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법 정밀 진단] ‘맞춤형 주거개선’이 성공의 열쇠

정수빈 2026. 3.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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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집 안의 위험부터 치료해야
초고령사회 대응 통합돌봄법 시행
시설→재가 중심 돌봄체계로 전환
낙상사고 인한 시설이동 방지 위해
안전한 주거환경 선행 필요성 강조
신체조건·생활습관 반영 공간 설계
인천 고령친화 주거개선 사업 주목
2026년 3월 27일 통합돌봄법 시행을 앞두고 재가 중심 돌봄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점검하고자 했다. 본 기획은 의료·요양 서비스 이전에 '안전한 집'이 선행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인천의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 사례를 통해 제도의 실효성과 한계를 함께 짚는다. 주거 개선이 단순 복지를 넘어 예방적 돌봄 체계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전국 확산을 위해 필요한 정책·예산·전문성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의료 요양·돌봄 통합지원 개념도. 자료=인천시

오는 27일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통합돌봄법)'은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복지체계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현실에서 시설 중심 돌봄만으로는 급증하는 고령 인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노년기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키워드는 '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의 노후)'다. 통합돌봄법은 시·군·구를 중심으로 의료·요양·돌봄을 통합 제공하고, 노인이 살던 곳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재가 중심 체계를 명시했다. 이는 단순히 서비스를 집으로 옮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삶의 관계망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러나 제도적 선언과 현장의 체감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7.2%가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지만, 낙상 사고 이후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이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번의 사고가 삶의 공간을 바꾸고, 결국 생활 기반 전체를 흔드는 구조다.

문제는 의료 접근성 이전에 '공간의 위험성'이다. 노후 주택의 높은 문턱, 욕실의 미끄러운 타일, 어두운 복도 조명은 고령자에게 일상적 위협이 된다. 재가 돌봄이 작동하려면 주거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집이 안전하지 않으면 방문진료나 요양서비스도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

통합돌봄법은 주거지원을 핵심 서비스로 포함했지만, 현장에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고쳐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매뉴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도배·장판 교체 수준으로는 낙상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간 설계 기준과 진단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가 돌봄은 선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인천도시공사가 사회공헌사업으로 지원하고 사회안전문화재단이 수행한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제도 시행 이전 현장형 모델을 축적해 왔다. 2021년부터 5년간 420명이 신청했고, 245명이 현장 진단을 거쳐 맞춤형 시공을 받았다.

핵심은 '행위 기반 진단'이다. 집의 노후도가 아니라 거주자의 신체 조건과 생활 습관을 분석해 공간을 설계한다. 벽에 묻은 손때 위치는 손잡이 설치 지점이 되고, 보폭과 허리 각도는 가구 높이를 결정한다. 주거복지사와 시공 전문가가 함께 현장을 방문해 생활 패턴을 면밀히 관찰한 뒤 설계안을 도출한다.

사회안전문화재단 관계자는 "어르신이 안전한 환경에서 스스로 삶을 통제하며 존엄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통합돌봄의 실효성은 결국 현장의 전문성과 구체성에 달려 있다. 인천의 사례는 주거환경 개선이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예방적 돌봄 체계의 출발점임을 보여준다.

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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