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어떤 유행은 사양합니다
봄동 비빔밥이 한창 유행이라고 해서 유튜브와 SNS를 들여다봤다. 정말로 봄동 비빔밥을 주제로 한 쇼트폼 영상이 줄줄이 조회수 수백만 회를 기록하고 있었다. 줄 서서 기다려야 살 수 있던 두바이 쫀득 쿠키를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소리가 들리더니, 두쫀쿠가 가고 봄동이 온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매년 두 달 정도 맛볼 수 있는 계절 식재료 봄동에 유행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는 머쓱한 것 아닌가.
두쫀쿠는 이를 발명한 카페 대표가 주변 카페에 레시피를 나누면서 시작됐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윤민 대표는 상표권이나 레시피를 독점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자연스레 두쫀쿠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생김도 맛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는 경기 침체에 고생하는 자영업자들이 활력을 찾길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러니 두쫀쿠 유행은 단순히 유행을 넘어 공존과 생존에 대한 화두를 불러일으킨다.
다시 봄동 비빔밥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앞서 두쫀쿠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봄동 비빔밥의 유행 이유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두쫀쿠는 고열량 디저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데다 구하기도 어려워 피로감이 높았다. 봄동은 집 앞 마트에만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저렴하고 건강한 집밥용 식자재다. 고물가 시대, 유행의 이면에 이번에도 생존이 본능적으로 깔려 있다.
인류사적으로 짚어보면 유행이란 생존과 번영을 누리려는 본능이 중첩된 사회적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은 유행을 동질화와 차별화의 결합으로 봤다. 유행이란 집단에 소속되려는 욕구와 남과 달라 보이고 싶은 욕구가 동시에 발현되는 거란 해석이다. 유행을 따른다는 건 남들이 하는 것을 단순히 따라 하는 행위라기보다, 행위를 하여 내가 속한 집단과의 동질감을 느끼려는 것에 가깝다. 한편으로는 차별화와 우월감이 기제로 작동한다. 선사 시대에 유행한 조개껍데기, 동물 뼈나 이빨 등으로 만든 장신구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상위 계급의 지위를 과시하는 표징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유행의 범위가 넓어진 것은 18세기였다. 산업혁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시민혁명으로 신분제가 약화하면서, 귀족 계층만 누렸던 유행에 돈을 번 시민 계급이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물 흐르듯 퍼진다’라는 한자 뜻풀이처럼, 유행을 따르려는 본능 덕에 인류는 더 화려한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다.
모든 것에 긍정과 부정이 함께 존재하듯, 유행에도 부정적인 면이 있다. 유행은 과도한 쏠림을 만들 수 있고, 누군가가 그 쏠림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기도 한다. 흐름에 동참하는 이들이 처음에는 한둘이더라도, 시류가 거세지면 참여는 당연해진다.
국제 정세라고 다를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지도자들은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고, 그 분위기에 많은 국가가 동참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 지 100년도 지나지 않은 요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전쟁을 대비한 국방력 증대의 필요성에 관해 발언한다. 무섭도록 호전적으로 변해가는 지금의 국제 정세도 큰 의미에서 물 흐르듯 퍼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앞다투어 전쟁에 대해 보태고 있는 말들이 부디 두 달짜리 유행에 불과하기를 바란다. 세계에 퍼지고 있는 위험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인간뿐이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Nunchi(눈치)’라는 한국어가 개별 단어로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주변 상황에 예민하고, 유행에도 민감하다. 사안에 따라 개인의 취향을 양보하면서까지 시류에 따르는 경향도 보인다. 의심하고, 고민하고, 행동하자. 시류를 읽되 흐름에 떠밀리지 않도록 핵심과 이면을 바라보자. 두쫀쿠와 봄동과 전쟁에 관해, 본능에 가까운 생존과 번영의 문제에 관해, 집 근처 로컬푸드 매장에서 사 온 봄동 한 포기를 씻어 툭툭 잘라 밥에 넣고 비비면서 생각했다.

최유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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