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화재시 내단열재가 ‘불쏘시개’… 외벽처럼 안전기준 고삐 좨야

이소현 기자 2026. 3. 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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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단열재 규정 ‘공백’… 저렴한 가연성 소재 사용 많아
외단열재는 ‘준불연성’ 써야하나
내단열재는 마감재로 분류 안돼
사용 기준 無… 우레탄폼도 무방
글라스울 등 불연성 무기단열재
내단열재 시장 점유율 5% 불과
게티이미지뱅크

6년 전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화재. 불티가 천장의 벽면 속에 도포돼 있던 우레탄폼에 옮겨붙으며 불이 시작됐고, 우레탄폼에서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가 화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사고를 계기로 건축물 단열재에 대한 화재안전기준 개선에 나섰으나 건물 외벽에 사용되는 외단열재와 달리 벽체와 내부 마감재 사이에 설치되는 내단열재에 대한 기준은 여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규제 공백을 틈타 겉면만 불에 잘 타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고, 규정이 없는 내단열재로는 저렴한 가연성 재료를 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반쪽짜리 규제’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단열재에 대한 안전기준 규정 마련을 통해 규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일 내화업계에 따르면 건축물에 사용되는 단열재는 설치 위치와 방식에 따라 크게 외단열재와 내단열재로 나뉜다. 현행 건축 관련 법령에 따르면 외단열재는 ‘외부 마감재’로 분류돼 자재 사용 기준을 외부 마감재와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하지만 내단열재는 내부 마감재로 분류되지 않아 내부 마감재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따라야 할 기준 자체가 없다.

이 같은 기준의 공백은 결국 안전 문제로 귀결된다. 무조건 불에 타지 않는 소재를 써야 하는 건물 외벽과 달리 건물 내벽은 겉에만 철판을 깔면 안에 들어가는 단열재로 우레탄폼을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단열재는 평상시에는 마감재로 가려져 있지만, 화재 발생 시 조그만 틈새로도 열과 화염에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단열재가 내부 마감재로 분류되면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화재안전성능(난연·준불연·불연) 및 가스유해성 시험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 일정 부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내화업계 관계자는 “내단열재 화재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한 이유는 현재 공동주택의 내단열재로 대부분 유기단열재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단열재는 탄소 함유 여부에 따라 유기단열재와 무기단열재로 나뉜다. 탄소가 함유돼 불에 취약한 유기단열재와 달리 무기단열재는 불연 소재로 화재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스티로폼, 우레탄폼이 유기단열재에 속하며, 대표적인 무기단열재로는 글라스울이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건축용 단열재 시장에서 무기단열재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이다. 내단열재 시장으로 좁혀보면 5%로 쪼그라든다. 규제 공백을 틈타 몸집을 불려온 유기단열재의 내단열재 시장 점유율은 95%나 된다. 업계에서는 내단열재 안전성 규제가 강화하면 불에 강한 무기단열재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한 무기단열재 제품군도 확대 추세다.

안전성과 경제성 외에 단열성(斷熱性)도 내장재 선정에 있어 따져봐야 할 조건이다. 단열성이란 물체와 물체 사이에 열이 통하지 않도록 막는 성질을 말한다.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과도 직결된다. 건축물의 생애주기가 길어짐에 따라 건축 시점의 단열성과 유지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설치 시점을 기준으로는 유기단열재가 단열성이 비교적 우수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소 함유 여부에 따른 격차는 크지 않다.

건자재업계 관계자는 “유기단열재는 단열성을 높이기 위해 발포 가스를 사용하는 특성상 시간이 흐르면서 발포 가스가 대기 중 공기로 치환되고 이에 따라 단열성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한계를 드러낸다”며 “단열성에 있어서 유·무기 단열재 각각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험 결과를 보면 페놀폼(PF) 보드와 단열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두께가 최대 50%까지 늘어나야 기존 열전도율을 유지할 수 있다. 벽 두께 증가 및 실내 공간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 용어설명

◇외단열= 외벽 구조체 바깥쪽에 단열재를 설치한 후 마감재로 덮는 방식
◇내단열= 콘크리트 구조체와 실내 마감재 사이에 단열재를 설치

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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