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웃나라 공항·호텔 때리며 ‘물귀신 작전’…무엇을 노리나

이란이 중동 내 주요 국가의 공항과 기반시설을 타격하며 ‘물귀신 작전’을 펴고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프 지역의 왕정 국가들을 타격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이송로를 막아 무역을 방해하는 한편, 국외 노동자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며 관광 산업으로 다각화하고 있는 중동의 하늘길을 묶어 불안감을 키우겠다는 속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 쿠웨이트, 바레인 등 이웃 걸프 연안 국가들의 주요 국제공항을 드론과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국제선 여객 수 전 세계 1위(약 9200만명)를 기록한 두바이 국제공항에서는 이란의 드론 공격 뒤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직원 4명이 다쳤으며 항공편 운항은 무기한 중단됐다. 아부다비 공항 인근에서는 요격된 드론 파편에 맞아 1명이 숨졌다. 쿠웨이트와 바레인 공항 역시 드론의 공습을 받았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핵 협상을 중재했던 오만을 포함해 석유가 풍부한 걸프 지역 6개국을 모두 공격했다.
이웃 나라 호텔·공항 타격… 주민 불안 노려
목적지로 날아가 터지는 이 일회용 공격 드론은 한 대당 약 3만5000달러로 다른 무기에 비해 비교적 비용이 저렴하고, 사거리는 2000㎞로 긴 편이라고 한다. ‘드론 전쟁’이라는 책을 집필한 세스 프란츠만은 “샤헤드 드론이 다른 무기에 비해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값비싼 방공 시스템을 회피하여 혼란과 공포를 확산시킬 수 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타임지는 이란의 공격이 “이란의 공격이 걸프 지역이 안정적이고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뒤흔들었다. 걸프 국가들은 그동안 투자를 유치하고, 외국인 거주자를 늘리고,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이런 이미지를 활용해 왔다”고 짚었다. 관광, 항공, 부동산, 금융 등으로 산업 구조를 다각화해 온 걸프 경제권에는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전 세계 부유층이 몰려드는 두바이의 상징적인 인공섬 리조트인 팜 주메이라 지역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이 지역 부르즈 알 아랍 호텔에서 드론 화재로 인한 화재가 일어나는 모습 등이 영상에 담겨 세계로 퍼졌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야스민 파루크 걸프 지역 프로젝트 소장은 “해당 국가 국민에게 공황을 유발하려는 의도”라며 “걸프 국가들을 통해 이 사태를 국제화하려는 것이 이란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바데르 알-사이프 쿠웨이트대 교수는 “우리가 무너지면 너희도 무너진다는 ‘초토화 전략’”이라고 짚었다.
이란, “미국과 이스라엘에 화내라” 적반하장
다만 이란의 이런 ‘물귀신 전략’은 역효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호텔, 항구, 공항을 겨냥한 이란의 위협에 걸프 국가들이 맞서야 한다는 결론으로 선회하고 있어서다. 워싱턴 애틀랜틱 카운티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인 윌리엄 웩슬러는 “많은 걸프 지역 사람들이 28일 아침 미국과 이스라엘에 화가 난 채 깨어났지만, 잠자리에 들 때는 이란에 화가 난 상태였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걸프만 국가들이 이란의 공격을 계속 참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의 안와르 가르가시 대통령 외교 고문은 “우리도 자체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비례적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바이·아부다비 등에 공격을 받는 아랍에미리트는 1일 이란 테헤란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들을 철수시켰다. 관광 명소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두바이 지역 당국은 발이 묶인 관광객들에게 똑같은 조건으로 투숙을 연장해 줄 것을 호텔에 권고했으며, 아부다비 문화관광청은 공항 폐쇄로 발이 묶인 관광객들의 호텔 연장 체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 6개국 외교장관은 1일 공동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화상 회의를 열고 이란의 ‘배신적 공격’을 규탄하며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바레인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중동 지부의 마틴 샘슨 소장은 “이란은 선을 넘었다”며 “이제 걸프 국가들의 경제적, 사회적 미래가 달린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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