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음악으로 마음 여는 김경숙 리썸앙상블 대표

조미림 2026. 3. 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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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다 보면 다양한 감정이 솟구친다.

평택 출신 김경숙 대표가 이끄는 리썸앙상블은 '관객과 마음을 나누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에서 출발했다.

특정 영화 음악이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듯, 관객 추억과 감정을 음악으로 되살리는 장치다.

관객은 각자 마음이 이끄는 소리에 집중하다가 합주를 시작할 때 또 한 번 음악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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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세대 넘나드는 청년 음악단체 ‘리썸앙상블’
대표 기획 ‘두근두근 선물상자’…관객 사로잡아
관객과 함께하는 ‘공감’ 가득 무대 호평
김경숙 '리썸앙상블' 대표. 사진=김 대표 제공

음악을 듣는 행위는 인간에게 어떤 경험일까. 공연장에서 음악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설레고, 위로받고, 때로는 이유 없이 감동한다. 단순히 듣기만 해도 마음은 일렁인다. 만약 관객이 공연에 직접 참여한다면 어떨까. 27년 동안 클라리넷을 가르치고 무대에 선 김경숙 대표는 리썸앙상블(Lisseom Ensemble : 우아하고 유연한 조화)의 시작을 이렇게 풀어낸다. "관객과 마음을 나누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리썸앙상블 공연은 여타 연주회와 결이 다르다.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도 완벽한 연주나 실수 여부가 아니다. 연주자 마음이 관객에게 얼마나 닿았는지, 관객이 얼마나 웃고 공감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리썸앙상블이 지난해 평택 한 초교에서 영화음악페스타를 진행했다. 사진=리썸앙상블

◇관객이 무대에 스며드는 순간
평택 출신 김 대표가 이끄는 '리썸앙상블'은 클라리넷·플루트·첼로·피아노·타악기로 뭉친 청년 음악 단체다. 평택과 안성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올해 창단 3년 차를 맞았다. 남다른 기획과 구성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사회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클래식 악기를 다루지만 이들의 공연장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관객에게 말을 건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관객도 어느새 연주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김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일상 속에서 사람 사이 감정이 메말라가는 현상에 주목했다.

"연주자끼리 맞추는 호흡을 넘어 관객과 온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음악으로 사람 사이 틈을 메우는 무대를 꿈꿨죠."

리썸앙상블 무대의 대표 기획은 '두근두근 선물상자'다. 특정 영화 음악을 들으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듯, 개인의 기억을 음악으로 소환하는 장치다. 무대 위 상자에서 핵심 단어를 뽑아 연주하면 행복·웃음·사랑 같은 감정이 선율로 되살아난다. 관객의 기억이 무대 위에서 다시 흐르는 셈이다.

미리 받은 관객 편지를 읽어주는 시간도 마련했다. 진솔한 사연이 선율과 어우러지자 객석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잊지 못할 깊은 울림을 남긴 장면이다. 때로는 즉석에서 관객이 악기를 연주한다. 단순히 감상하는 관객을 넘어 공연 주인공이 되는 경험, 바로 리썸앙상블 본모습이다. 관객의 희로애락을 자유자재로 이끄는 이들 음악은 '치유의 빛깔'을 띤다.

물론 모든 시도가 매끄럽지는 않았다. 향기를 주제로 무대에 디퓨저를 설치하거나, 카페 공연에서 빵 냄새로 공간을 채우는 실험도 감행했다. '보는 공연'을 넘어 '오감으로 느끼는 공연'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는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리썸앙상블은 지금 이 순간에도 관객과 더 깊이 교감하는 새로운 무대를 설계한다.
김경숙(오른쪽에서 두 번째) 리썸앙상블 대표와 단원들. 사진=리썸앙상블

◇개성 강한 악기들이 만드는 포근한 화음
리썸앙상블은 악기 구성도 독특하다. 피아노·클라리넷·플루트·첼로·타악기가 한자리에 모였다. 대규모 관현악단에서도 주로 독주를 맡는 악기들이다. 흔치 않은 조합이지만 이들은 예상 밖의 조화를 선사한다.

"각 악기는 혼자서도 충분히 소리를 내지만, 함께 모이면 색다른 화음으로 감동을 줍니다. 클라리넷과 플루트가 유연한 선율을 그리면 첼로가 깊이를 더하고 피아노가 중심을 잡지요. 여기에 타악기가 리듬을 보태면 그야말로 음악이 살아 움직입니다."

김 대표 설명처럼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화려한 소리보다 포근하게 스며드는 울림이다. 한 곡 안에서도 각 악기는 돌아가며 독주를 펼치고 무대를 이끈다. 클라리넷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첼로가 감정을 이어받고, 다시 피아노가 흐름을 주도하는 식이다.

관객은 저마다 마음에 닿는 소리에 집중한다. 어떤 이는 클라리넷의 맑은 음색에, 누군가는 첼로의 깊은 잔향에 빠져든다. 그러다 다시 악기들이 모여 화음을 만들면 관객은 또 한 번 매료된다.

"우리 역시 특정 악기 소리에 이끌려 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공연을 본 누군가가 우리와 같은 영감을 받는다면 그 자체로 충분합니다."

공연이 끝난 뒤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관객 문의가 쏟아지는 까닭이다. 연주자 진심이 관객의 새로운 시작을 돕는 동력이 됐다.
지난해 12월 안성 스타필드에서 연 공연에 모여든 시민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낸다. 사진=리썸앙상블

◇음악의 여운, 결국 사람을 향하다
무대 위 따뜻함 뒤에는 실제 맞닥뜨리는 고민도 따른다. 새로운 공연 기획과 편곡, 창작의 부담이 늘 이어진다. 다양한 악기 구성을 모두 살릴 악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주자들이 계속 무대에 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즐거워하는 관객을 보면 다시 해낼 힘이 생깁니다. 결국 음악을 이어가게 하는 힘은 관객이지요." 확신에 찬 김 대표 웃음은 관객과 소통하며 단단해진 리썸앙상블 정체성과 꼭 닮았다.

음악을 듣고 난 뒤 마음에 여운이 남는 순간, 연주자와 관객은 서로 연결된다. 한쪽에서만 구경하는 공연이 아니라, 일상 가까이에서 숨 쉬듯 편안하게 만나는 음악을 지향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하며 연주자와 관객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는 무대가 리썸앙상블이 꿈꾸는 방향이다.

앞으로 김 대표와 리썸앙상블은 새로운 공연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금도 연습과 기획을 거듭한다. 빠르면 여름, 늦어도 하반기에는 새로운 무대로 관객을 만난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완성하는 공연. 리썸앙상블은 오늘도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린다.

조미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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