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대전환 노리는 트럼프… 아프간式 장기 혼돈에 휘말릴 수도”

미국의 공격으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면서 중동 질서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에게 체제 전복을 촉구하며 중동의 정치적 지형을 완전히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란도 포함하는 ‘확대 아브라함 협정’ 을 통해 자신을 ‘중동 대전환을 이룬 영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구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모든 첨단 무기를 동원한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정세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정권 붕괴와 새 질서의 조기 정착’ 가능성을 거론하나 아프가니스탄식 장기 혼돈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국장을 인용, 이란의 핵 농축 프로그램이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하지만 완전 파괴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바에즈 국장은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로 ①이란 체제 붕괴② 군사적 수렁③이란의 핵무장 가속화라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트럼프 ‘도박’에 “리스크 크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다수의 매체들은 트럼프의 이번 공격 을 ‘도박’으로 평가한다. 대다수 싱크탱크는 트럼프의 ‘도박’이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 미 외교협회(CFR)는 이번 작전이 핵 시설 타격을 넘어 정권 교체까지 염두에 뒀지만, 수천㎞ 밖에서 공격하며 체제 전환을 설계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분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역시 이란의 보복 대응 시나리오를 분석하면서 이번 타격이 이란 내 강경파를 결집시켜 미국의 의도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 체제가 곧바로 무너지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것이다.
이란 헌법상 최고 지도자 공백은 임시 지도 체제가 메우고 최종적으로는 성직자 기구인 전문가회의가 후임을 선출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권력 향방은 혁명수비대(IRGC)와 정보기관, 핵심 엘리트 집단의 역학 구도와 재편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의 신(新) 지도부 형성 과정에서 권력 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만약 미국의 이번 공격이 이란 체제 균열로 이어진다면 중동의 근본적 재편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최근 격화된 반정부 시위와 단기간에 약 3만명을 학살한 혁명수비대에 대한 분노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혁명수비대 내부에서도 중간 간부 이하에서 동요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하메네이가 살해된 후 일부 이란 시민의 공개적 환호는 이전과는 다른 징후”라고 분석했다.
이란 체제 변화가 현실화할 경우, 트럼프가 구상하는 시나리오는 획기적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의 1기 임기 당시 최대 외교 성과로 평가되는 아브라함 협정을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이란까지 확장해 ‘중동 대전환’을 완성한 영웅으로 기록되기를 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UAE·바레인·수단·모로코의 관계 정상화를 넘어서 중동의 새 역사를 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미국의 새로운 파트너가 돼 에너지 분야 등에서 미국 기업이 진출하기를 바란다. 인 교수는 “이란 국민의 강한 자존심과 민족주의를 감안하면 급진적 체제 전복보다는 기존 권력 연합의 재편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고 전망했다.
◇미군의 기술·군사적 우위 주목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과 관련,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국제교류재단 이사장)는 “이번 작전에서 드러난 미국의 정보력과 정밀 타격 능력, AI 기반 작전 체계는 향후 추가적인 ‘참수 작전’ 가능성까지 시사한다”고 했다. 그는 “설령 단기간 내 이란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미국의 기술·군사적 우위가 이란 권력 엘리트에게 지속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성공 여부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지향 센터장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란산 드론에 크게 의존해 왔다”며 “이란이 전략적으로 약화될 경우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는 종전 협상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중국이 저가의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해 온 점을 거론하며, 에너지 전략 조정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근 교수 역시 “이란이 러시아·중국과의 수정주의 연대에서 이탈한다면 북·중·러 전략 구도에도 상당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보여준 공격 능력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도를 대폭 높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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