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먹으면 생명도 위협… 잘 먹어야 위험 줄인다

차상호 2026. 3. 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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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알레르기 원인과 치료]
유전적 요인으로 면역 기능 이상·장 점막 손상 등 발생
두드러기·코막힘·호흡 곤란·구토, 심하면 쇼크 유발
정확한 진단 없는 식이 제한 안돼… 체계적 관리 필요

우리 몸에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끊임없이 침투하는 이물질과 미생물을 감시하고 제거하는 정교한 방어 체계인 면역계가 존재한다. 이 똑똑한 방어 체계는 해를 끼치는 ‘적’과 이로움을 주는 ‘아군’을 구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 유익한 물질에 대해서는 공격하지 않고 받아들이도록 설계돼 있는데, 의학적으로 이를 ‘면역관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이 정교한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면역계가 특정 외부 물질을 위험한 침입자로 오인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상태, 즉 면역관용이 무너진 현상을 ‘알레르기’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생존을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식품에 대해 이러한 거부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를 ‘식품 알레르기’라 부른다. 지난 20년간 국내 소아 식품 알레르기 유병률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체질 문제를 넘어, 단체 급식을 시작하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는 아이의 안전과 직결된 불안 요소이자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원인= 우리가 섭취한 식품 속 단백질은 조리와 소화 과정을 거치며 대부분 잘게 분해돼 체내에 흡수된다. 그러나 일부 단백질은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채 식품 항원의 형태로 흡수되기도 한다. 이때 유전적 요인으로 면역 조절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장 점막 손상이나 염증으로 항원 흡수가 증가하면 식품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에 따라 주요 원인 식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영유아기와 초등학생 시기에는 계란, 우유, 콩, 밀 등이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다행히 이들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는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면역 체계가 안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접어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땅콩과 각종 견과류, 새우와 게 같은 갑각류 등 해산물이 주요 원인이 되는데, 이러한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는 나이가 들어도 잘 소실되지 않고 평생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증상= 가장 흔한 반응은 피부에서 나타난다. 모기에 물린 것처럼 가렵고 부풀어 오르는 두드러기, 입술과 눈꺼풀이 붓는 혈관부종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눈 가려움과 충혈, 콧물과 코막힘 같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기침, 호흡곤란, 쌕쌕거림이 동반되기도 한다. 구토, 복통, 설사 등 소화기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소아청소년과 경예찬 교수는 “가장 위험한 형태는 전신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로 두 가지 이상의 기관에서 증상이 동시에 발생하며, 혈압 저하와 실신, 쇼크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 상황”이라며 “적절한 처치가 지연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와 관찰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단= 진단의 첫 단계는 원인 식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병력 청취다. 어떤 음식을 얼마나 섭취했는지, 조리 상태는 어땠는지,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원인 식품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섭취 음식과 증상 발생 시간을 기록하는 ‘식품일지’가 큰 도움이 된다. 병원에서는 혈액검사나 피부반응검사 등을 통해 의심 항원에 대한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한다. 결과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의료진의 철저한 감독하에 의심 식품을 소량부터 단계적으로 섭취하며 반응을 확인하는 ‘음식물 유발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응급처치가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시행돼야 한다.

◇치료= 가장 근본적인 치료는 원인 식품 섭취를 철저히 피하는 회피요법이다. 적당히는 통하지 않는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면 계란 자체는 물론, 계란이 포함된 가공식품까지 모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새우와 게, 우유와 산양유처럼 단백질 구조가 유사한 식품 간 교차 반응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경예찬 교수는 “정확한 진단 없이 무조건 식단을 제한하면 영양 불균형과 심리적 위축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대체 식품을 활용하고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원인 식품을 점진적으로 섭취해 면역관용을 회복하도록 돕는 경구면역요법도 시행되고 있다. 다만 치료 중 알레르기 반응의 발생 가능성이 있고,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친 긴 치료 기간이 필요해 반드시 전문 의료진의 지도 아래 진행해야 한다.

급성 알레르기는 증상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 피부 증상에는 항히스타민제, 호흡기 증상에는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하며, 필요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기도 한다.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가 의심될 때는 지체 없이 강력한 혈관수축제인 에피네프린을 근육에 주사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재발 위험이 있어, 과거 경험이 있는 환자는 반드시 자가주사용 에피네프린을 처방받아 항상 휴대해야 하며, 위급 시 스스로 투여할 수 있도록 평소 사용법을 숙지해야 한다.

경예찬 교수는 “식품 알레르기는 단순히 특정 음식을 제한해야 하는 불편함을 넘어, 환자와 보호자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는 질환”이라며 “그러나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교육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안전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창원병원 내 경상남도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에서는 경남도민을 대상으로 식품 알레르기의 기본 개념부터 제한 식이요법, 대체 식품 선택 가이드 등 교육을 제공 중이며, 아나필락시스 발생 시 대처법과 에피네프린 사용법에 대한 실습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도움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소아청소년과 경예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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