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화 8번, 번역본 줄줄이… 불멸하는 ‘폭풍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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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폭풍의 언덕'(감독 에머럴드 피넬)은 에밀리 브론테(1818∼1848)의 동명 소설(1847년)을 원작으로 한 여덟 번째 영화다.
'열린책들'에서 2024년 펴낸 소설을 번역한 전승희 씨는 "인종, 재산, 계급을 축으로 차별과 착취를 자행하던 당대 사회 질서와 그런 질서를 바탕으로 제국 경영을 하던 영국 사회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통렬한 비판이 담긴 작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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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번역본서 캐서린 독립성 강조

이 소설은 영국 벽촌에서 나고 자라 짧은 생을 살다 간 작가가 발표한 유일한 작품이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요크셔 황야의 저택을 배경으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격정적이고도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주인공 히스클리프는 떠돌이 고아 출신으로 ‘피부색이 어두운 집시’ 등으로 묘사되는데, 이런 설정이 오늘날엔 인종 차별 문제와 계급성을 바탕으로 작품을 재해석하는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열린책들’에서 2024년 펴낸 소설을 번역한 전승희 씨는 “인종, 재산, 계급을 축으로 차별과 착취를 자행하던 당대 사회 질서와 그런 질서를 바탕으로 제국 경영을 하던 영국 사회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통렬한 비판이 담긴 작품”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 번역본들은 또 다른 주인공 캐서린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면모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If all else perished, and he remained, I should still continue to be; and if all else remained, and he were annihilated, the universe would turn to a mighty stranger”란 원문은 2023년 출판사 앤의서재가 ‘여성작가 클래식’ 시리즈로 선보인 판본(이신 옮김)에서 “만일 다른 모든 게 소멸하고 그 애만 남는다면 난 그래도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만일 다른 모든 게 남고 그 애만 사라진다면 이 우주는 지극히 낯설어질 거야”로 옮겨졌다.
기존 번역본에선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등으로 옮겨져 ‘자기 소멸적 사랑’이 강조되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새 번역은 “난 그래도 계속 존재할 수 있어”에 방점이 찍히며 새로운 해석의 길을 열어놓는다. 사랑으로 사라지는 인물이 아니라, 사랑 속에서도 자기 존재를 자각하는 인물로 캐서린을 재조명한 ‘강조점의 이동’은 인물의 성격까지 달리 보이게 만든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판사 윌북도 올해 초 에밀리와 샬럿 브론테뿐 아니라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막내 앤 브론테의 작품까지 함께 조명한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을 출간했다. 특히 앤 브론테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아그네스 그레이’는 상류층의 위선과 모순, 가정교사로 살아가던 여성의 삶을 통해 계급 의식과 젠더 문제를 가장 예리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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