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을 왜 하냐” 묻던 서학개미들…박탈감에 월가 큰손 투자처 봤더니
AI붐·관세전쟁에 美증시 휘청
피난처 찾는 서학개미들 늘어
통 큰 베팅 스탠리 드러켄밀러
JP모건·비자·마스터카드 담아
안전마진 노리는 세스 클라먼
실전개선 기대 건축자재 투자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제품 자체를 만드는 상장사가 주식시장의 주류다. 이들은 AI로 인해 일거리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은 제품 서비스 위주여서 AI 때문에 실적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관련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투자 대가’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확신이 생기면 통 크게 베팅한다. 또 다른 억만장자 세스 클라먼은 ‘안전마진’에 집중하며 저평가·소외주에 투자한다. 전자는 소수 종목 집중 투자, 후자는 돈을 잃지 않는 투자법으로 유명하다. 모두 워런 버핏의 대표 포트폴리오 전략이어서 두 인물이 버핏의 후계자로 불린다.
드러켄밀러는 미국 투자은행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최근 집중 매수했다. 클라먼은 아마존·이글머티리얼스(주식명 EXP)·아에로멕시코(AERO) 등의 개별 종목 비중을 크게 늘렸다. 모두 금리 인하 수혜주다. 저렴해진 우량주를 미리 사둬 중장기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황호봉 제니스그룹파트너스 대표는 “AI가 국내 시장엔 호재, 미국 대형주에는 단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은행들이 국채를 매수하며 자신의 정책을 보조해줘야 해서 규제를 풀어주고 있어 장기적으론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금리 인하를 예상해 최근 주가가 하락한 우량주를 사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드러켄밀러와 소로스가 유명해진 것은 1992년 9월 16일 ‘블랙 웬즈데이’ 파운드화 쇼트(공매도) 덕분이다. 당시 영국 정부와 영란은행은 외환보유액으로 파운드를 사들이고 금리를 올리며 파운드화 가치를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오만이자 오판이었다. 시장은 일제히 파운드화 매도에 나섰고 대량 공매도 포지션에 있던 드러켄밀러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드러켄밀러의 “확신이 서면 크게 집중 베팅한다”는 철학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의 듀케인은 연평균 수익률 30%(1981~2010년 기준)와 연간 기준으로 단 한 번도 손실이 없었다는 자체 발표로 유명하다.
그런 그도 한국 주식에는 데었다. 지금도 ‘화상 자국’이 남아 있다. 13F(큰손 투자 공시 양식)에 따르면 2021년 1분기부터 쿠팡 주식을 매수한다. 쿠팡은 한국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2023년 중반에 드러켄밀러는 쿠팡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12%대까지 늘린다. 그러나 쿠팡은 투자 대비 성과가 미미해 적자가 누적된다. 실적이 따라오지 않는 쿠팡에 대해 드러켄밀러는 작년 2분기에 절반 이상의 주식을 내다팔며 ‘손절’에 나선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최근 공시에서 그는 쿠팡을 기존보다 46.2%(2025년 4분기)나 늘리며 ‘물타기’에 나섰다. 국내에서 쿠팡 불매운동이 펼쳐졌지만 ‘단기 악재’로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워낙 많이 정리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3.5% 수준에 그친다. 현재 쿠팡 보유 수익률은 -46%(스톡서클 기준)로 추정되고 있다.
블룸버그와 구루포커스 등에 따르면 드러켄밀러 회장은 쿠팡 추가 매수와 함께 ‘파이낸셜 셀렉트 섹터 SPDR’(XLF) ‘인베스코 S&P500 이퀄 웨이트’(RSP) ‘아이셰어스 MSCI 브라질’(EWZ) 등 3개 ETF를 신규 편입해 월가를 놀라게 했다.
XLF는 단숨에 그의 포트폴리오 비중 2위(6.7%)까지 뛰어올랐다. 1998년 12월 출시된 미국 대표 금융주 ETF다. 8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실부담비용률은 연 0.08%다. 분기 배당 ETF로, 배당수익률은 1.42%다.
