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장외투쟁…"지금 그럴 땐가"
"독재" 외치며 대통령도 없는 청와대로 행진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국민 불안은 커지는데
설득력 떨어지는 장외 투쟁…얼마나 효과?
민주당 "내란 때는 뭐하고 이제야 걷는가?"
"장외로 나갈 때 안 나갈 때 구분도 안되나?"
당정, 오전 긴급 협의…중동 상황 등 논의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대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각별한 노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건) 행사를 촉구하는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대외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장외투쟁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는 가운데, 최근 자신들이 추진했던 대구·경북 통합을 두고도 반대와 재추진을 반복하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당 내부도 정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장외투쟁은 대외적인 위기에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익을 해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여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지금이 그럴 때인가"라며 "국익을 내팽개치면 엄중한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라고 경고했다.
'초불확성실의 시대'…국민 불안 커지는데
"이재명 독재" "코로나19 백신 특검" 주장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사법개혁 3법 규탄대회를 연 뒤, 당 소속 국회의원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시작해 청와대까지 걷는 도보 행진을 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4일에는 전국 당협협의회와 당원을 모아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5일부터는 전국을 돌며 대국민 호소전에 나선다.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이다.
장 대표 등 지도부가 장외투쟁에 나선 데에는 '절윤 거부' 선언에도 회복되지 않는 리더십, 최저치로 치달은 당 지지율 등 내부 위기가 바탕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방선거를 겨냥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한동훈 전 대표의 공개 행보를 견제하는 등 여러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어떤 배경에서 여론전에 나섰든 '윤 어게인' '아스팔트 극우' 세력과 소통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지도부의 현실 인식은 상당히 우려된다.
장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독재자에 이어서 이란 독재자의 최후를 보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권은 지금 이 시점에 독재의 길로 가려 하고 있다. 설마 했던 일들이 모두 현실이 되고 말았다"며 "이제 대한민국에서 사법부는 완전히 정권의 발 아래 놓였다"고 주장했다. 입법부가 추진한 사법개혁 3법을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며, 독재라고 주장한 셈이다.
사법개혁 3법에 대해 비난하면서도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구속 취소'나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등 사법개혁 입법 배경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 대신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코로나19 백신 특검'을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사법부 독립'이라고 적힌 검정색 근조 띠를 가슴에 달고 나와 사법개혁 3법에 대해 "개혁을 사칭한 사법 파괴, 사법 독재 3법"이라며 "개혁을 사칭한 독재에 맞서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우리와 정치 체제나 발전 역사가 다를 뿐 아니라 과거 동유럽 공산주의 정권에 속했던 헝가리·폴란드를 예로 들며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이 헝가리, 폴란드처럼 퇴보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께서도 야당에 힘을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송 원내대표는 조선일보까지 사설로 "국민의힘 지도부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고 비판한 '대구경북 통합법'에 대해 "한병도 원내대표와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금 이 시간까지도 대구경북통합법 처리를 위한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책임을 여당에 돌렸다.
그러면서 "2월 임시회가 오늘 하루 남았다. 민주당과 추 위원장은 다수당의 횡포를 이제 중단하기 바란다"며 "더 이상 국민과 우롱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왜요? 지금 왜 청와대까지 걷습니까?"
"장외로 나갈 때 안 나갈 때도 구분 안 되나?"
더불어민주당은 국내외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국익을 내팽개치고 '아스팔트 극우' 세력에 호소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하는 '대국민 도보행진'에 대해 "왜요? 왜 청와대까지 걷습니까?"라며 "국민의힘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과거의 내란과 폭거에 맞서 단 한 번이라도 광장에 나와 본 적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장외투쟁에) 사법 독립과 헌정 수호라는 거창한 구호는 어울리지도 않는다. 이번 행진은 사법 정의를 위한 실천이 아니라 윤 어게인을 외치는 아스팔트 극우 세력에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꼬리를 살랑거리는 것, 내부 논란 수습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국익을 내팽개치고 국회를 마비시킨 채 극우의 품으로 달려가는 야당은 더 이상 공당이라 불릴 자격도 없다"고 직격했다.
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대구경북 통합법을 두고 '갈지 자 행보'를 보인데 대해서도 "이번 본회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보인 형태는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였다"며 "아무런 명분도 없이 그저 발목 잡기에 불과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시작한 것도 가당치 않은데, 갑자기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를 요구하면서 마치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억지와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비판했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에 대해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장외로 나갈 때 안 나갈 때 구분도 못 하나. 민심의 반대 방향으로만 가느냐"고 힐난했다.
천 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 장외투쟁 때문에 필리버스터 중단 직후 시작했어야 했던 대미투자특위도 내일로 밀렸다"면서 "지금이 그럴 때인가"라고 했다. 이어 "대외 정세가 매우 불안하다.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신속히 처리해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며 "이 중대한 시점에 국민의힘은 법안 심사도 미루고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결정했다. 만약 이로 인해 합의된 일정대로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면 국민과 국익에 심대한 해를 가하게 될 것임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천 수석부대표는 "지난해 윤석열 탄핵 촉구 도보 행진 때 국민의힘은 내란 수괴 배출이라는 과오를 처절하게 반성하고 사죄하며 국민과 함께 탄핵을 촉구했어야 했지만, 당시 국민의힘은 내란을 옹호하고 동조하기만 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내란 종식을 위한 사법개혁에 반대하며 걷겠다고 나선 것"이라면서 "누가 공감하겠냐"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 보도를 인용해 "심지어 한 국민의힘의 지도부 의원은 당내 이슈(장동혁-한동훈 갈등)에 매몰된 측면이 있었는데, 서로 머리를 식히자는 차원에서 장외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언론에) 설명하기도 했다"며 "결국 당내 갈등을 식히기 위해 국익과 민생은 내팽개치는 것인가, 국민 앞에 민망하지도 않은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정략적 계산을 중단하고 민생을 돌보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엄중한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과 정부는 오전 긴급 당정 협의를 열고, 이란 사태와 관련한 중동 지역 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국회도 역할을 다하겠다. 이번 주 금요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긴급 현안 질의를 개최해 정부의 대책 마련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확인하도록 하겠다"며 "에너지 시장 움직임도 잘 살피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도 최소화하겠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과도한 불안 심리가 확대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정책위의장은 오는 9일 활동 기한이 종료되는 국회 대미투자특위와 관련해선 "당장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수출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며, 신속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국민의힘에 촉구했다.
그는 "지금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의 가장 큰 리스크는 국민의힘의 '갈지 자 행보'"라며 "대미투자특별법과 아무 관련 없는 사안을 빌미로 특위를 파행시키고 걸핏하면 상임위 보이콧에 필리버스터를 일삼더니, 오늘부터는 장외투쟁을 한다고 한다. 국익이 걸린 대미투자특별법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해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법 처리는)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며 "여야가 합의한 만큼 차질 없는 조속한 심사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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