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에도 도움되는 재생에너지

김병권 2026. 3. 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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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
▲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초 예고 없이 베네수엘라에 군대를 투입해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하더니, 이번에는 의회 승인도 없이 이스라엘과 공동으로 이란을 군사 공격했다. 미국 국내 규범과 국제 규범 모두를 무시한 글로벌 최강대국의 이 같은 도발은,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크게 경제와 사회, 정치와 외교에 다양한 방식으로 악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다. 에너지 공급망의 교란은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슈다.

이번에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된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모두 산유국인 데다가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두드러졌다는 면에서, 미국이 중국의 안정적 석유 공급망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거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확실히 두 나라에 대한 공격은 중국 석유 조달과 수급 비용에 차질을 줄 개연성이 높으며, 특히 이란과의 전쟁은 당분간 원유 가격의 폭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이번에 따져봐야 할 대목이 있다. 중국의 석유 자립률이 고작 25% 내외밖에 되지 않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입한다. 반면 수입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 그리고 베네수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에 그쳐서 분명 타격은 있을 것이지만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한 가지 더 짚어봐야 할 점은 중국 에너지의 전기화 추세다. 2025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는데, 이 기준을 가장 잘 충족한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주요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전체 에너지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렸는데, 2010년 무렵만 해도 20%에 미치지 못한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미국이 21세기 내내 23% 정도에서 정체되고 있는 것과도 비교된다.

이렇게 전기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 더하여, 중국은 현재 전체 전기 생산의 3분의 1을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받는다. 적어도 재생에너지로 공급받는 전기에너지만큼은 글로벌 지정학과 원유시장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전기에너지 대신 아직도 석유에 의존하는 분야의 절반은 자동차 연료인데,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최근 전체 자동차의 50%를 넘을 정도로 급성장하는 중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전기차 활성화는 다시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요약해 보면, 미국의 베네수엘라와 이란 공격은 틀림없이 중국의 석유 수입 안정화를 흔들고 어느 정도는 에너지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중국이 추구한 에너지소비의 전기화와 전기에너지의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는 이런 불안정의 완화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이 대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건 뭘까? 최근 세계는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 가격' '기후변화를 줄일 수 있는 에너지 생산' 그리고 '안정적인 에너지 안보'라고 하는 세 가지 목표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를 모든 국가가 전략과제로 삼아왔다. 그리고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 대응'을 위한 목표로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웠지만, 그로 인해 가격 상승 부담을 안아야 하며, 에너지 안보가 더 나아질 것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재생에너지에 집중하면 에너지 전략의 세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점점 더 현실화하는 중이다. 중국과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재생에너지는 기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에너지 가격의 안정화를 넘어 가격 하락에 도움이 되며, 심지어 대외의 지정학적 변동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 싱크 탱크 엠버(ember)도 '재생에너지와 전기화가 에너지 안보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재생에너지는 기후를 위해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과거 논리에 더 이상 갇힐 필요가 없다. 대신에 재생에너지는 기후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글로벌 지정학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격 안정화와 공급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녹색산업을 일으키며, 녹색일자리까지 만들어줄 수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bkkim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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