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14일 이상 봉쇄 땐…세계경제, 구조전환 국면으로”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 kcs25@ekn.kr 2026. 3. 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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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유라시아’ 긴급 전망 보고서 공개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질서 재편 분기점 예상
비축유와 우회 송유관의 완충 역할은 제한적
동아시아 제조업을 흔드는 에너지·물류 쇼크
“전략적 비상 계획 수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
▲지난 1일 세계 석유와 가스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중요한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군 함정이 항해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헤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후 이란군은 이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요 항공 허브도 운영을 중단했다.

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IRGC)가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선 상태다.

이같은 봉쇄로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경제권의 에너지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감소는 산업 정체와 국내 에너지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14일 이상 봉쇄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세계 경제는 단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 변동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정학적 리스크 분석 기관인 '스페셜유라시아(SpecialEurasia)'는 이 기관의 공동 설립자이자 리서치 매니저인 줄리아노 비폴키 박사 명의로 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글로벌 경제 충격'이란 보고서를 공개했다. 스페셜유라시아는 이탈리아에 기반을 둔 지정학·국제정세 분석 및 리스크 평가 기관으로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사진=구글 지도)

◇하루 2,000만 배럴 증발…에너지 시장의 '급소'

보고서에서 비폴키 박사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가 국제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6년 초 기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도 동시에 차단되면서 전력·철강·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전반이 심각한 공급 불안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봉쇄가 72시간만 지속돼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봉쇄가 14일 이상 장기화될 경우 이는 단순한 가격 급등을 넘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의 구조적 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의 전략 비축유(SPR) 방출이 단기 완충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물류 병목과 가격 급등까지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약 하루 700만 배럴)과 UAE의 아부다비–푸자이라 송유관(약 하루 150만 배럴)을 모두 최대치로 가동하더라도, 봉쇄로 사라지는 하루 2000만 배럴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17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공식 웹사이트 세파뉴스(Sepanews)가 공개한 사진. 호르무즈 해협에서 IRGC와 해군이 실시한 군사 훈련 과정에서 보트들이 유조선 주변을 둘러싼 상황을 보여준다. (사진=AFP/연합뉴스)

◇항공·해상 물류 동시 마비…공급망 비용 폭증

에너지 충격과 함께 물류 부문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 내 주요 항공 허브의 운영 중단으로 서구와 아시아를 잇는 항공 화물 네트워크가 흔들리고, 고부가가치 전자제품·의약품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두바이 국제공항의 기능이 제한될 경우 글로벌 환승 및 항공 물류 흐름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 부문에서는 페르시아만 항로의 전쟁 위험 보험료가 약 50% 급등하고, 일부 보험사는 보장 자체를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의 병목 현상이 벌어지면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택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운송 기간이 10~15일 늘어나며 연료비와 운임이 동시에 상승하게 된다.

보고서는 이를 “전 세계 물류 비용의 급격한 상승(precipitous increase)"으로 표현했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0% 이상이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 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봉쇄가 2주를 넘길 경우 이들 국가에서는 산업 생산의 '눈에 띄는 위축(marked contraction)'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원유 수입량의 약 50%를 이 경로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 봉쇄 시 제조업 생산 차질과 국내총생산(GDP)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14일 이후에는 '충격'에서 '전환'으로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14일을 넘길 경우 세계 경제가 단기 위기 대응 단계를 넘어 구조적 전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시점부터 시장은 봉쇄를 일시적 충격이 아닌 장기 공급 단절로 인식하게 되고,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페르시아만의 신뢰성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화된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재고 확대와 공급망의 지리적 분산, 특정 항로 의존도 축소 전략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14일이 분기점으로 작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적 공급 손실 규모다.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차단되면 2주 동안 약 2억8000만 배럴이 시장에서 사라지는데, 이는 전략비축유로도 단기간에 메우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류 측면에서도 해상 보험료와 운임이 급등하고, 유럽–아시아 노선의 우회 운항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운송 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한다.

산업 현장 역시 14일을 넘기면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운영 재고는 통상 7~14일 수준에 불과해, 이 시점을 지나면 감산을 넘어 라인 중단이나 휴업이 현실적 선택지로 떠오른다. 특히 한국·일본·중국처럼 연속 공정 비중이 높은 동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의 취약성이 빠르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가스 위기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유럽은 전쟁 발발 후 2~3주 만에 러시아 가스 중심의 기존 에너지 체제를 포기하고 LNG 기반 구조로 전환했으며, 이후 공급 여건이 일부 개선됐음에도 과거 체제로 돌아가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 경험을 근거로 14일을 넘긴 봉쇄는 '충격'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시작'이며, 봉쇄 해제 이후에도 과거의 저비용·고효율 에너지·물류 시스템으로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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