XLF의 보유 비중 1위 종목은 버크셔해서웨이(12.2%)다. 드러켄밀러와 버핏의 ‘연결고리’다. 이외 5% 이상 주요 종목은 JP모건(11.2%) 비자(7.2%) 마스터카드(5.7%)다. 이들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대표 수혜주가 된다. 투자은행들은 인수·합병(M&A) 등 대형 거래가 증가하고, 카드사들은 소비가 늘어 결제액이 증가한다.
월가는 드러켄밀러와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의 ‘듀케인 인맥’을 거론한다. 워시는 드러켄밀러와 듀케인에서 약 14년을 함께 일했다. 두 인물의 거시경제 시각은 가까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워시 지명 과정에서 “금리는 큰 폭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한 발언은 워시를 압박하고, 드러켄밀러에게는 투자 힌트를 주고 있는 셈이다.
RSP가 드러켄밀러의 보유 비중 5%로 올라선 것도 이채롭다. S&P500 기업을 똑같은 비중으로 담는 ETF다. 비중 1위 종목이 0.5%를 넘지 않을 정도로 분산돼 있다. 결국 RSP를 매수해 고평가된 성장주보다는 배당을 주는 가치주의 비중을 늘린 셈이다. ‘한국형 RSP’인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 ETF를 절세계좌에 담으면 드러켄밀러의 투자법을 따라하면서 세금까지 아낄 수 있다.
또 다른 신규 편입 ETF는 EWZ(2.5%)다.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오를 것이란 예상에 EWZ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다. EWZ의 비중 1·2위 종목은 베일(10.9%)과 누홀딩스(10.4%)다. 베일은 철광석 중심의 브라질 대표 광산회사이며 누홀딩스는 남미 최대 디지털 금융사다.
여기서 안전마진은 기업 내재가치와 주가 간 차이가 벌어진 경우에 투자자가 거둘 수 있는 기대수익을 말한다. AI와 관세 리스크 등 각종 악재로 특정 기업의 주가가 떨어졌을 때 종종 나타난다. 지난 분기 클라먼은 아마존과 EXP·AERO 등 개별 종목을 집중 매수했다.
지난 24일 기준 최근 6개월 아마존 주가는 약 -10%, EXP는 -5%라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AERO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예탁증서 형태로 상장했는데 2025년 11월 상장 이후 마이너스다. 클라먼 입장에선 이들의 실적이 탄탄한 데다 금리 인하도 다가올 것으로 예상해 이들 종목을 통한 안전마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 종목에 한화(24일 환율 적용)로 약 1조원을 투자했다.
작년 11월 아마존은 AI 관련 투자를 위해 22조원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했는데 금리 인하 시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든다. 클라먼은 수년간 아마존을 샀다 팔았다 하면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지난 1년 실적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33배가 넘는다. 다만 PER 추이는 하락세다. 고평가 부담이 줄었다고 판단해 다시 그 비중을 9.3%로 늘렸다.
EXP는 미국 시멘트·석고보드(월보드) 등 건축자재를 판매한다. 금리가 떨어져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실적이 곧바로 상승하는 구조다. 이 상장사는 PER이 17배에 불과하다. 클라먼은 기존에도 4.57%의 비중으로 들고 있다가 최근 추가 매수로 그 비중이 4.64%가 됐다.
클라먼은 멕시코 최대 항공사 AERO를 신규 편입(2%)했다.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사는 금리 인하 시기에 이자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게다가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엔 여행 수요가 늘어나니 AERO의 매출 증가 기대감이 커진다. 작년에 연간 기준 최고 이익률을 기록하며 월가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월가 관계자는 “드러켄밀러와 클라먼 모두 금리 인하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을 미리 사모았다”면서 “미국 주식에 대한 노출도를 줄이고 브라질·멕시코 등 신흥국 비중을 늘리며 나름대로 글로벌 분산 투자로 변동성을 피해가겠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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