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칼럼] AI 시대, 다시 기초를 말한다!
초중등, 비판적 평가 역량 교육
학생에 새 기술 적응 능력 중요
수학·물리학·철학 ‘기초 체력’
못 배울땐 인공지능에 종속될수도

최근 네이처 학술지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초인공지능으로 발전했다는 칼럼이 실려 논쟁을 촉발했다.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부분은 이미 많다. 컴퓨터는 극도로 복잡한 계산을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수행한다. 엑셀은 복잡한 표를 우리보다 신속·효율적으로 처리해 통계적 결과를 산출한다. 컴퓨터나 엑셀은 인간의 지시를 받아야 계산을 수행하고 결과를 출력하기 때문에, 이를 편리한 도구로 여기지 우리를 위협할 존재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차원이 다르다. AI 에이전트는 우리가 지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목표지향적인 활동을 수행해 결과를 도출할뿐만 아니라, 몰트봇처럼 과도한 자율성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듯 인공지능이 곧바로 초인공지능으로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인지 기능과 전문 지식 전달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단계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이제 대학에서 연습문제나 과제는 점점 의미를 잃고 있다. 전공 서적에 나오는 문제를 생성형 인공지능은 너무도 쉽게 풀어낸다. 프롬프트만 입력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생성하는 바이브 코딩은 이미 초급 프로그래머의 업무를 잠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 관련 전공의 취업률이 급감하고, 대학에서 관련 학과의 인기도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앞으로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기초를 다지고, 인공지능이 갖지 못한 인간 고유의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초중등 교육은 한 인간이 독립적 지성으로 설 수 있는 기반을 확립해주어야 한다. 교육에 인공지능을 무분별하게 도입하기보다, 학습을 돕는 도구로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은 이른바 ‘뇌 썩음’ 상태에 빠지거나, 스스로 한 편의 글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리기 위해 일정 수준의 지식 축적과 경험을 해야 한다. 따라서 초중등 교육은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답변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코딩을 포함한 전문 지식조차 인공지능이나 유튜브를 통해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대학이 전문 지식을 독점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생각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적절한 프롬프트만으로도 그럴듯한 논문을 손쉽게 쓰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분야까지 인공지능이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가속적 발전을 고려하면,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가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기회는 결국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사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은 수학, 물리학,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변화를 고려할 때, 특정 기술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새로운 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은 변하지 않는 원리와 기초에서 나온다. 바로 수학적 사고, 과학적 사고,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성찰이다. 즉 수학, 물리학, 철학은 급변하는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기초 체력과도 같다. 물리학은 과학적 사고와 물리 세계의 불변 원리를 다루기 때문에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중요한 학문이다. 로봇과 챗봇이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상황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규정할 것인지는 철학적 과제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인공지능의 주인이 아니라 그에 종속된 존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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