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5사 통합 시나리오 다음달 ‘윤곽’

발전 5사 통합 시나리오가 이르면 4월 중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크게 재생에너지를 중점으로 하는 '재생에너지공사'안과 모든 발전사를 하나로 통합해 내부에서 기능재배치를 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발전사 노조들과 석탄화력발전정비사업을 수행하는 한전KPS노조에서는 정부안이 재생에너지공사안으로 채택되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기후부·한전 연구용역 시작
기존 5사 체제 비효율 개선 목표
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이르면 다음달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5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통폐합 논의 시나리오를 2~3개로 압축해 제시한다. 지난달 10일 기후부와 한전이 발주해 삼일회계법인이 계약한 '에너지 전환기 전력공기업의 새로운 역할 연구' 연구용역 결과가 4~5월께 나올 전망이기 때문이다. 기후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나올 통폐합 시나리오를 놓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연구용역 제안요청서를 살펴보면 핵심은 발전 5사 통폐합 시나리오다. 주 내용으로 △에너지 전환기 발전공기업 체계의 한계와 비효율적 측면 분석 △발전공기업 새로운 역할과 개편 방향 및 세부 이행 절차 마련 △발전공기업 체계 개편에 따른 전력산업 안정성 및 전력시장, 지역사회, 근로자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 검토 △발전공기업 개편에 따른 전력산업 거버넌스 등 후속조치 필요 사항 등으로 이뤄져 있다.
발전 5사 통폐합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기존 체제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게 업계와 노사의 공통된 인식이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한전의 발전부문이 쪼개지며 생긴 발전 5사 체제는 발전사 매각을 통한 민영화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입찰에 불참하면서 실패하며 민영화는 멈췄고, 각 발전사는 발전원 개발과 연료 조달, 해외사업, 연구개발(R&D) 등에서 유사한 기능을 만들며 비용과 비효율이 발생했다. 이런 현상은 에너지 전환으로 석탄발전 감축과 재생에너지 투자가 모든 발전사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재차 부각됐다.
기후부,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 제고 취지
재생에너지공사 설립에 무게 … 업계·시민단체 '반대'
문제는 '어떻게'다. 어떤 방식으로 통폐합이 진행되느냐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산업경쟁력 확대 속도와 업계 노동자들의 미래 일자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나오는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석탄화력발전이 주력인 발전사를 통폐합하고 재생에너지를 중점으로 하는 공사를 별도로 만드는 가칭 '재생에너지공사안'과, 모든 발전사를 하나의 발전사로 통폐합하는 안이다.
재생에너지공사안은 속도감 있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일 수 있다. 석탄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공사로 전환할 수 있다. 업계는 기후부의 원칙과 일치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김성환 장관은 지난달 9일 기후부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본격적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산업경쟁력을 대폭 높인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김 장관은 동시에 "약간의 경쟁이 필요한지, 통폐합해 체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하는 게 효과적인지 정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업계와 시민사회는 재생에너지공사안에 부정적이다. 발전량이 줄어드는 석탄발전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로의 전환배치가 이뤄진다고 해도 재생에너지 분야에는 민간 사업자가 진출해 소유·운영할 가능성이 높아 일자리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우 태양광은 설비의 98%, 풍력은 91%를 민간 발전사업자가 소유하고 있다.
업계와 시민사회는 발전사를 하나로 통폐합하는 안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 나주에 통합본사를 설치하되 권역별 사업소는 기존 5개 발전사 체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석탄화력 같은 기존 발전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인력 전환과 기능 재배치를 연계하면 전환에 따른 구조조정 충격을 완화하고, 에너지전환 대응 역량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정의로운 탈석탄법은 없고 일방 소통 이어져"
노동계 일각에서는 기후부가 '재생에너지공사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서부발전노조 관계자는 "(통합발전사+재생에너지공사라는) 두 개 회사를 염두에 둘 것 같다"며 "모든 발전사를 하나로 합치면 노조 조합원만 1만명이 넘는 거대 공공기관 노조, 통제하기 어려운 발전사 공공기관을 만드는 부담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동서발전노조 관계자는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올리는 방법이라면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여러 시나리오를 고심 중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부·동서·중부발전노조는 정부가 분리를 전제로 발전공기업 통폐합을 공식화할 경우 조직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결의문을 지난달 3일 전력연맹 대의원대회에서 채택했다. 남동발전노조도 같은 달 20일 결의대회를 열고 "신재생에너지 공기업 별도 설립은 결사반대"라며 "당사자와의 대화 없는 불통의 통폐합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내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연맹 관계자는 "이미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되고 있는데 정의로운 탈석탄법은 아직도 제정되지 않아 불만이 높고, 이번에 한전KPS 하청노동자 직접고용을 이야기하면서도 발전정비산업 전체의 일자리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며 "노조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임계점에 도달한 발전노동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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