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판 분식회계 '과다 계리 산출'…금감원 고강도 수술 돌입

김남희 기자 2026. 3. 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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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부채 산출 계리가정·해지율 및 현금흐름 감독
보험사 ‘숫자 만들기’ 발생 주요 영역 집중 감리
입체적 감리 프로세스…상시 감시~엄중 제재까지
당국 "지나친 보수주의도 왜곡…소비자에 비용 전가"
[출처=챗GPT 생성 이미지: 오픈AI ]

금융당국이 보험사 계리감리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계리감리란 보험회사가 보험부채(책임준비금)를 산출할 때 사용하는 계리가정(손해율·해지율 등)과 현금흐름 모델링이 적정한지를 금융당국이 살펴보는 일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부채 평가의 핵심인 '계리가정'에 대해 전례 없는 수준의 감리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이는 IFRS17 도입 이후 불거진 이익 부풀리기 의혹과 불건전한 상품 설계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금감원 '계리감리팀' 탄생…'불투명한 숫자 종료'

그동안 보험업계에서는 불합리한 계리가정이 보험사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계약 기간이 긴 보험의 특성상 손해율이나 해지율 가정을 소폭만 조정해도 장부상 이익이 수천억 원씩 널뛰는 '착시 효과'가 발생해서다.
[출처= 금감원 ]

이에 금감원은 올해 초 방대하고 복잡한 계리가정을 전담하여 감시하는 '계리감리팀'을 신설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단순히 서류를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보험부채 평가의 적정성을 정밀 타격하겠다는 이찬진 금감원장의 의도가 반영됐다.

입체적 감리 프로세스…상시 감시부터 엄중 제재까지

금감원이 올해부터 가동할 계리감리 운영 방안은 촘촘한 '3단계 그물망' 구조를 띠고 있다. 

1단계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다. 우선 금감원 내부 시스템과 새롭게 도입될 '계리가정 보고서', 민원·제보 등을 총동원해 보험사의 부정 위험을 실시간으로 식별할 예정이다.

2단계는 이원화된(정기·수시) 감리 실시다. 정기감리는 자산 규모 등에 따른 차등 주기를 설정하여 계리 업무 전반을 종합 점검한다. 특히 검사국과 합동반을 편성해 현장성 있는 검사를 병행한다. 

수시감리는 상시 감시 중 이상 징후가 발견되거나 제보가 접수된 특정 항목을 대상으로 신속하고 정밀하게 점검한다. 

이어 3단계는 엄정한 사후 조치다. 단순한 실수나 경미한 사항은 개선권고로 시정을 유도하지만, 중대한 위반 사항이 적발될 경우 기관 및 인적 제재를 포함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은 특히 4대 핵심 점검 리스트를 추렸다. 보험사의 '숫자 만들기'가 주로 발생하는 네 가지 영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과거 단기납 종신보험의 낙관적 해지율 가정으로 인한 과당 경쟁 사례처럼, 수익성을 왜곡하여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최우선 감시 대상이다. 

향후 로드맵 통해 투명한 시장 질서, 비교 가능한 보험사 숫자 확립

금감원은 속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할 예정이다. 당장 올해 1분기까지 '계리가정 보고서'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오는 2분기부터 공식 시행에 들어간다. 상반기 중에는 본격적인 정기감리에 착수하여 실태를 점검하며, 하반기에는 감리 과정에서 도출된 모범사례(Best Practice)를 업계 전반에 전파하여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보험사가 숫자를 조작해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문화를 근절하고, 시장 참여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강력한 시장 규율(Market Discipline)을 확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같은 계리감리 강화는 보험업계가 '불투명한 이익'의 늪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건전한 금융'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금감원은 기대했다.

메리츠 "경쟁사, 이익 선반영하고 부실 미래로 떠넘겨" 공개 비판

이같은 감독 강화 배경에는 보험업계의 고무줄 계리 가정 관행이 있다. 그동안 메리츠화재의 경우 경쟁 손보사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왔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지난해 등 여러 차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보험업계의 '조잡한 이익 부풀리기' 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실제 발생한 손해율은 회사별로 비슷한데, 미래를 예측하는 '예상 손해율'을 자의적으로 낮게 설정해 당기 이익을 크게 보이게 만든다"고 지적했고 "공시된 장기보험 손해율 가정 등을 검토한 결과, 전체적인 회계 정합성이 70% 수준에 불과하며 비합리적인 추정이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쟁사들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이나 손해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가정하여 이익을 선반영하고 부실을 미래로 떠넘기고 있다는 논리였다. 김 부회장의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은 모니터링과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출처= 금감원 ]

이처럼 보험사가 예실차(예측과 실제의 차이) 관리에 공을 들이면서도 동시에 낙관적인 미래 가정을 사용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장부를 부풀릴 수 있으나 결국엔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위험한 줄타기'와 같다.

보험사가 낙관적인 가정(낮은 손해율·낮은 해지율 등)을 설정하면, 당장 장부상에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높게 측정돼 이익을 과다하게 인식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예컨데 손해율 가정을 단 1%p만 축소해도 보험손익은 5% 내외로 급증하는 '마법'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실제 보험사의 펀더멘털보다 재무 상태가 훨씬 건실해 보이는 '회계적 착시'가 일어나는 것이다.

