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최종 심판 공정하길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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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31일,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 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저는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2등 항해사 허재용의 누나입니다.
부산해심원의 재결이 뒤집히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크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마지막 심판기일을 앞두고 2017년 침몰 당시 해양수산부 담당자였던 사람이 중앙해심원 심판관으로 온 사실입니다.
해양사고심판법에 따라 침몰의 원인을 규명하고,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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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주 |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미수습자 허재용의 가족
2017년 3월31일,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 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저는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2등 항해사 허재용의 누나입니다. 차가운 바다에 가족을 두고, 망망대해 대서양 깊은 바다를 찾아 헤매는 듯한 시간을 견뎌온 지 어느덧 9년입니다. 그동안 우리 가족들은 피붙이를 찾으러 2차 심해 수색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9년 동안 형사재판도 있었지만, 해양심판도 진행되었습니다. 부산지방해양안전심판원(부산해심원)의 재결을 거쳐서 오는 25일,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중앙해심원) 최종 재결(판결)이 내려집니다.
“부산해심원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판이 진행 중인 것 알고 계시죠?”
2020년 4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한 조사관이 인터뷰 중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때까지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의 공무원들을 수십차례 만났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일입니다. 피해자인 우리 가족들도 모르는 상황에서 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니…. 그날 이후 ‘해양사고심판법’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들을 붙들고 있다가 ‘이해관계인’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이해관계인 신청을 했고, 사상 처음으로 피해자가 이해관계인이 되어 변호사와 함께 해양심판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부산해심원과 중앙해심원에서 열린 해양심판에 참석하느라 부산과 세종을 오간 횟수는 모두 열번입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아무 잘못도 없다고 반복해 주장하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 ‘폴라리스쉬핑’과 ‘한국선급’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22명의 사람이 희생됐는데 그들은 죄가 없답니다.
침몰 참사 이후 6년9개월이라는 긴 시간 끝에, 2023년 12월 부산해심원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의 원인이 선사의 불법 행위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내린 결론을 처음 마주했을 때, 안도보다는 처참한 아픔이 밀려왔습니다. 지금 대서양 푸른 바다 3500m 심해에 있는 22명 희생자들이 이 소식을 듣는다면 어떤 심정일까.
그러나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는 그 결론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과 2심 내내 거액을 들여 유명 교수의 이름으로 작성된 용역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을 선임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심판 과정 내내 수없이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 주장해 온 ‘5분 이내 침몰’을 부정하며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을 선원들의 ‘시맨십(seamanship·뱃사람 정신) 부족’ 탓으로 돌렸다는 점입니다. 침몰 참사의 책임을 돌아오지 못한 선원들에게 돌리는 파렴치한 선사를 보며 치를 떨었습니다.
최종 재결만 남았는데 우리 가족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부산해심원의 재결이 뒤집히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크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마지막 심판기일을 앞두고 2017년 침몰 당시 해양수산부 담당자였던 사람이 중앙해심원 심판관으로 온 사실입니다. 그는 피해자들을 수없이 대면하면서도 해양심판의 존재에 대해서는 끝내 알리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해양심판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해양사고심판법에 따라 침몰의 원인을 규명하고,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입니다. 이번 심판을 통해 우리는 제도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았습니다. 재난 참사에서 피해자가 배제되었던 관행과 달리, 피해자가 직접 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9년을 기다렸지만, 중앙해심원의 재결일을 앞두고 더욱 초조하기만 한 피해자 가족들이 어떠한 의심도 없이 재결 결과를 수용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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