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디딤돌… '청년 승계'에 베팅한다

정호진 2026. 3. 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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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역순환경제] 곡성, 가업승계로 지역경제 부활
초기자금 최대 2000만원, 가업승계 청년 실질지원
인구 유출 막을 해법, 가업승계가 대안될까
지원만으로 부족... 지속 성장 위한 후속 전략 필요

[지데일리] 가업의 불씨를 잇는 일이 ‘희귀한 선택’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급격한 도시 집중화와 청년층의 이탈로 농촌 지역의 소상공인 생태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전라남도 곡성군이 지역의 뿌리를 지키는 청년들에게 ‘경제적 디딤돌’을 내밀었다. 군은 올해 새롭게 ‘2026년 가업승계 청년 지원사업’을 추진하며, 가업을 이어받아 지역에 정착하려는 청년들의 실질적 자립을 응원한다는 계획이다.

곡성군이 지역 청년의 안정적 정착과 경제 자립을 돕기 위해 ‘2026년 가업승계 청년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가업을 잇는 청년에게 사업장 리모델링·브랜딩 등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며, 총사업비의 30% 이상은 자부담이다. AI생성


지역 정착, 단순 생계 아닌 ‘미래 전략’

이번 사업의 핵심은 단순 지원이 아닌 '가업승계를 통한 지역정착'에 있다. 곡성군은 청년층이 부모 세대의 사업을 이어받으면서도 현대적 경영 감각을 결합해 지역경제를 재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군에 따르면 선정된 지원 대상자에게는 사업장 리모델링, 인테리어, 브랜딩 등 필요한 초기 자금이 최대 2천만 원까지 지원되며, 총 사업비의 30% 이상은 자부담이 필요하다.

지원 자격은 만 19세 이상 49세 이하 청년 가운데 부모, 조부모 또는 배우자의 조부모의 가업을 승계했거나 승계를 앞둔 자가 그 대상이다. 특히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1년 이내에 가업을 승계했거나, 승계할 예정인 경우만 신청할 수 있다. 이는 ‘단순 창업자’가 아닌 ‘실질적 가업승계자’를 지원하겠다는 분명한 기준이다.

가업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규정됐다. 올해 1월 1일 이전부터 15년 이상 동일 업종으로 지속 운영 중인 사업장이 대상으로, 지역 내에 사업장을 두고 현재까지 영업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다만 농업·어업·임업·축산업, 태양광발전업, 무인점포 등 일부 업종은 제외된다.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생태계, 청년이 답

곡성군의 이번 정책은 단순한 청년 지원금의 성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생태계 구축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국 지자체가 직면한 심각한 인구 유출과 소상공인 세대교체 부진 문제는 곡성군도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 ‘2025 지역별 인구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곡성군의 30대 이하 인구는 10년 전보다 약 28% 감소했다. 이로 인해 지역 내 전통시장 점포의 절반 이상은 60대 이상이 운영 중이며, 실제 가업 승계 비율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곡성군의 접근은 현실적이다. 청년 창업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이미 검증된 사업 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 가업승계 모델은 지역경제 안정에 효과적이다. 기존 소상공인 업종의 시장 신뢰도와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청년들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결합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곡성군 관계자는 “청년층의 정착은 지역에 ‘사람이 남는 경제’를 만드는 핵심이며, 이번 사업은 단순 재정지원이 아니라 세대 교체를 통한 경제 구조의 안정화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청년에게 남은 현실적 장벽

그러나 지원의 취지와 별개로 지역 청년이 직면한 현실적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 자부담 30% 이상 규정은 초기 자금이 부족한 청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령 최대 지원금 2000만 원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860만 원(총 2860만 원 중 30%)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지방 소규모 상권에서 이 금액은 결코 적지 않다.

둘째 승계 후 1년 이내라는 조건도 현실적으로 다소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종에 따라 인수 절차나 사업 변경 승인에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어, 행정적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실제 전남도 내 한 지자체의 유사 사업에서는 승계 예정자 요건을 2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셋째 업종 제한도 지역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다. 곡성군의 주력 산업이 여전히 농축산·임업에 기반한 만큼, 이들 업종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 대상자 수가 급격히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 정착을 위한 과제는

곡성군 정책의 의미는 확고하다. 그러나 ‘지원금 지급’이 곧 ‘정착’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청년들이 지역 내에서 장기 생존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멘토링과 컨설팅 프로그램 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단순한 자금 지원보다 경영 전환과 디지털화에 대한 실질적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부모 세대의 방식으로는 현재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지역 내 판로 확충 지원이 필요하다. 곡성군은 농특산물, 로컬푸드, 관광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청년 사업자들이 온라인 커머스나 관광 연계 판매로 확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된 지원 플랫폼이 요구된다.

지속 모니터링 체계 구축도 과제다. 일회성 지원이 아닌 1~3년 주기의 성과 점검과 추가 컨설팅을 제공한다면 사업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청년이 돌아오면, 지역이 살아난다

곡성군의 ‘가업승계 청년 지원사업’은 소멸 위기에 놓인 군 단위 지역이 청년을 다시 지역 중심축으로 세우려는 시도다. 부모 세대의 삶의 터전을 이어받은 청년들이 ‘단순한 후계자’가 아닌 ‘혁신의 주체’로 재탄생할 때, 그 지역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업의 신청 접수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3일까지다. 남은 과제는 이러한 제도가 일회성 행정사업을 넘어 지역 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있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부모 세대의 성공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의 가능성’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곡성군이 진정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