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종식 후 30년 만의 파격 선언···마크롱 “프랑스 핵무기 보유량 늘리겠다”
“독일·영국 등 참여” 유럽 각국과 협정 논의 시작
미 유럽 안보 억지력 약화·급변하는 국제 정세 영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르테메레르 핵잠수함이 배치된 일롱그섬 해군기지에서 “우리 억지력이 현재와 미래에도 확실한 파괴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게 내 책임”이라며 “핵탄두 숫자를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추측을 방지하기 위해 과거와 달리 핵무기 숫자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자국을 보호할 수 없고 아무리 거대한 나라라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대로라면 프랑스는 냉전 종식 이후 30여년 만에 핵전력을 증강하게 된다. 프랑스는 1990년대 초반 핵탄두 약 540기를 보유했으나 냉전 종식 이후 자발적으로 감축해 현재 약 290기를 갖고 있다. 러시아·미국·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지만 핵탄두 보유량은 5000기가 넘는 러시아·미국에 한참 떨어진다.
프랑스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이후 EU 내 유일한 핵보유국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새 핵 정책에 영국·독일·폴란드·네덜란드·그리스·스웨덴·덴마크가 동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무기를 탑재한 자국 공군기의 동맹국 임시 배치를 허용하겠다며 유럽 국가들과 관련 협정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체 핵무기를 보유한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하면 독일·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튀르키예 등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일부 회원국에 미국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에 프랑스 핵우산을 씌우는 방안을 제안했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 1월 영국과 프랑스에서 핵 억지력 보호를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공개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에서 핵우산 논의를 공식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이 핵심 파트너”라며 전략시설 방문과 합동훈련 등 협력의 첫 단계가 올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교리적 대화와 전략적 협력을 조율하기 위한 고위급 핵운영 그룹을 만들었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국제법 의무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양국 협력에 대해 “핵 억지력이 여전히 유럽 안보의 주춧돌이라는 공통 인식에 기반한다”며 “나토의 핵 억지력과 핵 공유 체계를 대체하지 않고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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