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 요동…이재명 대통령 '실용 외교' 재시동

중동발 불확실성과 북한의 대남 강경 기조가 겹치며 복잡해진 외교·안보 지형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이 본격적인 성과 도출에 나섰다.
이번 순방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파격적인 대북 구상을 밝힌 직후 이뤄진 행보라는 점에서, 대외 리스크 관리와 경제 영토 확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필리핀까지 이어지는 3박 4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의 핵심 의제로 기존의 통상·투자 협력을 넘어 인공지능(AI), 디지털,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미래 산업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전면에 내세웠다.
첫 순방지인 싱가포르에서는 2일(현지시간)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 면담과 로렌스 웡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국은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 개선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고, AI·디지털 및 SMR 분야 등 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미래 산업 패권 확보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어 3일에는 수교 77주년을 맞는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해 방산, 인프라, 원전, 핵심광물 공급망 등 다각도의 협력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이번 순방은 역내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비상 대응 체계' 가동과 병행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여파로 레바논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는 등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으며, 북한 역시 한국을 '영원한 적'으로 규정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언급한 메시지는 이번 순방의 정치적 배경을 뒷받침한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실질적 긴장 완화와 유관국 협력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도 미국과는 조건부 대화의 여지를 남긴 흐름을 파고든 발언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정부 뜻과 무관하게 벌어진 작년 무인기 침투 사건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심대한 범죄 행위"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한 선을 그었다.
대일 관계에 있어서는 '실용 외교'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 "엄혹한 국제 정세를 마주한 지금이야말로 한일 양국이 현실에 대응하고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때"라며 "과거를 직시하되 현재의 과제를 함께 풀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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