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한도 완화…‘수익성 고심’ 저축은행, 숨통 트이나
6·27 규제 이후 대출 영업…유가증권 확대 ‘눈길’
저축은행, 생산적 금융 참여 기회 열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생산적 금융 투자 확대를 위해 유가증권 보유 한도 규제를 완화한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6·27 가계대출 규제 이후 대출 영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저축은행 건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발전 방안에 따라 자산 5조원 이상의 대형사들은 유가증권 한도가 완화된다. 현재 저축은행은 타업권과 달리 유가증권 종류별(주식, 비상장주식·회사채 등)로 한도가 제한적이다. 은행은 종류에 상관없이 자기자본 100% 이내로 허용한다. 금융투자업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는 관련 규제가 없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주식은 자기자본의 50% 이내에서 100%로 2배 확대된다. 비상장 주식·회사채는 10%에서 20%, 집합투자증권 역시 자기자본의 20%에서 40%까지 한도가 늘어난다.
유가증권 투자는 지난해 6·27 가계대출 규제 이후 저축은행의 대출 영업이 위축된 이후 수익원 다각화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6·27 규제로 신용대출 한도가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되면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영업이 위축됐다. 저축은행의 주 고객층인 중·저신용자의 경우 연 소득이 높지 않고, 고소득자라도 다중 채무자인 경우가 많아 신용대출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이자 이익은 1조3506억원으로 같은 해 2분기(1조3583억원)보다 줄어들었다. 저축은행업권 전체적으로는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영업 확대보다는 비용 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국내 증시가 활황을 이어가자, 이에 발맞춰 유가증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잔액은 12조4722억원으로 2024년 9월 말(9조1678억원) 대비 36% 증가했다. 유가증권 잔액이 가장 많은 OK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유가증권관련수익만 1165억원을 기록해 전년(991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인해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최근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보유 주식 평가액이 크게 늘자, OK저축은행은 계열사인 OK캐피탈에 JB금융지주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매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유가증권을 통한 수익 확대를 노릴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규제 등 건전성 규제 강화가 예정된 대형사들에 한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대형 저축은행 5곳(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이 혜택을 받는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 전반적으로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증권 한도로 투자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수익원 다각화를 노려볼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비상장주식에 대한 한도가 늘어난 만큼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게 됐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에서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금융(IB) 부문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생산적 금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저축은행 역시 이를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큰 규모의 투자는 아니더라도 정부의 방향에 발맞추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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