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최대 뇌관’ 행정통합] 소멸 위기에 ‘뭉치자’ 공감대… 실질적 자치권 놓고 진통

이지혜 2026. 3. 2. 22: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극심해지는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소멸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지방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됐다. 조기 대선을 거치며 균형발전 공약으로 언급돼 온 ‘초광역권’ 구상은 새 정부 출범 이후 ‘5극 3특’, ‘행정통합’ 등 이름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지역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행정통합과 같은 초광역권 중심의 지역 발전이 필요하다는 데는 여야가 모두 공감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행정통합에 담길 자치 권한과 지역맞춤형 발전 방안, 또 이를 직접 수용해야 할 주민들의 의견 수렴 등을 두고 이견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광역자치단체장 선출 등 여야 정치권 셈법이 얽히고 국회 논의에서는 일부 지역이 좌초 상황에 놓이면서 행정통합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그래픽=조영주/아이클릭아트/

메가 이슈 된 국가균형발전

수도권 맞설 초광역권 구상서 출발
2010년 마창진 합쳐 통합창원시로
이재명 정부 행정통합으로 구체화

경남·부산 통합 신중론 여전

통합법 권한 이양·재정 분권 축소
정부의 ‘先 통합 後 보완’ 기조 비판
주민 수용성 바탕 3대 자치권 요구

◇오랜 광역화 논의 ‘행정통합’으로 구체화= 행정통합은 균형발전 방안인 ‘초광역권’ 발상에서 시작된다. 인접한 지자체가 네트워크를 확대해 행정·경제·생활권을 합친 ‘특별지자체’가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논리다. 이렇게 몸집을 키운 특별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고 산업·인프라를 갖추면 수도권에 대응하는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균형발전을 위해 꾸준히 논의·추진돼 온 개념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5+2 광역경제권’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구분 및 통합 정책을 시도하려 했다. 이때 마산·창원·진해가 합쳐진 마창진 통합도 이뤄진다. 또 경남에서는 지난 2018년 민주당 소속 부울경 단체장이 함께 추진한 ‘부울경 메가시티’로 더욱 익숙한 개념이기도 하다.

이 같은 구상은 지난해 치러진 조기대선에서도 여야 후보군 공약으로 발표됐다.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경선에서 경쟁한 김경수 후보의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구상을 이어받았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균형발전을 위해 초광역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행정통합’이 그 방안으로 부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충남지역 타운홀 미팅에서 행정통합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으로 지역 균형 발전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지역의 성장 발전 거점이 있어야 한다”며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광역화가 일반적인 경로다. 자잘하게 쪼개져 가지고는 (지역의)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후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이 대통령은 “남부는 해양 수도, 남부 벨트를 만들고 중부는 행정 수도로 행정 벨트를 만들고 이제 서울, 경기, 인천 일대는 문화 수도, 경제 수도로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이 규모가 다 나눠져 있으면 되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균형발전 얼마나 보장할까= 이후 정부는 앞으로 만들어질 ‘통합특별시(가칭)’에 각각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 부여와 창업 환경, 세제 지원 등도 함께 약속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통합자치단체 지원에 대해 발표하면서 확실한 인센티브와 그에 상응하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겠다며 이를 위해 행정통합 교부세와 행정통합 지원금(가칭) 신설 등을 포함한 국가 재원의 재배분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2027년 본격 추진 예정인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통합특별시 지역을 우선 고려하되 구체적인 이전 기관 등은 지역 선호·산업 여건 등을 고려해 추후 논의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또 입주 기업에 대해 고용보조금과 교육훈련지원금을 지원, 토지 임대료 감면,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지방세 감면 등도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후 국회에서는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이 제출되며 정부 지원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각 정당에서 발의한 법안에는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과 지방 분권·재정 자립을 특별시에 부여하는 많은 특례 조항이 담겼고 각 지역에 맞춘 산업 지원 특례나 지역현안 지원 방안 등도 담겼다.

그러나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빠지거나 수정되기도 했다. 정부 측에서는 국가 운영 기준을 들어 권한 이양과 재정 분권 등을 일부 축소했고,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들어 다수 특례 조항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일하게 국회를 통과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에는 재정 지원이 통합특별시 설치 이전에 지원한 수준 이상이 되도록 보장하고 보조금의 지급, 재정 투자·융자 등 재정상 특별한 지원을 하도록 특별법에 명시했다. 통합특별시의 사무 중 초광역적 도시계획, 광역교통체계, 광역 인프라 수립 등 사무를 제외하고는 시·군·구에 권한이 이양된다.

다만 정부의 ‘연간 5조 원, 4년간 20조 원’ 지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자치구 권한 강화를 위한 보통교부세 직접교부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지역에서 요구한 전기료 차등요금제와 영농형태양광 지구 지정, 군사시설(군공항) 이전사업 특례와 500만㎡ 미만 개발제한구역(GB) 해제권 등도 반영되지 않았다.

◇자치권 보장 온도차·주민 수용성 문제= 지자체와 여야 정치권이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통합 추진에 이견이 이어지는 것은 지역이 보장을 요구하는 자치권과 당장 법적으로 보장되는 자치권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통합 신중론을 이어가는 부산·경남에서는 △자주재정권 △자치조직권 △자치입법권 등 3대 자치권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일단 통합을 결단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부의 입장과 상반된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셈법으로 행정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방선거 이전이 적기라고 강조해왔다. 김 총리도 대정부 질문에서 “이번에 통합을 못 하면 4년 뒤로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통합하고 부족한 건 채워나가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법사위를 통과한 통합특별법에 대해서도 조례 제정 시 중앙 부처의 사전 협의·동의 절차를 그대로 두면서 지역 스스로의 정책 결정을 가로막는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국세의 지방세 이전 등의 항구적인 세수 확보 방안은 일괄 삭제됐으며, 정부가 약속했던 재정 인센티브의 법적 근거 미반영을 짚었다. 정부가 약속한 ‘4년간 20조 원 규모 지원’ 방안 역시 한시적이라는 점을 들면서 현재 8: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4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시가 공개한 행정통합 특별법안에도 각종 조례를 스스로 제정할 수 있게 해 법적 위상을 갖추고 양도세 100%와 법인세 30%를 통합 특별시 몫으로 돌리는 등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넘겨받고, 예비타당성 면제 같은 도시개발 주도권 역시 통합특별시가 갖도록 한다.

행정통합 논의 내내 문제로 지적돼온 주민 수용성 역시 문제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모두 지역에서는 속도전 우려와 함께 주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국 251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성향 야당도 행정통합특별법이 법사위에 상정된 지난달 24일 ‘숙의 과정 없는 행정통합 졸속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통합 중단 및 공론화부터 진행을 촉구했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