바로 불법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데 있다"며 "이제는 업계도, 소비자도 조금은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의 경영 방침에 대해 "내가 올해 59세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저보다 나이가 많다. 우리도 할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며 "나이 들고 힘이 빠질 때까지, 고객들에게 기쁨을 주며 일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글=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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