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에도 ‘침묵’ 이어가는 조희대 대법원장···일선 판사들은 불만

임현경 기자 2026. 3. 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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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반발’과 ‘반성’ 중에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지난달 28일 ‘대법관 증원법’을 마지막으로 국회 본회의를 모두 통과했다. 사법개혁 법안을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한다.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법원의 모든 사무를 관장하는 법원행정처 폐지도 다음 개혁안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정작 조 대법원장은 2일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중이다. 사법개혁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직전인 지난달 23일 “개헌 사항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마지막이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반발’과 ‘반성’ 사이에서 침묵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의 거센 사법부 압박에 섣불리 반발하기도 어렵고, 이를 수용하기도 쉽지 않으리란 취지다. 반발했다간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고, 사법부에 대한 공세를 수용하면 사법부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의 요구대로 조 대법원장이 ‘자진사퇴’를 할 가능성은 작다. 익명을 요구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이제 와 자진사퇴를 하면 무책임하다는 비판만 받게 될 것”이라며 “입장을 밝힌다고 해도 ‘반발’ 또는 ‘반성’일 텐데 둘 다 선택할 수 없으니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에게 정치권을 달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미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7일 일방적인 사법개혁 추진에 반발해 처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의 사법부 압박이 무리하단 점을 보여주려는 시도였는데, 되려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정치권이 직접 요구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과 정치권의 경색 국면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늦어지는 것도 갈등의 연장 선상으로 풀이된다. 후임 대법관 제청을 두고 청와대와 물밑조율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추측이 나오는데, 이로 인해 조 대법원장의 권위가 더욱 흔들린다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사퇴 압박을 받으면서도, 당장 사법개혁으로 흔들리는 사법부를 챙겨야 한다. 사법개혁 3법 시행과 후속 입법에 대비하는 한편, 후임 법원행정처장도 인선해야 한다. 법원행정처는 후속 입법 대비를 위해 내부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악 대법관이 3일 퇴임하면서 생기는 대법관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도 숙제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까지도 노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인사를 청와대에 제청하지 않았다. 노 대법관 퇴임으로 선관위원장과 대법원 소부를 맡는 대법관들의 역할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일선 법원에서는 ‘지휘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지법 부장판사는 “사법부가 입장 표명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독립을 지켜나가는 것은 옛날 방식”이라며 “지휘부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른 지법 부장판사는 “나머지 임기 동안 사법부가 식물 상태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각급 법원 판사의 의견을 모으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달 새 법관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다만 회의가 열리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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