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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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노인과 그의 첫째 딸은 며칠째 냉전 중이다.
김 노인의 요양원 조기 퇴소 건으로 얼마 전 크게 다퉜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노인이 욕실에서 미끄러져 팔이 부러진 이후부터 완강해졌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김 노인과 같은 이들이 자신의 집에서 즐거운 콧노래로 이 가사를 흥얼거릴지, 집이 아닌 곳에서 울적한 그리움에 가사를 읊조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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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노인과 그의 첫째 딸은 며칠째 냉전 중이다. 김 노인의 요양원 조기 퇴소 건으로 얼마 전 크게 다퉜기 때문이다. 김 노인은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가 있다. 조금 거동이 불편할 뿐, 김 노인은 자신이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딸의 입장은 달랐다. 허리 굽은 노인이 혼자 사는 것도, 고기 드시라고 용돈을 쥐어줘도 흰 밥에 물말아 김치만 먹는 것도 참을만했다. 그러나 김 노인이 욕실에서 미끄러져 팔이 부러진 이후부터 완강해졌다. 초반엔 자식들이 번갈아가며 어찌저찌 김 노인을 돌봤다. 하지만 먹고 사는 삶은 개인 사정 따위 봐주지 않았고, 노인의 회복은 더뎠다. 결국 요양원행을 결정했을 때, 죄책감과 괴로움에 가장 많이 눈물을 훔친 이도 큰딸이었다.
김 노인도 내키지 않지만 제 삶의 불편보다 자식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요양원에 입소했었다. 하지만 요양원에서의 적응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죄다 자신보다 아파 보이는 늙은이들 속에 있으니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았다. 음식과 서비스가 좋아도 단체생활이 필수인 잠자리가 불편해 고역이었다. 이웃 노인들과 간간이 치던 고스톱과 수다까지 생각하니 집이 간절해졌다.
누구도 탓할 수 없고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부모와 자식 간의 줄다리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부모는 자신이 어디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2020년 장기요양실태조사에 따르면, 68.8%는 자녀(손자녀 포함)가, 11.7%는 배우자가 결정한다. 스스로 결정한 비율은 8.6%에 불과하며, 요양원 입소 본인 결정 비율은 4.7%로 더 낮다.
정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요양원 입소 후 집으로 돌아가 재가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6%(2018년 기준)로 매우 낮다. 가족에게 "수급자 건강이 호전되는 경우 집으로 모실 의향이 있나"라고 물었더니 다수가 '없다(74.6%)'고 대답했으며, 가장 큰 이유는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74.4%)'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노인과 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시군구가 중심이 돼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 제공하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사업(돌봄통합지원)이 오는 2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본격적인 사업 시작 전에 진행된 시범사업의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시범사업 참여군은 대조군 대비 재가 거주기간이 8일 길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대조군 대비 요양병원 입원율은 61%, 요양시설 입소율은 81%로 감소하고, 참여군 보호자 69.8%가 부양부담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건강보험·장기요양 비용도 41만원 감소했다 하니, 돌봄통합지원은 흡사 만병통치약과 같다.
문제는 이 만병통치약을 만들 재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동시민사회는 원만한 돌봄통합지원 추진을 위해 예산 2천132억원 책정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확정한 돌봄 예산은 914억 원으로, 요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자체별 지원 금액을 환산하면, 이전 정부에서 노인만을 위한 지자체당 시범사업을 위해 국고를 투입했던 금액(5억4천만원) 대비 대상지원은 확대되고 지원 금액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인력 증원도 요지부동이니, 지자체의 돌봄 현장과 노동시민사회가 사업 시작 전부터 막대한 혼란을 우려하는 이유다.
외국 동요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김 노인과 같은 이들이 자신의 집에서 즐거운 콧노래로 이 가사를 흥얼거릴지, 집이 아닌 곳에서 울적한 그리움에 가사를 읊조릴지. 거창했던 포부와 시범사업과 달리 쪼그라든 예산 앞에서 노래의 분위기는 불투명하다.
한국노총 정책2본부 선임차장 (petssy1212@inoch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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