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갈등에서 공존으로

경기일보 2026. 3. 2. 19:1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명희 경기도서관장

경기도서관은 개관 이후 서로 다른 요구가 부딪히는 185건의 민원을 받았다.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토론과 소통을 하려는 사람, 아이와 함께 독서와 게임을 즐기려는 가족, 편히 쉬고 싶은 이들까지 한 공간에서 마주치는 목적은 제각각이다. 이 다양한 요구를 누구도 배제되지 않게 포용하는 일은 저울추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미 문을 연 도서관에서 새 자원을 들여 공간 구조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갈등의 구조를 공존의 문화로 바꿀 방법을 찾다가 만든 것이 바로 ‘이용자자치협의회’다.

2월11일 첫 번째 이용자자치협의회를 열었다. 10대부터 고령층까지 도민 30명이 모였다. 도서관은 먼저 공공도서관의 가치와 역할, 운영의 어려움, 서로 다른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이것은 이용자와 운영자 간의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었다. 이용자자치협의회는 이용 목적에 따라 ‘집중’, ‘교류’, ‘동행’, ‘휴식’ 등 네 그룹으로 나눴다.

각 그룹은 도서관을 이용하며 겪은 불편과 갈등을 이야기하고 다른 그룹의 입장도 들어보며 서로의 사정을 공유했다. 논의가 깊어질수록 요구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서 벗어나 누구나에게 열린 도서관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했다. “이용자 간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게시판을 만듭시다”, “과한 애정 행각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면 로봇이 제지하게 하는 건 어떨까요?”, “어린이는 원래 뜁니다. 마음껏 떠들어도 되는 날을 정해 주세요” 등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사서들은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해 흩어진 의견을 모으고 함께 지켜야 할 규칙으로 정리했다. 불특정 다수로 존재했던 사람들은 이름을 알고 의견을 나누면서 ‘이웃’이 됐고 갈등의 언어는 점차 합의와 협력의 문장으로 바뀌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서관이 정숙하고 조용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일면 타당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다른 요구가 상충하고 갈등이 생길 때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보고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합의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공론의 장에서 맺어지는 새로운 연결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 공존을 위해 일상의 민주주의를 연습하는 가장 작은 공동체다. 그래서 도서관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시끄러움이 타인을 밀어내는 소음이 아니라 공존문화를 위한 시끄러움이라면 기꺼이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조용한 도서관이 몰입의 장소라면 시끄러운 도서관은 시민력이 자라나는 배움터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