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이 30% 베팅한 UAM···로봇 넘어 ‘하늘길’ 승부수
현대차그룹, 배터리·센서·AI 등 전기차·로봇사업에서 쌓은 기술 노하우 강점
상용화 시점 지연은 변수···전문가 “정부, 전문기구 및 인력 육성해야”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 로보틱스 사업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또다른 성장 축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이 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면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낸 바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를 2년 내 양산 체제로 돌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로보틱스 사업화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중심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자동차를 기반으로 UAM과 로보틱스를 병행 육성하는 전략은 정의선 회장이 직접 제시한 방향이다.
정 회장은 과거 그룹의 중장기 사업 구조를 설명하며 자동차를 안정적 수익원으로 유지하면서 UAM과 로보틱스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보틱스가 아틀라스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UAM은 아직 본격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UAM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항공, 방산, 배터리 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 UAM, 2050년 1경원대 시장으로 성장

기술 진보와 제도 정비가 맞물릴 경우, UAM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항공안전기술원은 UAM 시장의 약 9.5%를 차지하는 기체 시장의 경우 2025년 17억 달러 규모에서 2040년엔 577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UAM 인프라 시장은 2025년 10억 달러에서 2040년엔 946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UAM은 우리 정부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28년부터 공공서비스 중심으로 UAM을 상용화하고, 2030년엔 민간 주도 서비스 도입을 본격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체인증과 사이버보안 등 안전체계를 정비하고 버티포트(수직 이착륙 기체가 뜨고 내리는 시설), 통신망 등 공공 인프라도 2028년까지 구축한다.
국토부는 UAM 한국 시장의 경우 오는 2040년까지 109억 달러(약 1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 정의선 회장 "자동차 50%, UAM 30%, 로봇 20%"
앞서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9년 타운홀 미팅을 통해 미래 사업 방향성에 대해 "자동차 50%, UAM 30%, 로보틱스 20%"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는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맡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과 기술 역량을 UAM과 로보틱스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 전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아틀라스는 물류, 제조, 건설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2년 내 양산 체제 돌입 계획이 공개되면서 사업화 일정도 구체화됐다.
반면 UAM은 기술 개발과 인증, 인프라 구축, 제도 정비가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다. 기체 개발뿐 아니라 도심 내 이착륙장(버티포트) 구축, 항공 교통관리 시스템 정비, 안전 기준 마련 등이 병행돼야 한다. 사업 구조상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정의선 회장이 UAM에 30%라는 높은 비중을 부여한 배경에는 성장 잠재력이 자리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UAM 시장 규모는 1경대를 넘어서며 주력 미래모빌리티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UAM 사업은 항공, 자동차, 정보기술(IT), 배터리 산업을 아우르는 융합 산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전기차와 로봇 산업의 발전으로 축적된 배터리, 센서, 레이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UAM 기체 개발과 운항 시스템 구축으로 연결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이 제시한 비중에서 UAM이 로보틱스보다 높은 이유는 사업 확장성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봇은 산업 현장 중심으로 단계적 확산이 예상되지만, UAM은 교통 체계 전반을 바꾸는 인프라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기체 판매뿐 아니라 운항 서비스,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와 자율주행 전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UAM은 또 다른 이동 수단으로 제시된다. 도로 기반 교통의 한계를 보완하는 수직 이동 수단으로서 도심 교통 체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UAM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슈퍼널을 통해 기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슈퍼널은 2024년 차세대 UAM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공개하고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S-A2는 전동화 기반 수직이착륙(eVTOL) 기체로 설계됐다. 도심 내 단거리 이동을 목표로 하며, 소음과 안전성 기준 충족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 상용화 앞두고 실증 사업 본격화
현대차그룹은 UAM 사업 상용화를 위해 안전성과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선 지난 2024년 'K-UAM 그랜드 챌린지' 1단계에 참가해 실증 사업에 성공한 바 있다. 현대차는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KT, 현대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체 및 운항 ▲교통관리 ▲버티포트에 대한 공동 검증을 완료했다.
해외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는 2024년 인도네시아 정부와 UAM 상용화를 위한 기술 실증 및 협력 체계 강화에 합의했다.
인도네시아는 국토면적이 넓은데다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만큼 UAM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실증 사업을 통해 기체 성능과 운항 시스템을 점검하고, 현지 인프라 구축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다만 UAM 산업 성장 속도가 더딘 점은 변수로 작용한다. 상용화 시점이 매번 지연되면서 유동적이라 구체적인 운항 일정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슈퍼널은 약 300명에 가까운 인원을 감축한 바 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UAM은 국책 사업이자 미래 교통수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에선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지속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전문 부처나 기구를 만들고, 관련 인력들을 육성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