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클래식 손잡고… 무대 오르는 문학
“텍스트 힙, 다른 장르로 확산 중”

“‘유혹’은 거부해야 할 악덕이나 도덕적 타락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톨스토이에겐 살아 있다는 가장 뜨거운 증거였습니다.”(박혜진 민음사 세계문학 편집자) “행복을 지키기 위해 사회와 맞선 안나를 비난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질문을 뮤지컬에 담았습니다.”(알리나 체비크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오리지널 연출자)
지난달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서울 서대문구 예스24 원더로크홀에서 연 토크 프로그램 ‘페이지&스테이지’ 참석자들이 이같이 말했다. 문학을 원작으로 하는 예술 작품을 다양한 시선으로 탐구하는 행사다. ‘안나 카레니나’는 소설로는 1500쪽이 넘지만 뮤지컬로는 130분가량. 어떤 장면을 걷어내는지에 따라 독자와 관객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주연 배우 옥주현은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안나가 사랑을 소유하려고 하면서 결국 자신을 망가뜨렸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문학 작품이 책 속 페이지를 벗어나 무대에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세종문화회관 무대는 책방 같기도 공연장 같기도 했다. 관객들이 객석이 아닌 무대에 앉아 시를 읽고 음악을 듣는 이른바 ‘리딩&리스닝 스테이지’ 공연. 90분 동안 존 케이지, 키스 자렛 등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관객들은 무대 서가에 꽂힌 시집을 꺼내 읽었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올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27개 무대와 결을 같이하는 시집 27권을 선정해 비치했고, 함께 자리한 박연준, 신이인 등 시인들이 시를 낭독했다. 문학과 공연이 만나 작품 해석의 지평을 넓히고, 독자들을 더 깊은 감정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이런 행사가 요즘 부쩍 많아졌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난해 소설 ‘키메라의 땅’을 출간했을 때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 위에 올랐다.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한 공연의 제목은 ‘키메라의 시대’. 베르베르가 직접 대본을 쓰고 낭독자가 됐다. 무대 곡을 완성한 작곡가 김택수는 공연 소개에서 “소설이 인간과 동물의 혼종인 키메라의 이야기라는 점에 착안, 구인류(순혈 인간)를 상징하는 바로크 음악 형식을 ‘돌연변이같이’ 변주했다”고 했다.
시·소설 작품이 다양한 예술 장르와 만나는 흐름은 ‘텍스트 힙’의 확장으로 해석된다. 문학에 대한 관심이 다른 장르에도 뻗어 나가며 예술을 입체적으로 만든다는 것. ‘페이지&스테이지’를 기획한 이솔희 더뮤지컬 에디터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구현된 텍스트가 각자의 해석을 공유하게 된다”며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소비자들이 활자 기반 콘텐츠를 깊게 사유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예스24는 ‘페이지&스테이지’를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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