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김밥, 꽃구경 ‘점심 도시락’에서 글로벌 K-푸드로

관리자 2026. 3.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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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 손으로 문질러 잡티를 뜯고 소반 위에 펴 놓고 발갯깃(김 따위에 기름을 찍어 바를 때 쓰는 꿩에서 떼어 낸 깃털)으로 기름을 바르며 소금 솔솔 뿌려 재워 구워 네모 반듯이 잘라 담고 복판에 꼬치를 꽂는다."

김밥은 일본 음식 '노리마키즈시'가 한국화의 길을 걸으면서 진화한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다.

얇은 김 위에 조미하지 않은 밥을 깔고 소금에 절인 오이나 단무지, 삶은 시금치를 넣은 한국식 김밥이 가정은 물론이고 분식점 간판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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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김밥
채소절임 ‘단무지’가 핵심재료
日 ‘노리마키즈시’ 한국식 진화
해방 후 열차서 파는 대표간식
치즈·고추 김밥 등 종류도 다양
‘케데헌’ 열풍에 세계인도 열광
김 위에 밥을 깔고 단무지·달걀말이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 김밥. 게티이미지뱅크

“김을 손으로 문질러 잡티를 뜯고 소반 위에 펴 놓고 발갯깃(김 따위에 기름을 찍어 바를 때 쓰는 꿩에서 떼어 낸 깃털)으로 기름을 바르며 소금 솔솔 뿌려 재워 구워 네모 반듯이 잘라 담고 복판에 꼬치를 꽂는다.”

이 글은 19세기 초반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시의전서·음식방문’에 나온다. 요리법 제목은 ‘김쌈’이다. 이 요리법은 ‘상추쌈’ 요리법에 덧붙여 있다. 저자는 상추 대신 기름과 소금을 바른 김으로 쌈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밝히려 이 글을 썼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상추쌈에 들어가는 소 요리법은 어떻게 적혀 있을까?

“고추장에 소고기 다져 넣고 웅어나 까나리나 다른 생선을 넣어 파를 갸름하게 썰고 (참)기름 쳐서 쪄내서 불에 끓여 쌈 먹어라. (쌈에는) 실파와 쑥갓과 겨자채 곁들여 담으라.”

김으로 쌈을 쌀 때도 소에 들어가는 재료는 이와 같았을 것이다. 요리책 속 김쌈엔 지금의 김밥과 달리 밥이 들어가지 않았다.

밥이 들어간 김밥 요리법은 ‘김쌈밥’이란 이름으로 1930년 3월7일자 ‘동아일보’ 5면 ‘부인이 알아둘 봄철 요리법(2)’에 나온다. 이 글의 저자는 서울 동덕여고보 교사 송금선이다. 그는 주재료로 두꺼운 일본 김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조선 김은 맛이 일본 김만 못하지만 두장을 합해서 쓰면 된다”고 썼다. 나머지 재료는 일본식 간장과 단술에 절인 박고지와 표고버섯, 그리고 계란말이다. 발 위에 김을 놓고 밥을 얇게 깐 다음 길게 썬 재료를 놓는다고 적었다.

송금선은 이 음식의 본래 이름이 ‘노리마키즈시’라고 밝히며 놀이공원으로 바뀐 창경궁(창경원)에 꽃구경 갈 때 준비할 점심이라고 했다. 김밥의 핵심 재료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단무지였다. 단무지는 원래 일본의 채소절임인 ‘쓰케모노’의 한종류인 ‘다쿠안즈케’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김밥은 일본 음식 ‘노리마키즈시’가 한국화의 길을 걸으면서 진화한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다.

해방 이후 김밥은 떡, 삶은 달걀과 함께 열차에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간식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김밥은 ‘초밥’이라고도 불렸다. 고실고실한 밥에 설탕과 소금, 식초를 넣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산 김 대부분은 일본으로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인 주역이었다. 이후 김 생산량이 증가하며 국내시장에서도 김이 매대에 높게 쌓인 채 판매됐다. 얇은 김 위에 조미하지 않은 밥을 깔고 소금에 절인 오이나 단무지, 삶은 시금치를 넣은 한국식 김밥이 가정은 물론이고 분식점 간판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중반, 국수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등장하며 김밥도 메뉴에 포함됐다. 1990년대 중반 샐러리맨 시대가 열리며 도심 곳곳에 김밥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분식집 김밥과 달리 치즈김밥·고추김밥·누드김밥·샐러리김밥처럼 다양한 형태가 쏟아져 나왔다.

넷플릭스 인기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김밥 한줄을 한꺼번에 먹는 장면. 넷플릭스

2021년 김밥은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kimbap’으로 등재됐다. 2025년 여름, 넷플릭스 인기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김밥이 나오자 외국에선 김밥 한줄을 한꺼번에 먹는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제 김밥은 한국 음식에서 세계인의 음식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제야말로 밥이 들어가지 않은 19세기 ‘김쌈’을 복원할 때다.

주영하 음식 인문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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