예실차 관리의 딜레마 '벌어지는 격차'

예실차는 '예측한 비용'과 '실제로 나간 비용'의 차이다. 미래 가정을 낙관적으로 잡을수록 현실과의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부메랑 효과로 이어진다. 낙관적 가정으로 인해 실제 발생 손해액이 예측치를 계속 상회하게 되면, 예실차 손실이 누적돼 결과적으로 재무 건전성을 훼손하게 된다.

이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이 약화되면 해당 계리 시스템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이는 감독당국의 수시감리 대상이 되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낙관적 가정으로 예실차를 무시하며 단기 실적에 매몰된 보험사는 올해부터 강력한 후폭풍을 맞게 된다. 결국 낙관적 가정은 당장의 성적표는 좋게 만들지언정, 예실차라는 '성적 조작'의 증거를 남겨 감독당국의 타겟이 되는 결과를 야기하는 것이다.

'계리가정' 낙관성 및 실적 부풀리기 의혹 주시

금감원은 지난해 초 일부 보험사들이 IFRS17(새 회계제도) 하에서 계리적 가정을 자의적으로 설정해 실적을 부풀렸을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 바 있다.

당국이 주시한 보험사들은 당시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등을 낙관적으로 가정했다가, 당국의 가이드라인(원칙 모형 등) 적용 이후 실적이 급감하기도 했다. 

계리감리팀 '정밀 타격' 대상은 '킥스 취약한 보험사'

금감원 신설 계리감리팀의 주요 타겟 중 하나가 바로 건전성 지표(K-ICS:킥스)가 취약한 보험사들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현재 각 보험사들의 손해율, 해지율 가정이 실제 데이터(예실차)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현미경 검증'을 진행 중으로 전해진다.

메리츠화재의 '보수적 가정'은 문제 없나

낙관적 가정이 '거품'을 만든다면, 보수적인 계리가정은 보험사가 비상금을 두둑이 챙겨두는 '방어막'이 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 역시 '회계의 신뢰성' 측면에서 현미경 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나치게 미래를 보수적으로 예측한다면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보험료가 상승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수적 가정이란 쉽게 말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장부를 쓰는 것"이다. 사고가 더 많이 날 것 같고(높은 손해율), 고객들이 보험을 덜 해지할 것 같으며(낮은 해지율), 사업비는 더 많이 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식이다.

이처럼 미래를 보수적으로 잡으면 당장 갚아야 할 빚(보험부채)이 늘어난다. →부채가 늘어나니 장부상 순이익은 줄어든다. → 이익이 줄면 자본 적정성(K-ICS) 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이는 웬만한 기초체력이 없으면 선택하기 힘든 전략이다.

메리츠 등 일부 보험사는 왜 보수적인 가정을 택할까. 보통 자본력이 탄탄한 대형사들이나, 향후 매각 등을 염두에 두고 '클린화' 작업이 필요한 회사가 이 방식을 택한다.

당장 이익을 줄이는 대신 나중에 실제 사고가 덜 발생하면 그 차액이 고스란히 이익(예실차 이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즉 '이익의 이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보험사는 변수가 생길지 언정 든든해지게 된다.

또한 보수적 가정을 깔아두면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이 와도 타격이 적다. 이미 최악을 가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신뢰도 제고에 힘을 싣는다. '우리는 숫자를 부풀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시장과 당국에 줄 수 있다.

금감원의 시각은 '지나친 보수주의도 왜곡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나친 보수주의는 소비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보험료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목표는 '보수적 판단에 있는 게 아니라 '합리성과 정확성'이어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당국은 보험사가 이익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행위 자체를 경계한다. 예를 들어 올해 실적이 너무 좋으니 일부러 가정을 보수적으로 잡아 이익을 내년으로 넘기는 '이익 조정(Earnings Management)'도 감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상황은 보험사별 비교 가능성을 무엇보다 저해한다고 당국은 지적했다. 어떤 회사는 너무 낙관적이고, 어떤 회사는 너무 보수적이면 투자자들이 보험사 간 실적을 비교하기가 불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이 '계리감리팀'을 통해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자꾸 강조하는 이유다.

종합하면 금감원은 예실차가 (+)든 (-)든 너무 크게 벌어지는 것 자체를 '예측 실패'로 본다. 보수적인 가정 때문에 실제보다 손실을 너무 크게 잡는 것도 결국 계리 모델의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나치게 낙관적여서 부실을 숨기는 것도 안 되지만, 근거 없이 보수적여서 숫자를 왜곡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실제 데이터에 근거한 가장 객관적인 숫자를 도출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적 가정은 보험사 '곳간의 보호막'은 될 수 있어도, 당국의 '현미경 감리'를 피할 수 있는 프리패스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금감원은 "'계리가정 보고서' 도입과 '모범사례 전파'를 통해 단기 실적주의 문화를 근절하고 투명한 평가 관행을 확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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