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거주 이란인들 “현지와 연락 다 끊겨… 가족들 안전 걱정돼”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7)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이틀째를 맞은 2일 이란인들 사이에선 정권 교체에 대한 희망과 확전에 대한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이란 정부가 지난 1일 하메네이 사망을 공식 확인한 직후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 곳곳에선 시민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러나 이란 정권 지도부가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하고 즉각 반격에 나서자 이란인들 사이에서 우려하는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 사는 이란인들은 이란에 있는 가족들과 통신이 끊겨 발을 굴렀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이란인 가잘레(30)씨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평소 이란에 있는 가족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락해 왔는데 현재 모든 소통 수단이 막힌 상황”이라며 “미국의 공습 직후 가족들한테서 ‘안전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받은 뒤로 지금껏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전날 오후 9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술집엔 하메네이의 사망을 축하하기 위해 재한 이란인 60여 명이 모였다. 모임에 참석한 이란인 나즈(30)씨는 “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라도 기쁨을 나누기 위해 파티를 열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란이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 주변국 미군 군사 기지를 겨냥해 반격에 나서자 이란인들 사이에선 전쟁이 길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 27년째 사는 이란인 알만 잔게네(49)씨는 “어제는 하메네이의 사망에 행복해했다”면서도 “하루 지나고 보니 언제 전쟁이 끝날까, 우리 가족에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두바이 등 중동 주요 거점 공항을 경유하는 항공편이 대거 결항되면서 발이 묶인 현지 교민과 여행객 불편도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 근무 중인 한국인 A씨는 “회사에서 사우디 밖으로 출국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와 휴가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며 “중동 분쟁이 심화돼 사우디도 위험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두바이에선 확전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두바이 지역 소셜미디어 대화방에는 “쌀과 우유가 동났다” “배달 앱이 먹통이라 직접 장을 봐야 한다”는 내용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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