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개월치 석유 비축”...유가 100불 넘으면 경제 비상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6. 3. 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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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개시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정부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으면 국내 석유 비축분(약 7개월치)을 통해 단기 대응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돼 중동산 원유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들 경우가 문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물가가 상승하고 실질 성장률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등 가용한 모든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부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가동에 나선 상황이다.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에너지), 재경부 차관보(거시경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금융시장) 등이 실시간으로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유 선물 가격이 올랐지만 대부분 장기 계약이라 시장에 큰 파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축량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황이라 당장의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한국 정부의 석유 비축량은 117.1일로 3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물량이다. 민간이 보유한 비축량(104.1일)까지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약 7개월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기준인 90일치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협박은 치명적”이라면서도 “대체 항로인 아프리카 희망봉이 존재해 2023~2024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마찬가지로 운송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운송 차질 영향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당장 유가 변동이 확대될 수 있겠지만 불확실성은 최대 3개월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중동 분쟁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면 한국 무역수지는 408억달러 감소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 공급이 5% 줄어들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시장에서 원유 선물 가격은 단기적으로 치솟고 있다. 장외시장에서 브렌트유는 미국의 이란 공급 직전 종가에 비해 8~10% 오른 배럴당 77~8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올해 성장률 전망 때 가정한 유가 수준(배럴당 62~64달러)을 웃돌고 있다.

현재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0%, KDI는 1.9%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성장률이 1%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수입물가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추경 편성 논의에도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추경을 위해선 고용시장이 얼어붙거나 1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기준으로 0.5% 이하여야 요건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1~2월 상황을 보면 추경 요건에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도 좋은 흐름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유가 하락을 전제로 저물가, 2% 성장률 회복이라는 목표를 세웠다”며 “전제가 흔들리게 되면 그에 맞춰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란 사태 장기화 시 초래될 수 있는 ‘물류 병목’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외 선사들이 한국 화주 물량을 갑자기 운송하지 못하겠다고 하거나, 중소기업 운송이 어려워지는 경우에 대비해 국적 선사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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